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 민음사
info : 문학 / 163p
reading period: 22.12.24~26
rating : 4.0 / 5.0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7p

유독 공기가 신선했고 흰 눈발이 날리던 어느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부터 제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문득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선이 밤 사이 내린 눈에 흰 옷을 입고 있는 것 처럼 보였고 설국의 첫 문장이 불현듯 생각났다. 마침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던 시기여서 크리스마스엔 꼭 설국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읽게 되었다.

설국은 허무한 소설이다. 소설 자체도 상당히 짧고 스토리 플롯이 명확하지도 않다. 그저 허무주의에 빠진 주인공의 내면을 토대로 니기타 지방의 눈 덮인 아름다운 풍경을 조명한다.

'여관 주인이 특별히 꺼내 준 교토산 옛 쇠주전자에서 부드러운 솔바람 소리가 났다. 꽃이며 새가 은으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솔바람 소리는 두 가지가 겹쳐, 가깝고 먼 것을 구별해 낼 수 있었다. 또한 멀리서 들리는 솔바람 소리 저쳔에서는 작은 방울 소리가 아련히 울려퍼지고 있는 것 같았다.' -134p

역설적으로 설국은 허무함이 깊어질수록 더욱 의미가 생긴다. 설국은 섬세하고 세밀한 소설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마치 3D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듯 순간을 포착하여 소리와 색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수려하게 풀어낸다.

보통의 문학작품을 읽을때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줄거리를 따라 읽으면 배경과 등장인물이 머릿속으로 재연되어 동영상이 재생되는 듯하다. 하지만 설국은 마치 사진 전시회를 관람하는 기분이 든다. 사건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대신 단편적인 장면묘사가 잇달아 이어지기에 마치 아름다운 풍경화를 여러점 감상하는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눈이 내리는 겨울밤이라면 설국을 추천한다. 흩날리는 눈발이 결국 땅에 떨어지듯 설국또한 당신의 가슴에 사뿐히 내려앉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