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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 켄 리우 / 황금가지
info : 문학 / 567p
reading period: 22.10~15
rating : 4.5 / 5.0

'들불이 일어나 초원에 살아있는 것을 모조리 태워버린다 해도 비가 내리면 들꽃은 다시 마법처럼 피어나지. 겨울이 닥쳐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서리와 눈으로 멸한다 해도, 봄이 오면 들꽃은 다시 피어나는 법일세. 화려하게.' - 178p

종이동물원의 저자인 켄 리우는 젊은 나이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었다. 이러한 자신의 정체성과 기발한 SF 아이디어를 섞어서 내보인 단편집이 바로 종이동물원이다. 종이동물원은 단순한 SF소설이 아니다. 위안부와 731부대를 포함한 어두운 과거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기에 한국인 독자에게 특히 친숙하게 다가온다.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우리는 쏟아지는 별빛에 물듭니다. ••• 그 광양자들은 이제 우리의 영원한 기록이자 우리 존재의 증거이며, 우리가 미래를 향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558p

종이동물원에는 거의 모든 단편마다 동양인이라는 정체성과 어두운 과거를 잃지 않으려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종이동물원, 즐거운 사냥을 하길, 파자점술사 등에서는 주인공이 낯선 땅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나온다. 한편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에서는 동아시아의 어두운 과거사를 다루고 있다.

동아시아의 역사분쟁은 섣불리 의견을 내기 어려운 주제이다. 과거의 일에 대한 사과요구와 무시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저자인 켄 리우는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그 사실은 우리가 지우고자해도 지울 수 없으며 계속해서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과거를 직면하고 사실을 제대러 인지하는 것만이 우리가 후손들에게 떳떳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여러분의 뒤를 쫓아오다가, 여러분을 앞질렀어요. 어서오세요, 옛 사람들이여, 이제 얼마 안남았어요.' - 364p

731부대라는 어두운 과거에서부터 인류가 태양계를 벗어나 육체의 몸을 초월하는 머나먼 미래까지, 종이동물원은 읽을 거리가 풍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여기저기에서 톡톡 터져나온다. SF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