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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묻을 때 나는 육군에서 갓 제대한 무직자였다. 벌써 30년이 되었다. 아버지는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셨다. 병장계급장을 달고 외출 나와서 가끔씩 아래를 살펴드렸다.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그 언저리에 와 있었다.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관이 구덩이 속으로 내려갈 때 내 어린 여동생들은 따라 들어갈 것처럼 땅바닥을 구르며 울었다. 불에 타는 듯한, 다급하고도 악착스런 울음이었다. 나는 내 여동생들을 꾸짖어 단속했다.


―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


내 아버지께 배운 말투였다. 여동생들은 질려서 울지 못했다. (하략)


- [아버지의 추억], 김훈, 조선일보, 2004.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적에 여동생들이 옆에서 울고 있으니까

'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라고 단언했다는 썰....


분명 웃긴 썰이 아닌데 그 특유의 어조랑 '여동생들은 질려서 울지 못했다.' 라는 이 뭔가 웃음을 자아냄.

그야말로 인생 자체가 「김훈」이라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