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욕)을 좋아하는 사람은 골수가 마르고 살이 빠진다. 그러다가 죽게 되는 날 밤에도 욕망의 불꽃이 위로 치솟아 부르지만 끝내 뉘우치는 마음이 없다. 그가 이룬 것이라곤 하나의 색에 빠진 아귀일 뿐이다.
나는 그런 인간을 일찍이 비웃고 가여워하고 두려워하고 경계하였다. 허나 내 자신이 불행히도 그런 인간과 가까운 점이 있는 줄을 까맣게 몰랐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이 색을 좋아하는 것과 너무도 비슷하다. 요사이 유행하는 풍열로 인해 오른쪽 눈마저 가렵다. 남들은 몹시 걱정하며 모두들 책을 읽어 생긴 병이라고 하였다. 나도 그렇다고 인정하기는 한다.
그러나 책은 차마 하루도 떠나질 못한다. 한 오라기의 실눈이라도 뜰 수 있다면 글자와 먹 사이의 정화에 집중하여 맥망이 '신선' 이란 글자를 파먹는 방법을 쓴다. 그러니 저 색에 빠져 죽은 자들이 내게 야유를 퍼부을 게 분명하다.'
(이덕무 저 《이목구심서》)
한줄요약: 이덕무 "나는 색(욕)만큼 책을 좋아하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책을 더 많이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독서광이다"
반쯤 드립으로 써먹는 '독서는 야스와 다름없다'를 진지하게 자기 책에 써넣은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 싶음.
에이즈(풍열) 걸렸는데 색스 중독에 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