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읽은 정의 이후 읽은 두번째 센델 책. 이 책에서는 정의보다 센델의 주장을 더 명확히 알수있다. 정의는 기본적으로 하버드의 강의중 있었던 토론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강연자이자 토론 중재자인 센댈 본인의 의견이 주가 되지는 못한다. 이 책에서는 센댈의 독백으로 주장이 전개되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를 보다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 정의와 마찬가지로 현실에 대한 쉬운 예시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읽기는 편하고 분량도 부담없다.
센델은 롤즈 정의론에 대한 비판으로 유명해진 정치철학자이다. 짧게는 칸트 롤즈로 이어지는 자유주의의 전통은 공동체의 구성원리로 '옳음'을 강조한다. 칸트는 정언명령에의 복종을 통해, 롤즈는 무지의 베일이라는 사고실험을 통해 정의(justice)를 정의(define)한다.
이에 반박하는 센델은 공동체 내부 '좋음'의 중요성을 말한다. 옳음이 절대적인 진리라면 좋음은 상대적 가치이다. 공동체마다 어떤것이 좋은것인지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이를 정하는 데에는 지속적 토론의 과정 즉, 정치과정이 중요해진다. 센델은 정치토론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수정해나가야 한다고보는 '공동체주의'자이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인간이 행복을 실현할수 있다'는 명제와 맥락이 닿아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미국 공화주의의 이상을 재현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그의 정치철학을 시장의 영역에 적용시킨다. 그가 우선적으로 구분짓는 용어는 '시장경제'와 '시장사회'이다. 시장경제라는 용어는 경제의 영역에서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시장사회는 전통적 경제의 영역을 넘어서는 비경제 영역에서도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현상을 말한다. 시장사회 현상은 최근 30여년간 극화돼온 시장만능주의를 일컫는다. 전통경제학의 영역이 아닌곳에도 시장이 침범하는 현상은 센델이 보기에는 공동체의 '좋음'을 위협한다. 그의 주장은 시장의 원리가 비경제 영역에 적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경계선을 짓는 일에는 토론과정이 필요할것이다.
이 책에서는 시장만능주의를 반박하는 두 가지 논거에 대해 소개한다. 첫번째는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고 두번째는 부패에 대한 비판이다. 공정성 논의에서는 비경제 재화가 시장에 나오는 것에는 불공정에 의한 강제가 반영되어있다고 본다. 비경제 재화로 가장 극단적인 것이 인간의 장기 일텐데 장기매매의 경우 판매자의 처지는 반강제적으로 정해진다고 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센델의 입장에서는 주요한 비판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시장주의 자체를 비판하는 것에 시장의 논리를 일견 수용하는 이 주장은 시장주의를 보완하는데 그칠뿐 반대하는것에 나가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시장사회에 반박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논거는 부패논거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더 정확한데 비경제영역이 시장주의적으로 거래될때 그 내재적 가치가 degrade된다는 것이다. 시장주의자들은 선물 사랑 교육등의 가치가 시장화되더라도 그 내재적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상호간 수요공급이 맞는다면 내재적가치의 변화가 없다는 전제하에 효용이 극대화될 것이다. 그러나 센델이 보기에는 시장주의자들의 이러한 전제는 잘못되었다. 상품의 내재적 가치는 전통경제의 영역에서는 시장화를 통해 줄어들지 않지만 비경제의 영역에서는 시장화를통해 감소된다. 비경제 영역을 거래의 대상으로 보게되면 내재적 가치 자체가 다운그레이드되기 때문에 효용극대화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시를 하나 들자면 선물을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선물시장의 물화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우정을 간과해서 선물의 내재적 가치를 낮춘다
이에대한 시장만능주의자의 비판은 다음과 같다. 경제의 영역과 비경제의 영역은 명확히 그어지기 힘들고 최대한 많은 영역의 영역을 경제의 영역으로 두는것이 사회의 '한정적 미덕'을 더 잘 보존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시장만능주의자가 보기엔 우정, 사랑등의 내면적 가치는 한정적 재화이고 꼭 필요한곳에 쓰여져야 한다. 경제학의 영역을 최대한으로 넓혀서 꼭 필요한 극소의 영역에만 이를 사용하는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센델이 보기에 비경제적 영역은 그 자체의 고유한 성질을 가지며 이는 한정된 재화가 아니라 근육과 같이 사용할수록 강해진다고 본다. 시장주의자의 주장과는 반대로 미덕은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되어야 하는것이 아니라 사용할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용기로운 자는 용기로운 행동을 함으로써 용감해진다'는 명제를 인용한다. 비경제 영역의 시장화는 그 자체로 공동체의 가치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5개의 장을 통해 이러한 그의 주장을 수많은 예로 입증한다.
1장 새치기에서는 의회방청권 콘서트 등의 좌석이 시장영역에 의한 합법적 새치기로 변환되는것이 공동행사에 참여하려는 열정을 물화시킨다고 비판한다.
2장 인센티브에서는 최근 가장 핫한 '넛지'등 유인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 실증적 효과는 있지만 그 내재적 가치는 낮춘다고 본다. 예를들면 성적상승에 돈을 주는것은 실제로 성적을 상승시키지만 이는 공부의 목적인 탐구욕이라는 가치를 저하시킨다.
3장 시장은 도덕을 어떻게 밀어내는가에서는 공동체에서 보편적으로 지켜지는 도덕가치가 시장화될때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가치의 하락을 말한다
4장 삶과 죽음과 시장에서는 가치중 가장 중요한 생명권마저 시장화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여기서는 보험과 주식시장의 문제가 주로 다뤄진다
5장 명명권에서는 운동 경기장의 이름등이 기업명으로 변경되고 각종 ppl이 사회에 침투하면서 공동체생활이 위협받는 예시들에 대해 말한다.
21세기 자본도 그렇고 정의란 무엇인가도 그렇고 결국 비판은 설득력을 가지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문학적 수사를 동원해가며 감성만을 자극함.
응 나도 그부분에 대해 비판할거리가 많다고본다 손가락 불나고 너무 스압이라 쓰지는 못했음
센델 논변의 미덕은 쓸수록 증가하고 시장화는 가치를 degrade시킨다는게 충분히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논거가 분명치 않으니 대안도 확실치가 않아. 시장주의자들은 모든걸 숫자로 보기 때문에 금융위기등의 실패도 수치화했고 수치화된 대응책을 마련하려 하는데. 미덕이 낮아진다 미덕을 증진시키자 토론을 중시하자 이건 좀 뜬구름잡는식이야
그래도 효용 극대화론자들의 기본가정인 재화가치의 불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가치 자체가 낮아질수 있다는 주장은 통찰력있었음.결국 말과 말의 싸움이지.
감성만을 자극한다기엔 기본가정을 해부한게 감성팔이까진 아닌듯..
책 잘읽었네 책에서 중요한 논점이랑 쟁점들 캐치 진짜 잘했다
최근 독갤 서평글중에 제일 잘쓴편인듯
나도 미덕이 대해서 미덕이 한정된 가치라는 시장주의자 논변을 반박하며 미덕이 쓸수록 증가한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고 아리스토텔레스 권위에 호소하는 것으로 읽었고, 명명권 비판은 너무 옛날 사고방식처럼 보였음 ㅇㅇ
샌델식 공동체주의가 매킨타이어류보다 고대적인 virtue나 good 개념에 호소해서 그런 점들이 있는거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