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류의 진실이란, 거짓말이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진정한 작가에게 이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토마스 만과 프루스트처럼 엄청난 장편을 쓰는 사람이든, 체호프와 카버, 치버처럼 거의 단편밖에 쓰지 않는 사람이든, 진정한 작가라면 모두들 이것을 알고 있다. 엄청난 진실, 중요한 일, 깊은 진상이 있는 일들은, 있는 그대로를 말로 옮기더라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그럴 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진짜 같은 느낌이 생기지 않는다. 눈물 흘리고 신음하고 소리치고 콧물까지 늘어뜨려도 슬픔이 부족한 깊은 슬픔. 맨발로 뛰어오르고 “야호”라고 기세등등 외쳐봐도 기쁨이 부족한 큰 기쁨. 그런 것이 현실 세계에는 너무 많다고 느끼지 않는가? 그렇게 느낀 적이 없다면 그것은 이야기 따위는 필요가 없는 인간이겠지만, 이야기가 필요 없는 인간이 어디 있을까? 뭐 그런 건 어찌됐든, 그러한 정공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버거운 것들을, 이야기라면 (잘만 하면) 부족하지 않게 전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하고 싶은 진실을 거짓말을 통해 말하며, 그런 창작물을 통해 눈물을 초월한 울음/웃음을 초월한 즐거움/통증을 초월한 고통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이야기다. 그래서 더더욱, 이렇게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작가야말로 이야기의 도구라고, 작가를 써서 이야기는 진실을 전하는 거라고, 그렇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야기인 것이다.
[일반] 마이조 오타로, <어둠 속의 아이들>
디스코탐정수요..(rhythmachine)
2023-01-08 12:25
추천 6
댓글 4
다른 게시글
-
독갤에서 테드창 얘기가 많아서 검색해봤는데 [6][질문/답변] 익명(117.111) | 23.01.08추천 0
-
우울증 심하면 글이 안읽힘 [8][일반] 감자피자조..(dominozoa) | 23.01.08추천 1
-
생각없이 하루 10분정도 볼 책 추천좀 [4][일반] 익명(125.181) | 23.01.08추천 0
-
데미안에 이런내용있지않음?[일반] 익명(112.155) | 23.01.08추천 1
-
독붕이 유럽 다녀올게 [11][인증📸] 프랜즌(qhdhdtjs123) | 23.01.08추천 12
-
마담 보바리를 모더니즘적인 작품으로 보기도 함? [3][일반] 익명(213.162) | 23.01.08추천 0
-
워크룸 몰로이 번역할려나 [5][일반] 데이빗집단..(yoyojune) | 23.01.08추천 0
-
괴롭구만 [7][일반] EBS광팬(kjs3909) | 23.01.08추천 0
-
옮긴이 돈 괜찮게 범? [2][질문/답변] 익명(223.38) | 23.01.08추천 0
-
니들은 문학 GOAT가 누구라 생각하냐 [6][질문/답변] rewritetim..(clxuaruamynq) | 23.01.08추천 0
뭐야 원서 읽으신 것?? - dc App
쓰쿠모주쿠 역자 해설 부분에 인용돼있음
아하 - dc App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