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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의 경쟁-동아시아 근현대사 논집> 민두기 저
중국근현대사 학계 GOAT로 꼽히는 민두기 선생님의 저서. 며칠 전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기 시작함.
몇 챕터 읽어봤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건 1챕터 <시간과의 경쟁>이었음.
20세기 동아시아의 역사는 우리를 잠깐 논외로 한다면 중국, 일본을 주축으로 해서 전개되었음.
이 두 나라가 추구하는 목표는 상이했음.
중국의 경우 국가의 자강(自强)을 이루기 위해 외세의 압력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혁명',
일본의 경우 침략적 방법을 통한 국세의 팽창.
근데 이 두 나라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이 어떤 '조급증'을 가지고, 시간과 숨가쁜 경쟁을 했다는 점임.
중국 같은 경우에는 정말로 눈앞에 망국이 어른거리는 상황,
일본 같은 경우에는 서구 열강에 의한 식민지화의 위험 (또는 그렇다고 자기들이 생각한 것).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시간은 결코 느긋한 것이 아니었음.
다들 조급하게 달려나가려고 했고, 이 '조급증'이 결국 역사 전개의 비정상을 초래했다는 게 저자의 생각임.
대약진 운동 때, 마오는 "7년 안에 영국을 따라잡고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제시했음.
이게 얼마나 처참한 결과로 끝났는지는 다들 알 거임. 별 준비 없이 조급하게 실시한 정책의 결과였지.
근데 이런 조급증을 가지고 있는 건 마오만이 아니었음.
쑨원은 1905년 무렵 <민보(民報)>에서 "(타국에선 단계적으로 이루어진) 사회혁명, 정치혁명을 단번에 실시하여 구미를 앞지를 수 있다"고 썼음.
이렇게 목표를 단번에 이룩한다는 쑨원의 생각이 마오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는 건 많은 연구자 (H. Schiffrin 등)이 지적했다고 함.
"20세기 중국을 산 사람들에게 있어 구국은 항시 급박한 국민주의적 동력이었다." 책의 문장임.
또 흥미로웠던 게 국민당이 정치적으로 고꾸라진 과정임.
20세기 중국에서는, 국민당의 당치(黨治)를 강조하는 훈정 (訓政), 그리고 법치주의, 공화주의를 강조하는 헌정 (憲政)이 크게 대립했음.
훈정은 '혁명'을 이끌어 중국을 근대화하기 위해서는 전위적 역할을 하는 국민당에 추력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헌정은 법률에 의거해 공화주의적 국가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음.
이 헌정의 목소리가 반일과 결합해서 튀어나온 게 5.4 운동이고.
1940년대, 국민당의 무능한 당치에 견디다 못한 헌정파들은 결국 공산당의 '연합정부론'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참여했음.
그런데 공산당의 상황이 점차 우세해질수록, 연합정부의 성격은 희미해지고 정체(政體)는 '중화인민민주공화국' 대신 '중화인민공화국'이 되어갔음.
한 마디로 낚인 건데, 개인적으로는 좀 나이브하지 않았나 생각도 함.
차피 공산당도 전위당인 건 별 다름이 없는데 (이건 지들도 인정함), 그 전위당이 헌정을 박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더 했더라면.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당대 국민당의 당치는 심각했으니까.
헌정의 이념은 천안문 항쟁까지 이어진다고 책에선 말하던데, 이거에 대해선 좀 더 알아보고 싶다.
천안문 항쟁이 민주사회주의/마오주의적 성격을 띈다는 글들도 꽤나 있어서.
책 재밌더라. 근대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일독을 권함.
땡기네 - dc App
근데 절판이라 도서관 찾아봐야 될듯.. - dc App
아 - dc App
대학출판부에서 찍은 책들은 거의가 절판... - dc App
이런... - dc App
절판이 문제가 아니라 도서관 수량조차 없는걸보면 원래부터 소량만 찍었나봄
재밌네. 국민당 내부에 저렇게 갈라진건 처음 알았다ㅋㅌㅋ만약 헌정이 중국 대륙 먹었다면 동북아시아 정세는 중국쪽으로 크게 기울었을거같내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