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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읽은 지 세 달이나 지났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적어놓은 게 있으니 그거 바탕으로 노력해보기로 한다

사실 내용에 관한 거는 이미 사람들이 엄청 적었을 거고

나도 예술에 대해서는 What보다는 How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그것을 위주로 존나 무슨 의식의 흐름처럼 한번 적어봄


1

기본적으로 1984가 장르소설 이전에 고전의 반열로 이른 이유는

철저한 복선이나 상징의 사용 같은 것이라고 생각함

예를 들어 박살 나는 문진은 대놓고 나오니 얘기할 것도 없고

처음 나는 오른발에 난 궤양에 주목했음

왜 하필 '옳은(right)' 발에 궤양이 났을까? 언제 그 궤양이 간지러울까?

내 생각엔 윈스턴 본인이 '옳지 못한' 일을 할 때, 정확히는 회의감이 드는 일을 할 때라고 생각함

실제로 줄리아와의 만남을 여러 번 가진 이후, 윈스턴의 궤양이 가라앉음

(고문당할 때 궤양이 곪아 터진 건 읽은 지 오래되기도 하고 내 능력도 떨어져서 모르겠다;;)

또 다른 사소한 점으로는 숫자 13 같은 것들

당장 첫 문장만 봐도 13시를 가리키고

이 분 증오였나 처음에 그 장면 보면 오브라이언을 12번쯤 봤다고 하는데

그다음 13번째 보는 때가 바로 오브라이언이 사전 받으러 오라고 꼬실 때

또 한 가지는 2부에 줄리아를 만나러 가는 길에 계속 나오는 블루벨 꽃

위키를 찾아보니 블루벨의 꽃말은 빛과 애국심이라고 한다

내가 볼 때는 굉장히 의도적인 선택임


2

작품 전체를 보면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유가 없으면 애초에 나누질 않았겠지

거꾸로 살펴보면 3부에선 결국 빅브라더에 패배하는 과정, 2부에선 저항하는 과정이 나타났으니

1부는 저항하지도 순응하지도 못하는 일종의 혼란기를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음

당장 1부를 보면 윈스턴은 선천적으로 붉은 얼굴이라고 하고

앞서 말한 궤양과 같은 요소가 이를 지지해준다고 생각함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 한다면 2부 후반에 갑자기 문학이 비문학으로 바뀜

당장 카탈로니아 찬가도 부록으로 빼도 될 내용을 중간에 넣어서 살짝 늘어졌던 것으로 기억함

뭐 극도로 세세한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식으로 장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신어 내용을 뒤로 뺐듯이 똑같이 해줬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함


3

이렇게 나름대로 분석은 해봤는데 내가 무식해서 내용에 대한 건 잘 모르겠다

3부 보면 존나 철학적인 내용 나오고 하는데 당장 나는 러셀의 철학의 문제들 잃고 리타이어하는 등신이라;;

읽고 한참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내용이 무슨 퀴어 소설 같음

1부에서 혼란기를 겪던 윈스턴을 2부에서 줄리아가 꼬시려하지만

오브라이언의 도움으로 3부에서 '큰 형님'의 사랑을 알게되는...

생각해보면 오웰은 런던 구빈원을 떠돌면서 냄새나는 형님들과 한자리에서 같이 자던 경험이 있음

... 아마 이런 걸 오독이라 부르고 틀린 해석이라 부르나보다


모르겠다 나는 이런 건 모르겠고 그냥 위에처럼 how를 분석하는 게 훨씬 더 재밌음

짜피 1984는 미래의 내가 나중에 원서로 재독 하겠지 뭐

이미 철은 지났지만 다음 소설은 크리스마스 캐럴 읽을거임



(참고: 수상하게 내 해석과 유사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