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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만난 책

에이미 스탠리 교수님의 <에도로 가는 길>

이 분은 하버드 대학에서 동양사학, 그 중에서도 일본 에도시대사를 전공하시고

지금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계신 분이라고 함

(구)제국대학 출신 일본인 교수님들이 연구한 에도시대만 알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줄 것 같아서 고민없이 구매했음

근데 생각을 뛰어넘는 양서라서 놀랐다

이 책은 에치고쿠니(越後国, 현재의 니가타 현) 출신의 여성인 쓰네노(常野)가 주고받은 편지를 연구해서

스탠리 교수님이 그녀의 삶을 재구성해 놓은 책임

이렇게 들으면 딱딱한 논픽션 책이라는 생각도 들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한편의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음

에치고의 큰 절 린센지(林泉寺, 놀랍게도 아직도 존재함)의 딸로 태어난 쓰네노는 세번의 이혼 끝에 에도(현재 도쿄)로 도주하는데,

그 후 도쿄에서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하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이 40에 하급 사무라이의 부인으로서 나름 행복한 결말을 맞음

이 드라마틱한 분투의 과정 사이사이에 당시 에도의,

화려한 극장과 환락가 사무라이와 번주들, 그와 대조되게 헐벗은 빈민들, 그럼에도 꿈을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스븨 그려짐

이 때문에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올리버 트위스트>와 런던이 떠오르더라구

그리고 이런 에도의 뒷배경에 대한 적절한 설명과, 같은 때의 동아시아, 유럽의 흐름이 살짝씩 곁들여 지는데

산만해 질 수도 있는 부분을, 정말 절묘하게 섞어 놔서 좋았음

왜 약간 스토리가 있는 역사 다큐 중간에 벌어지는 사건을 일시정지하고 해설이 들어갈 때가 있잖아

그런 느낌이었음

마지막 쓰네노가 열병으로 죽는 순간과, 딱 그 때 광둥에서 일본으로 올 준비를 하던 페리 제독이 교차하는데

근대 일본제국이라는 대작의 프리퀄을 이렇게 그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여성주의(소위 말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

여느 나라의 역사도 그렇지만 일본사, 특히 에도시대는 남성 중심적으로 서술되는 경향이 강함

요즘 들어 여성 중심의 시선으로 보려는 시도도 있지만,

여태까지 내가 읽고 공부해 온 (맨 위에 설명한) 일본 교수님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잘 되지 않는 느낌임

스탠리 교수님은 여기서 각도를 틀어, 에도의 산업을 지탱해 온 여성 노동자들의 에너지로 가득찬 막말을 그리는 거지

이게 아주 신선하더라고..

(혹시 오해할까봐 쓰는데 난 남페미도 아니고 오히려 1베충 일뽕 2찍남임.. 그래도 좋은 건 좋다고 해야지)

내 머릿속에 있는 에도 시대는 이렇게까지 에너지가 넘치지 않았는데

당시 에도시대를 눈 앞에서 본 것 같은 감각이 드는 걸 넘어,

막연하게 신분제의 불만과 도막, 보신전쟁, 유신 이렇게 이해하고 있었던 막말의 흐름이 이제야 이해된 것 같음

어쨌든 정말 정~~말 좋은 책이었어 다들 꼭꼭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