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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23년 새해가 밝았네요. 2022년을 되짚던 도중 독갤 분들과 나누고 싶은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독갤에 검색해봤는데 잘 이야기가 안 된 것 같아서요.


르몽드의 기자라고 하는 아리안 슈맹이 지은 <밀란 쿤데라를 찾아서>(김병욱 옮김, 뮤진트리, 2022)입니다. 188쪽인데 성기게 편집이 되어 있어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하고 이틀 동안 읽었네요.


쿤데라는 은둔작가로 유명합니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차단한 것은 아닙니다.(J.D. 샐린저나 토머스 핀천 같은 수준은 아닙니다.) <불멸>이나 <정체성>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듯이 쿤데라가 생각하는 프라이버시의 의미와 중요성을 감안할 때, 그리고 <커튼>에서 드러나는 그의 소설론을 감안할 때 그가 책 출간으로만 소통하는 것은 의아한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쿤데라는 왜 유령작가가 되었을까? 파리로의 망명이 그것과 연관이 있을까요? 이에 대해 부분적으로 답해줄 수 있는 책이 이 책입니다.


이 책은 전기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짧고 쿤데라의 생애를 스케치할 시도조차 하지 않지만 아무튼 쿤데라의 생애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사실 쿤데라의 팬이라면 이런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소설의 기술>이나 <커튼>에서 드러나는) 그의 소설론을 배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래서 읽을지 말지 고민했는데 호기심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작가인 아리안 슈맹은 쿤데라는 왜 은둔작가가 되었는지 등등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쿤데라를 인터뷰하지는 않았지만(못했지만) 아내 베라를 비롯한 주변인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읽다보면 쿤데라의 망명 이후 파리에서 작가로서의 위상이나 자신을 세르반테스, 스턴, 곰브로비치, 무질의 후예로 생각하는 쿤데라의 소설관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등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 지성계가 궁금하셨던 분들도 읽어보면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웃음과 망각의 책>이나 <삶은 다른 곳에>에서 부분적으로만 암시되는그의 체코 시절 삶이 궁금했던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고요.


글을 읽어보면 아리안 슈맹은 쿤데라 글에서 우습게 그려지는 그런 못된 기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쿤데라 주변인물이 기자에게 마음을 열기도 하는데 상당히 감동적인 대목입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