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는 꽤 된 책이지만 두께 때문에 미루다 이제야 읽어보았다. 그리고 연휴 동안 상당히 괜찮은 책을 읽었다. 600 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이틀 동안 상당히 몰입했던 것 같다.


소설 내의 문장들은 간단하고 짧게 서술되어 있다. 현학적인 표현 없이 무덤덤하게 최소한의 묘사만 하는 모습은 전에 읽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대비되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문장들이 전쟁 중인 시대 배경과 어우러져 극도로 메마르고 인간미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1부가 이러한 성격이 강하다.


소설은 2부 까지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1부는 주인공인 형제의 삶을, 2부는 국경을 넘지 않고 남은 형제 한 쪽과 마을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의 모습은 2부 마지막 장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2부의 에필로그부터 소설의 끝까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앞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을 보여준다.


다 읽고 난 후 이번 달 초에 읽었던 이언 매큐언의 ‘속죄’가 생각났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속죄’는 이야기가 좀 더 분리되어있고 이 책은 서로 뒤섞여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의 제목이 하고 싶은 말은 뭘까. 1부와 2부는 결국 거짓말이었다. 국경을 넘은 사람의 이름도 거짓말이었고 형제가 헤어진 이유도 거짓말이었다. 결국 남은 진실이었던 건 두 사람의 삶이 매우 혹독하고 힘겨웠다는 것, 그리고 그 끝은 허망하다는 것 이 두 가지 뿐인 것 같다.


상당히 몰입하면서 읽었지만 뭔가 허무함과 찝찝함에 의해 뒤끝이 좋지는 않다.(생각해보면 ‘속죄’도 이랬다.) 방대한 분량 속에서 의미 있던 내용은 후반부뿐이고 사이코 드라마일 가능성 까지 생각했던 앞 내용은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다.... 몰입은 됐지만 즐겁진 않았던 뭐 그런 소설이다.


혹시 소설 속의 거대한 철학적 탐구나 통찰 이런 게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셈. 생각 좀 해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