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소돔 120일 등등 도갤 시절부터 어린 독서 입문자들을 낚기 위해 선별된 여러 책들 중 하나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율리시스의 그 알 수 없는 문장과 소돔 120일의 거부감이 드는 내용처럼 이 소설은 넘쳐나는 분량, 장황을 넘어서는 묘사로 악명이 높다.


 밑에 내가 쓴 글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책은 모든 장면을 그냥 묘사하지 않는다. 아무리 적어도 두세 줄은 묘사가 이어나가고 그 이상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읽다보면 문장 내에서 길을 잃어 방황하는 경우도 많아 한 번 읽은 부분을 다시 읽어야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다.


 거기다 다른 장황한 묘사를 가진 소설들과 구별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의 특징이 있다면 한 장면에서 연계되어 끊임없이 회상이 계속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부모님과 아침 미사를 갔다가 이웃을 만나고 다시 집에 돌아오는 내용이 있다고 하자. 다른 소설에서는 100페이지 이내로 끝날 정도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아침 미사를 가기 전 자기 가족들에 대한 여러 추억 얘기들, 미사 장소인 성당에 관한 추억과 묘사, 그 성당 뒤편의 종탑에 대한 찬양과 묘사, 돌아오면서 만나는 이웃에 대한 설명과 그와 자기 가족과의 관계,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산책 했던 일에 대한 회상과 더불어 그때 만난 여자애에 대한 그리움 등 이런 식으로 내용을 전개해 나간다. 읽다가 지쳐서 내일로 미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 책을 그저 의미 없는 묘사만 잔뜩 들은 책으로 치부하고 거를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물론 나도 1권만 읽었지만) 한 번 정도는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추억이 가득하다. 나무위키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요 내용은 제목에 맞게 마들렌과 홍차를 맛본 화자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현재의 시간까지 쭉 회상하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소설에서 보여주는 여러 장면들은 이제 잊힌 추억들을 되새기는 느낌을 준다. 특히 일몰을 묘사하는 장면이나 길가의 여러 풍경들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내가 예전에 보았던 비슷한 광경을 보았던 체험과 맞물리면서 마음속에서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산처럼 쌓인 문장 속에서 내가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갈 수 있었던 건 그러한 느낌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특별한 철학을 담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눈에 띄게 몰입 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오직 묘사를 통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 하나만으로 승부한다. 나는 이 책을 꼭 한 번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의 추억을 되돌아보며 묘사들 속에 잠기는 것은 웬만한 소설에서 해볼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때로는 이런 식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소설도 좋지 않은가..... 도갤 시절에는 장난으로 필독서라는 이름이 붙었을지도 모르지만 살아가면서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현재 몇년 째 다음 권 소식이 없는데 중지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물론 빨리 나오는 날림번역은 원하지 않고 그저 꾸준히 천천히 나와 주기만 하면 만족한다. 그니까 제발 교수님 부탁드립니다 ㅠ 완결은 지어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