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취미들은 그냥 그 행위 자체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인데 독서에만큼은 꼭 어떤 단서를 붙이려고 하더라. ~을 키우기 위해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에 도움이 되는 책 등등. 이런 시도들이 좌절된 사람들이 꼭 독서 무용론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끌고 와서 따지려 드는 것은 아닌지.

순수하게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꽤나 힘 빠지는 이야기들이 아닐 수 없다. 독서뿐만 아니라 어떤 활동이든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면 즐겁지 않은 것 아닌가. 독서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즐겁지, 독서가 각자의 이기적인 목적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되고 의무감에 의해서 읽게 된다면 그게 더 곤란하지 않을까.

인정하건대 책을 막 읽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책이 무언가를 선물해 주겠지란 바람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선물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렇게 분야 막론하고 다양한 책을 즐겁게 읽었다.

결국 그것들이 얼마만큼의 도움이 되었냐? 하고 물어본다면 글쎄. 계량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의지가 되어줬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독서를 하다 보면 현실감각이 떨어질 수 있니 하는 말들도 굳이? 성인으로써 책과 현실 균형 정도는 알아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 아닌가? 균형을 잃고 한 쪽으로 쏠리면 해로운 것인 비단 독서 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면에 있어선 독서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아닌가? 오토바이 취미처럼 빨리 속독한다고 죽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끝으로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인생이란 게 노리고 쏴서 맞춰지는 과녁 같은 것은 아닌 것 같더라. 그냥 좋아서 하던 일이 어느새 재능으로 자리 잡거나 의도와 다르게 일이 풀리거나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저 마음 바르게 먹고 본인이 필요한 것, 좋아하는 것 찾다 보면 방법은 어떤 식으로든 생겨난다. 누군가에겐 그게 독서가 되는 것이고 아닌 경우도 있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