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는 전당포 노파를 죽인 일에 대해선 나름 가책과 후회를 느끼는 것 같음.
괴로워하기도 하고 노파가 나오는 악몽도 꾸니까.
(근데 쓰면서 생각해보니 노인살해에 대한 로쟈의 감정은 뉘우침은 아니네.
그냥 혐오와 두려움일 뿐이지. 하여간 이상한 새끼..)
읽을수록 이상한 부분은, 실수로 혹은 계획하지 못하고 죽인
노파의 동생에 대한 후회나 가책이 없다는 거임.
노파에 대한 살인이 (개똥 철학이나마) 신념 하에 행해진 다소 정신적인 행위였다면
범행 현장의 목격자를 없애 용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죽인 노파의 동생은 (앞의 것에 비해)
더 치졸하고 더 잔혹한 행동이니까,
난 처음에 이 부분을 읽을 때 난 '나중에 로자가 자기 행동을 뉘우치게 된다면 두 번째 살인 때문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놓친 건진 모르겠지만 딱히 없음.
오히려 후반부에 "그들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운운하며
소냐와 학대받는 민중의 범주에 그 노파의 동생까지 넣어 여전히 관념적, 이성적 연민으로만 그들을 대하지
그런 죄없는 존재를 자기 이익을 위해 죽였다는 걸 회개하진 않음.
그래서 잠정적인 내 결론은,
후반부 로쟈의 뉘우침은 적어도
두 인간을 살해한 것에 대한 도의, 인간적 차원의 뉘우침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임.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함?
난 오히려 동생 죽여서 죄책감 든 거로 생각했음 계획대로 노파만 죽였으면 죄책감 안느꼈을 거 같음 - dc App
로쟈가 감정적인 미안함을 느끼는 부분이 별로 없기는 함. 죄와 벌의 내용을 합리적 이성과 도덕적 본성의 충돌이라고 보면, 로쟈는 신이 주신 본성을 부정하고 인간의 합리적 이성으로만도 도덕적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음. 그 정신상태와 상황, 실수가 겹쳐서 살인이 발생했음. 로쟈는 본성을 부정했기에 아무 느낌도 없을 것 같았지만, 사실상 범죄의 모든 증거가 사라진 상태에서도(심지어 다른 범인이 지목된 상태에서도) 여전히 고통을 받았음. 그건 로쟈가 부정한 본성이 사실은 부정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고, 로쟈는 끝까지 이성으로 이 본성을 부정하면서 그 충돌로 고통을 받음.
그 후 소냐와 기독교적 가치를 통해 구원을 받았으나, 이는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합리적 이성만으로는 도덕적 인간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국한되었음. 프롤로그에서 주저리주저리 하는 거 보면 아직 본성을 긍정하고, 이성과의 합일까지 도달하지는 못한 것이고, 아마 2부에서 그 내용을 다루면서 감정적인 미안함도 묘사되고, 인간적인 회개와 뉘우침을 다루지 않았을까 싶은데 작가가 죽어버림
내가 보기엔 딱 들어나는 것 같은데? 라스콜니코프는 자기가 힘드니까 자수한 거지 딱히 살인 반성은 안 함. 라스콜니코프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추종하는데 이에 따라서는 초인론이 전혀 잘못된 게 없거든. 라스콜니코프는 (돈이 없었든, 자기를 실험해보고 싶었든)살인을 하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완벽한 초인론을 따랐고, 문제는 그의 감성에 터진 것일 뿐이지 딱히 초인론엔 문제가 없었음. 그러니까 라스콜니코프는 자기가 초인이 아니란 건 받아들여서 감옥에는 갔지만 논리적으로 따져서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살인 자체는 반성을 안 하는 거임.
살인 자체에 대한 반성의 여미(기독교적 가치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여미 수준이 아니라 회개는 확실해보이지만)를 주는 에필로그2에서도 초인론은 논리적으로 깨지지 않았고 대신 라스콜니코프가 초인론의 부작용과 함께 감성, 믿음, 신앙의 중요성과 가치를 받아들이면서 비논리적이게 무너짐. 그러니까 이성 이외의 것에 대해 제대로 깨닫지 못한 라스콜니코프가 본편 중에서 살인 자체에 대해 참회하지 않는 건 당연하지. 죄가 있는 노파를 죽였든 죄가 없는 리자베타를 죽였든 어차피 논리적인 초인론의 관점에서는 일말의 문제도 없으니까. 그래서 내 결론은 라스콜니코프는 작품 내에서 참회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안 보여줬다는 거임(확실히 회개 하겠구나!하는 장면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확실히 그렇게 읽는 게 맞는 듯. 엔딩에서 소냐에게 무릎 꿇는 장면도, 서두에서 소냐에게 무릎 꿇으면서 "난 네게 무릎 꿇는 게 아니라, 고통받는 민중에게 꿇는 거야" 운운했던 장면과 수미쌍관 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