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나기빈이라는 러시아 작가가 썼다.
어제는 이 책 단편 중에서 <사랑과 깃발>의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나는 가끔 그 단편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릴 때가 있다.
어째서 그토록 서글퍼졌는지 생각해보곤 한다' 는 회상하는 말투로 끝난다. 물론 다른 단편들에서도 종종 그렇게 생각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이 책을 꽤 좋아해서 에이브 전집을 버린 다음에도 갖고 있었다. 지금 손에 넣은 이 책은 2013년에 중고서점을 통해서 샀다.
그리고 그때 이 책을 주문하고 흥분해서 일기를 썼었다.
어렸을 때는 겨울 떡갈나무 단편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피오네르의 빨간 넥타이’하고 애완동물 거북이 이야기가 나오는 단편을 좋아했다.
그 다음이 소녀와 메아리’였고 사랑과 깃발은 좀 다른 의미로 좋았고, 나머지 단편을 다 합친 것보다 피오네르의 빨간 넥타이’ 하나가 더 좋았다.
방금 떡갈나무..를 읽고 신기했던 것은 몇달 전에 그만두긴 했지만 내가 언어 선생님이 되었다는 것이고 추운 나라에서 생활해 볼 기회도 있었다는 거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공원마다 동상이 있고 여성의 역할이 한국과 다르다.
작품 속 화자인 스물 네 살의 안나 바실리예브나 선생님은 모든 마을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고 건강해서 러시아의 한겨울 날씨에 짧은 코트를 입고도 상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작년에는 두려워하면서 수업에 들어갔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고, 온화한 목소리로 수업을 이끈다고 되어있다. 아무튼 자신감이 넘친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순진하다.
숲길을 통해 학교로 가는 선생님한테 사슴이 나오면 나뭇가지를 흔들어서 쫓아내라고 하는 부분도 웃기다.
남이섬에 가면 사슴이 있겠지만 서울에서는 할 수 없는 대화다.
중간에 길에서 만난 학부형과 인사를 하는 부분에 ‘무릎까지 오는 하얀 펠트 장화를 찰싹 때리며’라는 문장이 이제 그림으로 그려진다.
하얀 펠트 장화 속에 하얀 펠트 덧신을 신곤 하는데 가죽과 펠트로 만든 긴 장화로 남자 어르신들이 많이 신는다.
그리고 길이 포장이 되어있지 않고 눈을 털어내지 않으면 신이 젖어 발이 차가워지기 때문에 습관처럼 발을 굴러서 먼지랑 눈을 털어내고 종아리에 붙은 눈가루도 그렇게 해 줘야 한다. 계단이나 큰 돌멩이를 차거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아저씨처럼 막대기로 툭툭 쳐서 그렇게 해 줘야 한다.
인사하려고 모자를 들어올린 학부형에게 얼른 인사를 하고 추우니까 빨리 모자를 쓰시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아마 영하30도 정도거나 어느 지방인지 모르니까 잘 알 수 없는데 20도 정도이거나, 11월 중순부터 낮 기온이 영하23도, 아침에는 그보다 낮은 35도기때문에 모자를 벗지 말라는 말이 자연히 나오는 상황을 말한다.
장난으로나 건강을 과시하고 싶어서 모자를 벗을 수는 있다.
그래서 그 다음 나오는’추위 따위는 겁나지 않는다는 듯 일부러 꾸물거렸다’가 무슨 소린지 알 수 있다…
살려고 하는 일에 지나지 않았지만 가끔 학생이 내 수업을 좋아해주면 기뻤다.
가르치는 일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뭐가 됐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거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몇가지 재미있게 느껴진 점이 있어서 적어 보았지만 나는 과거에 빠져 사는 사람은 아니다.
어쨌든, 집에서 좀 가면 나무도 있고 산책로도 있다. 다음 아주 추운 날 산책을 하고 와서 이 책을 다시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날씨랑 어울리는 글이다 ㅊㅊ
읽어봐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