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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본 고전문법을 공부하며 이걸 써먹을만한 좀 재밌는 책 없을까 찾는 중 발견한 <에도인의 교양>
눈여겨 볼 점은 이 책의 제목이 '에도인에 대한 교양'이 아니라 '에도인들이 갖고 있었던 교양'이라는 점
여기서 이 교양도 엘리트 들의 지적 유희같은 좁은 의미의 교양이 아니라
이 책의 부제 인 '살았다, 보았다, 썼다'에서 알 수 있는 것 처럼, 에도인들이 인생을 살며 얻은 온갖 지혜들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일단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두 가지 키워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음
바로 '에도시대'와 '출판물'
일단 에도시대는 한국의 조선 후기, 유럽의 르네상스 시기에 해당하는 '근세'로 분류됨
다른 여느 지역의 근세처럼, 중세에 쌓아 올려 졌던 굳건한 종교적 권위(일본의 경우는 보통 가마쿠라 불교)가 흔들리고
인간에게 시선이 옮겨가기도 하고 민족의식이 싹트기도 하는 때가 바로 일본의 에도시대라고 할 수 있는 듯
두 번째 키워드 '출판물'은 에도막부의 성립 후 성황을 이룬 일본의 출판물 시장을 말하는 건데
전국시대에 유입된 유럽의 활자 인쇄술, 조선과의 전쟁을 통해 유입된 아시아의 목판 인쇄술을 통해
(센뽕 아님 ㅇㅇ 궁금한 사람은 쓰노 가이타로 선생님의 <독서와 일본인> 찾아봐라)
일본은 유사 이래로 처음 대중출판물의 범람을 맞게 됨
책이라는 것이 대중적인 것이 되니까, <겐지모노가타리>, <쓰레즈레구사> 등 그동안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문학의 저작마저 대중들에게까지 내려오는 거지
그러니까 각계각층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쓴 서적이 넘치게 되는 거고
교수님 한 분이 이 수많은 책들 중에서 하나씩을 골라 소개한 주니치 신문 칼럼을 엮어 놓은 것이 이 책 <에도인의 교양>인 거야
그 많은 칼럼들은 6가지 주제로 묶여서 각각 장을 이루고 있음
1장 의(義)와 리(理)가 있다면/2장 기담, 와라이바나시(笑話, 유머러스한 이야기)/3장 무사의 각오/4장 사이카쿠(에도시대의 작가)의 시선/5장 건양(健養)과 보수(保壽)/6장 기록의 쾌락
이렇게 6개인데 각각의 장에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1장은 에도시대의 여러 기록물을 통해 본 당시 사람들의 도덕관,
2장은 당시 유행하던 유머, 공포 이야기 모음을 통해 알 수 있는 당시의 세태,
3장은 에도시대의 지배층, 무사들이 갖고 있었던 생각에 대한 내용,
4장은 교수님이 제일 좋아하는 문학가 이하라 사이카쿠(井原西鶴)의 생애와 작품 소개,
5장은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과 건강, 질병에 관한 이야기,
6장은 당시 사람들의 오락에 관한 이야기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칼럼 모음집이라 다 소개하자면 끝도 없고 사실 나도 몇 개는 가물가물 하거든
내가 인상 깊었던 칼럼만 몇 개 소개할게
일단 내가 독갤에 썼던 거부터
이건 3장의 ‘영혼은 육체의 어느 부분에 깃드는가ㅡ한학자가 서양사상에 경도되다’라는 칼럼의 일부분임
내용은 당시의 한학자들이 서양의 학문을 받아들인 후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소화 했는가에 관한 거야
마지막 부분에서 ‘확실히 서양학문의 영향을 받은 주장으로, 배외주의에 경도되었던 한학자가 이런 생각을 받아 들였다는 것에 크게 놀랐다’라고 하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음 ㅇㅇ.. 공자왈 맹자왈 하는 한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위정척사운동의 중심이 된 적이 있잖아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서양의 생각을 소화하려는 일본의 노력이 저 때부터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2장의 ‘기담의 걸작ㅡ동반자살 직전에 도망친 남자’도 기억에 남았어
예전에 <일본근대소설사>라는 책을 읽을 때, 일본 문학에서 동반자살(일본어로는 心中)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일단 그게 떠오르더라구
일본의 기담하면 이즈미 쿄카의 <고야성>이나 야나기타 쿠니오의 <도오노모노가타리>처럼 요괴가 나오는 신비한 이야기라는 인상이 있는데
이 칼럼을 포함해서, 이 책에서 소개되는 기담들은 그런 신비적인 이야기가 거의 없었어
역시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건가
1850년에 간행된 <想山著聞奇集>이란 기담집에 수록된 기담이라는데
내용은
한량이 한 여자와 친해짐>
여자에게 동반자살 권유 받음>
직전에서야 정말 자살을 할 셈이라는 것을 알음>
담배 한대 피겠다고 하고 도망침>
나중에 여자가 외지에서 온 다른 남자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음
이런 느낌
내용에 대한 해설이나 평가 없이, 칼럼에서는 이 이야기가 여러 서적, 여러 판본에 반복되어 실려있다는 사실을 ‘기이하다’며 전하고 있을 뿐이야
난 왜 이 여자가 이렇게까지 죽으려고 했을까 하는 걸 생각하면 좀 오싹한 게 있더라고
남자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어 독자는 여자의 생각을 전혀 알 수 없으니까 이런 부분을 노린 건가도 싶고
사실 자살한 몇몇 일본 작가들 얘기를 들을 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음
텍스트로 자살 이유는 아마 이거일 거야 까지는 떠올라도,
나같이 평범한 인간 입장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 이해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오싹함이 느껴지거든
일본 미의식에 있어서 자살이라는 주제도 한 번쯤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 주제야
문화 차이하니까 이런 칼럼도 있었음
5장의 ‘에도의 긴잔데라 미소ㅡ가미가타(上方, 현 간사이 지방의 옛 이름)의 것과는 다른 물건’이라는 칼럼이었음
라쿠고 <코가네모치>에서 주인공인 가난한 상인이 어떻게 고급상품인 긴잔데라 미소라는 것을 구해 에도에서 장사를 했나하는 의문이 생겨서 저자인 교수님이 연구를 하셨다고 해
결과적으로 , 당시 긴잔데라미소의 생김새나 냄새 때문에 일종의 혐오감을 품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아무 설명도 없이 가난한 상인이 긴잔데라미소를 파는 것이 맥락상 당연한 게 되는 거지
참고로 긴잔데라미소는 이렇게 생김 똥같긴 하다 생긴 게
어쨌든 고전연구에서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럽고 또 중요한지 강조하는 칼럼이었다
이런 식으로 재미있는 내용이 잔뜩 들어있는 책이었음
그리고 인용문 하나하나 직접 해석하면서 고전공부 모티베이션도 엄청 자극되더라
나온지 얼마 안되고 중소 출판사라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많이 알려졌으면 함
감상 끄읏!
기담 이라는 단어부터 일본스럽고 동반자살 자살미학 이런거 신기함. 그리고 졸렬하게 동반자살에서 도망간 남자이야기는 소세키 마음이 떠올랏음. 드라마나 영화같이 여자랑 같이 자살햇다면 예쁜그림이 되었겠지만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인 추한부분을 문학으로 드러내주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음
공감.. 기담이 만들어진 배경이란 것도 사실 별거 없고 서민들 오락거리 같은 거니까 미의식 이런걸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무의식적으로 그 당시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생각해.. 할복부터 근대 문학가들의 자살까지 일본의 자살에는 뭔가가 있다
갤로그 확인 부탁드립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