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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이 아비는 네가 학업을 마치고도 경제 활동은커녕 사회 활동조차 하지 않은 채로 그저 시간만 흘려 보내며 지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저 믿고 지켜 보고만 있었다.

아주 예전에 너가 없는 사이에 네 방의 책장을 잠깐 보았단다.

존재와 시간, 순수이성비판, 논리철학논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한창 공부하던 시절에도 읽지 못하던 책들이 내 자식의 책장에 가득 꽂혀 있는 걸 보고 언젠가 내 아들이 그만큼 힘껏 날아오를 것이라 기대했단다.



헌데...

며칠 전에 네 컴퓨터를 쓰다가 이전 사이트 방문을 눌러보았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만화 캐릭터의 탈을 쓰고 나오는 라디오 방송은...

책장으로 네 아버지를 속인거니?

이 아비는 이제 널 감당 못하겠구나.

물론 제대로 관심갖지 못한 내 책임도 있겠지만, 어쨌든 네게 배신감까지 들었다.

집안사람들에겐 네가 세상 공부를 하러 나갔다고 말할거다.

긴말 않겠다.

여기 천만원이랑 네가 입고 다니던 여벌의 옷이다.

추석 전에 내 집에서 나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