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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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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기는 하지만, 과연 내가 이런 흥미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었는지는 좀 의문이다. <노바>는 기본적으로는 좀 뻔한 영웅의 전설과 같은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 신흥 가문의 후계자인 로크 본 레이가 기존의 식민지를 운영하는 레드 가문에 맞서 핵심적 자원인 일리리온을 확보하고자 여행하는 이야기로, 성배 탐색이나 여타 조셉 캠벨이 분석한 영웅의 여정 이야기 중 어느 것과 비교해봐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질 테다. 사실, 대놓고 그렇게 하기를 유도하고 있는 이야기기도 하다. 타로 카드나 여러 판타지적 요소들로 성배 전설에 대한 암시를 할 뿐 아니라, 이 이야기 자체를 메타적으로 바라보도록 요구하는 작가 지망생 선원이 있는 탓이다.


<노바>는 좀 고약한, 텍스트의 내용보다도 텍스트 자체에 주목하도록 요구하는 소설이다. 로크 본 레이가 몰던 첫 우주선의 이름은 "캘리밴"으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탈식민주의 비평에서 어떻게 읽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노바>에서 대놓고 보여주는 식민제국과 식민지 사이의 관계나 로크의 배의 선원들이 집시 소년을 포함해 얼마나 다양하게 식민지 주민들을 대표하고 있는지를 떠올리며 실소를 머금을 테다. (물론, 그 집시 소년 마우스가 직접적으로 자신의 목pharynx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하며 자신의 악기 시링크스syrynx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에서도.)


작중의 선원들을 비롯한 인물들이 노동을 하는 데에 필수적인 것으로 나오는 사이보그 식의 "소켓"은 신경과 기계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도구로, 이를 통하여 보다 더 자신의 노동에 정감을 느끼게 된 노동자들은 비단 지구를 포함한 드라코 지역 뿐 아니라 착취당하는 외곽 식민지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큰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 이들은 이 굴레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고, 현상 유지는 바로 그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굴레의 가장 위쪽에 서 있는 드라코 지역의 주요 관심사다. 참 오랜만에 듣는 직설적인 맑시즘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동성애적 코드도 숨기지 않는데, 로크와 마우스 사이에는 <모비딕>에서 에이허브 선장과 핍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기류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모비딕>과 <노바> 사이의 연관성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기는 하지만.) 사실, <노바>의 중심이 되는 목표이자 사건인 '일리리온을 채취하기 위해 폭발하는 신성을 우주선으로 통과한다' 라는 것조차 항1문성교를 은유하는 것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약간 너무 정신분석적 비평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작중의 다양한 메타적 장치들을 생각하면 가능한 해석이긴 하지 않을까.


그래도 모든 것은 은유, 그것도 메타적인 은유일 뿐이다. 소설을 쓰고자 준비하는 케이튼이 의미심장하게 <노바>의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마치 소설 지문마냥 묘사하는 장면들에서 이따금 힌트를 던지는 걸 제외하면, 상술한 내용들은 사실 독자에게 곧바로 와닿지는 않는다. 아마 이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노바>는 그저 재밌고 서술 방식이 조금 특이한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로 읽힐 테다. 그 점에 있어서는 사실, 잘 모르겠다. 딜레이니가 젤라즈니에 비해 한국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 건 아마 이런 이유 아닐까. 딜레이니의 상상력과 진부함 사이의 균형은 젤라즈니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맞춰지는 듯하고, 나는 제도적 보수성과 과학적 진보성을 내세우는 젤라즈니가 딜레이니보다는 좀 더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