독자적 사고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과,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 사이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 사람마다 원래 두뇌의 차이가 있어서, 어떤 사람은 독자적 사고에, 어떤 사람은 독서에 끌리는데, 그 차이 때문에 두 가지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끊임없이 커진다. 다시 말 해 독서는 우리가 순간적으로 갖고 있는 정신의 방향이나 기분, 너무나 낯설거나 이질적인 사고를 마치 도장을 찍듯이 정신에 강요한다. 이때 정신은 전혀 그러고 싶은 충동이 없고 기분이 나지 않는데도 때로는 이 것을 때로는 저것을 생각하도록 외부로부터 심한 강요를 당한다. 반면에 독자적 사고를 하는 경우 정신은 순간적으로는 외부의 환경이나 어떤 기억에 좀 더 좌우된다 할지라도 자기 자신의 충동을 따른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환경은 독서와 달리 어떤 특정한 사고를 정신에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천성과 그때의 기분에 맞는 것을 생각하도록 소재와 계기를 제공해 줄 뿐이다. 그 때문에 용수철에 무거운 짐을 계속 놓아두면 탄력성을 잃듯이, 많은 독서는 정신의 탄력성을 몽땅 빼앗아 간다. 그러니 시간이 날 때마다 아무 책이나 덥석 손에 쥐는 것은 사고를 갖지 못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학식을 쌓을수록 대부분의 사람이 원래의 자신보다 더욱 우둔하고 단조로워지며, 그들의 저작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것도 이러한 독서 습관 때문이다.  

쇼펜하우어, 인생론 제8장 <독자적 사고>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