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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후미오, <플라나리아>
5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마지막 한 편을 제외하곤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들이고, 대체로 대책없는 인간들이 나온다.
그러니까, 젋은 나이에 유방암에 걸리서 한쪽 유방을 잘라낸 뒤 삶의 의욕을 상실한 백수 처자라던가
20대 중반이 되어서 7년간 교제한 남자와 결혼을 해야될지 말지 고민하는 와중에
남자친구를 제외한 다른 남자들과 바람을 피고다니는 여자라던가
뭐 암튼 요즘 남녀갈등에 충분히 불을 지필만한 그런 소재를 가지고 쓴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 비슷한 여성서사란 명목으로 묶이는 한국 소설과는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등장인물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가 이기적이고 한심하고 무책임하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점 즉, 자기합리화를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동시에 작가 스스로도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에 대해 단죄나 변명의 서사를 구태여 부여하지 않는 점이다.
그렇게 도덕적 윤리적 판단이 유보되고 중지된 채 소설은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경쾌한 필치로 보여줄 따름이다.
(그런 면에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연상되는 소설들 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유보되고 중지된 윤리적 판단 덕에 오히려 독자는 등장인물의 심리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요즘 한국의 젋은 여자 소설가들은 자신이 소설을 쓰는 스탠스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할 뿐이라는 사실에 대해
무식해서 모르거나, 알면서 그걸 통해 책 팔아먹고 유명인이 되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거다.
그리고 그게 제일 촌스러운데다가 역겹고 가식적이어서 싫은 부분이다.
암튼, 삶은 부질없다.
목표를 가진 삶도 목적이 없는 삶도 부질 없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런 삶에 대한 생각이 진짜로 부질없는 이유는
삶이 부질없다는 사실을 알아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이
그 삶을 사는 우리는 내내 불만족스럽고 불안하다는 점이다.
인간은 그렇게 프로그래밍된 존재라서 불만족스럽고 불안한 삶이란
인간이 삶을 대하는 디폴트 값이다. 헤어나올 방법 따위 존재하지 않는 무간지옥이다.
선술집 이야기가 재밌던데 - dc App
다 읽을만하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