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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에 대한 절대적 권위가 아직 살아있던 시절이라
오롯이 양반들이 악하질 않기만을 바래야 했는데,
방패(최치수, 윤씨부인)는 사라졌는데 썩은내나는 창(조준구 일가, 삼수)이 들어온 격...
그래서 일방적으로 당하는 등장인물들에 현타가 아주 쎼게 몰려온다.
반면에
4회독하면서도 눈에 잘 안 들어오던 최치수의 행동들이 눈에 띈다.
명석하고 성격도 강단 있는 양반이 이도 저도 아닌 행동들(사냥하러 간다면서 절에서 3일 묶고, 사냥을 시작한 주제에 추석 떈 다시 돌아가고)을 연달아하고
그 괴팍한 행동들 속에서 살아있음(구천이사냥을 다니며 생기가 살아남)을 느끼고, 천한 것의 고귀함(강포수가 재물 대신 귀녀를 달라고 함)을 깨닫게 되고
뭐랄까.... 캐릭터가 입체적이면서도 남얘기를 하는 거 같지 않은 게, 행동하지 않고 권태만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이랄까.
하여튼 이제 생기도 느끼고 천한 것의 고귀함을 느낌으로써 치수의 행태가 변할 수 있을 때쯤에
강포수의 고상함에 대한 응답으로 인해 명이 끊어짐.
이런 게 참 좋단 말이지.
5회독 시작한 게 아니라
걍 4회독하고 나서 5부가 좀 아쉬운 감에
극찬밖에 없던 1부 내용만 스르르르륵 넘겨봤음.
그런데 치수 장면들은 그동안 몰랐던 건데 눈에 들어오더라.
영웅이 아닌 인간의 고뇌가 담긴 행동들이었음.
난 최서희 앞세대인 아버지 최치수 세대 이야기보다 후반부의 최서희 자녀 세대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었는데, 개개인의 취향 차이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군.
나도 취향이 후반부 쪽인데, 1부의 완성도가 더 높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