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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읽은 것은 민음사 본이고
구절들을 모은 만큼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거야.


이사벨은 특정한 방식으로 교육받으며 자랐고, 또 그러면서 배운 원칙들을 받아들이고 지키며 사는 여자였다. 부족함 없이 원하는 것은 늘 가지며 살았으므로 돈에 목을 매지는 않았지만,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돈은 곧 힘과 영향력을 의미했고 사회적 지위도 의미했다. 남자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남자의 필생의 과업이었다.


그는 전쟁에 대해 독특한 태도를 갖고 있어서, 독일군한테도 적대감이나 그런 걸 품지 않았어요. 싸우는 걸 좋아했고, 적군과 싸우는 걸 신나게 즐겼어요. 적군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것도 그저 재미난 장난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죠. 뻔뻔스럽고 거칠고 무책임한 구석도 있었지만, 분명히 진실한 면이 있어서 누구든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갑자기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더군요. 스스로 죽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모양이에요. 자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을 텐데……. 그때 갑자기 옆에 있던 사람들이 말리기도 전에, 그는 몸을 일으켜 앉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어요.
‘설마, 내가…….’


자네가 그들의 스타일을 따르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자네가 약간의 재치와 요령만 발휘하면 그들도 기꺼이 자네 삶의 방식을 인정해 줄 거야.


우리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우리를 가차 없이, 그러면서도 날카롭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좀처럼 알지 못한다.


“무슨 소리. 난 세상이 어떤지 알아. 공사의 미망인이 되는 것보다 대사의 미망인이 되는 편이 더 위신이 서지.”


“『오디세이아』를 원문으로 읽는다는 게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 몰라. 뭐랄까, 발끝으로 서서 손을 한껏 뻗으면 별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지난 한두 달간은 스피노자를 읽었어. 아직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굉장히 흥미로웠어. 산악 지대에 있는 드넓은 고원에 비행기를 착륙시키고 내려선 기분이야. 마치 와인을 마시고 취하는 것처럼 고독감과 맑은 공기에 취하지. 정말 흥분되고 행복한 기분에 젖게 돼.”


“내가 제안하는 삶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더 풍성한지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삶이 얼마나 즐겁고, 얼마나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지 당신에게 알려 줄 수만 있다면……. 그건 정말 끝없는 즐거움이고, 말로 형언하기 힘든 행복이야. 그것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어. 바로 홀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때의 기분이지. 높디높은 저 위에서, 사방이 온통 무한한 공간뿐인 곳에서 날고 있을 때 말이야. 그럼 끝없는 공간에 취하게 돼. 그때 느끼는 흥분이란, 세상 그 어떤 권력과 영예를 준다 해도 바꾸고 싶지 않지. 얼마 전에 데카르트를 읽었어. 그 평온함, 품격, 명석함이란!”


브래들리 부인은 나름대로 강한 소신과 상식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모름지기 관습을 따라야 하고 남들이 모두 하는 것을 혼자만 하지 않으면 불안정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쾌락만을 미친 듯이 좇는 젊은이들은, 비좁고 탁한 클럽들로 몰려다니면서 한 병에 100프랑씩 하는 샴페인을 마시고 천박한 사람들 틈에 끼어 새벽 5시까지 춤추며 흥청거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런 곳의 연기와 열기, 소음을 접하면 엘리엇은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곳은 그가 30년 전에 정신적 고향으로 삼았던 그 파리가 아니었다. 훌륭한 미국인이 죽으면 가게 된다는, 그 파리는 결코 아니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안 보셨겠지만 실은 저, 아주 음탕한 여자거든요.


그녀는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호흡이 빨라지면서 두 눈은 금빛 솜털로 뒤덮인 강인한 손목에 고정되었다. 그의 손가락은 길고 섬세하면서도 단단해 보였다. 나는 사람의 얼굴에서 그토록 강렬한 욕정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색욕의 가면 같았다. 그 아름다운 얼굴에 그토록 방자하고 음탕한 표정이 떠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이라기보다 짐승에 가까웠다. 그녀의 얼굴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음탕한 표정 때문에 섬뜩하고 무섭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마치 교미 중인 암캐의 얼굴을 보는 듯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듯했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래리의 손뿐이었다. 무심하게 등받이를 감싼 그 손이 그녀를 광란의 욕정으로 채워 주고 있었던 것이다.


술에 절어 뻔뻔하고 천박하게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남자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본능을 자극할 것 같았다. 그녀는 빈정거리듯 웃으며 우리를 껴안았다.


소피가 술독에 빠진 건 술을 좋아해서 그런 거예요. 남편과 아이를 잃은 여자가 어디 한두 명이에요? 그 애가 타락한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선에서 갑자기 악이 ‘툭’ 튀어나올 수는 없죠. 악은 예전부터 항상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걸 잘 막아 두고 있다가 차 사고로 그 방어막이 깨지면서 본래의 모습이 나온 것뿐이에요. 쓸데없이 소피를 동정하지 마세요. 소피는 원래 그런 애였어요.


저는 열네 살의 소피를 기억하고 있어요. 긴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 넘겨 검은 리본으로 묶었는데 주근깨가 난 얼굴은 늘 진지했죠. 겸손하면서도 새침하고 이상주의자 같은 아이였어요. 손에 잡히는 건 뭐든 읽는 아이라 저랑 책 얘기를 주고받곤 했죠.


가엾은 내 조국은 손도 못 쓰고 중산층 사회로 전락하고 있지요. 글쎄 지난번에 미국에 갔을 때는 택시 기사가 나한테 형제라도 되는 것처럼 말을 걸더군요. 믿어지십니까?


나는 더 이상 엘리엇을 비웃을 수가 없었다. 그가 너무도 가엾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류사회는 그의 인생의 전부였고, 그런 의미에서 파티는 숨구멍과도 같은 것이었다.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는 것은 모욕이요,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치욕으로 여기던 그가 나이를 먹으면서 필사적으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여자라고 할 순 없지. 존경받는 사람들 중에서도 술을 좋아하고 아무하고나 자는 사람도 많아. 물론 좋은 습관이라고 할 수는 없지.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 난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치는 사람, 혹은 불친절한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거든.


“선생님, 이렇게 눈부신 계절은 매일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날 집에만 틀어박혀 그 모든 걸 흘려보낸다면 그건 죄악이지요. 게다가 왜 하필 리비에라에서도 그런 한물간 동네에 사시는 겁니까? 저는 100년을 살아도 이해 못할 겁니다.”
어리석은 엘리엇이 가엾게 느껴졌다. 그는 결코 100살까지 살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다양한 인간들이 실재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해 왔다는 사실은, 인간의 의식 속에 제6의 감각이 발전하고 있으며, 그것이 아주 먼 미래에는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인 특징이 된다는 암시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인간은 지금 우리가 감각의 대상이 되는 것들을 지각하듯 아주 직접적으로 절대자를 감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녀는 벽난로 위 선반에 한쪽 팔꿈치를 대고 우아한 자세로 섰다. 의도한 기색이 전혀 없이 그처럼 우아한 자태를 뽐낼 수 있다는 것은 그녀가 가진 가장 매력적인 재능 가운데 하나였다.


“선생님은 정말 야비한 악마 같아요.”
그녀가 내게서 칵테일을 받으며 말했다. 그런 다음 마침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잘못한 줄은 알지만 거부할 수 없는 천진난만한 매력을 보여 주면 상대도 넘어올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미소 같았다.


학술적이면서도 명쾌하고 읽기 쉬운 문체였다. 아마추어의 글에서는 종종 거만하거나 현학적인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그의 글에서는 그런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래리는 자신의 바람대로 떠들썩하고 소란스러운 인간 집단에 흡수되었다.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괴로워하고 세상의 혼란 속에서 방황하며, 선(善)을 강렬히 소망하면서도 외부에 대해서는 독단적이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매우 소심한 인간들, 친절하지만 까다롭고, 남을 잘 믿으면서도 의심이 강하며, 야비하면서도 너그러운 미국인들 속에 흡수되어 버렸다. 내가 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전부다.


사람들이 원하는 그런 종류의 일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하찮게 느껴졌거든요.  


하느님이라고, 집요하게 아첨해서 교묘하게 구원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실까요? 하느님 역시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가장 유쾌한 숭배 방식으로 여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는) 돈을 짜내려고 눈에 불을 켠 창녀를 하나씩 끼고 다녔는데, 지금은 덕지덕지 화장한 중년 여자 두 명과 함께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노골적으로 그를 조롱했지만, 그는 그녀들의 말을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하는지 얼빠진 사람처럼 킬킬거렸다. 얼마나 방탕한 삶인가!


연못에 돌 하나를 던져도 이 우주는 돌을 던지기 전의 우주와 똑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인도의 성자들이 헛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에요. 그들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빛과도 같은 존재죠.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이상과도 같은 존재예요. 보통 사람들은 결코 그런 위치에 도달하지 못하지만 그들을 우러러보고 존경하면 그들에게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죠.


다정했던 옛 친구. 그의 인생이 얼마나 헛되고 어리석고 보잘 것 없었는지를 생각하니 슬픔이 밀려왔다. 수많은 파티에 참석하면서 그 모든 공작, 백작들과 허물없이 지냈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그를 잊었으니까.


내가 파티를 열 때는 그렇게 야단스럽게 나를 치켜세우더니 이제 늙고 병이 드니까 필요 없다 이거지요. 제가 앓아누운 후로 병문안 온 사람은 열 명도 안 되고, 이번 주 내내 받은 거라곤 초라한 꽃다발 하나가 전부입니다. 내가 안 해 준 게 뭐 있습니까? 음식도 내주고 술도 내주고 심지어는 심부름도 해 줬습니다. 그들이 여는 파티에도 빠짐없이 참석해 줬지요. 그들을 위해 내 모든 걸 보여 줬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얻은 게 뭡니까?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단 말입니다. 내 생사조차 신경 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매정할 수가 있는지…….


“사람은 자신을 희생시키는 순간 하나님보다 훨씬 더 위대한 존재가 되지. 왜냐면 전지전능한 하나님도 자신을 희생시키진 못했으니까. 기껏해야 자신의 독생자, 그러니까 예수만 희생시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