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니체와 포스트모더니즘 시리즈는 헤겔을 극복하려는 또 다른 시도를 하나 소개하고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과 이번에 소개할 논리 실증주의자들의 목표가 성공했는지를 최종적으로 적는 걸로 마무리하려고 생각을 했음. 근데 갑자기 바빠지기도 하고 귀찮아져서 미뤄두다가 지금 다시 쓰게 됨ㅎㅎ;;


들어가기 전에 전 내용을 간단히 복습해보자면, 데카르트 - 칸트- 헤겔로 이어지는 형이상학의 계보를 들뢰즈가 부정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들고 온 게 바로 니체의 철학이라고 생각하면 됨. 근데 사실 형이상학, 더 나아가 서양 철학은 한 천재에 의해서 한 번 붕괴할 뻔 함. 철학은 그저 말장난일 뿐이고, 싹 다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신마저 모독하는 희대의 천재, 바로 데이비드 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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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의 논리는 간단했음. 우리의 생각엔 크게 두 가지가 있음. 첫째는 인상이고 두번째는 관념임. 인상은 감각기관을 통해 우리가 받은 느낌임. 반면 관념은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임. 근데 관념을 잘 살펴보니까 관념은 사실 인상들의 다발에 불과함.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생각은 사실 모두가 다 인상이라는 거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들임. 근데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감각으로 겪은 경험은 불완전함. 착시나 이런 소리가 아님.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인 귀납의 문제가 있음. 오늘까지 해가 동쪽에서 뜬 다는 것이 내일도 해가 동쪽에서 뜬 다는 걸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음. 즉 모든 지식은 본질적으로 경험적 지식인데, 이 경험적 지식은 본질적으로 합리화가 불가능함. 이 말인 즉슨 모든 지식은 결국 참이라는 걸 결코 증명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어버림. 결국 데이비드 흄은 신이니 이데아니 보편적 진리는 그저 말장난일 뿐이며,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냄. 인간오성탐구의 마지막 문장이 데이비드 흄의 결론을 매우 정확하게 설명해줌.


"이러한 원리들에 만약 설득되었다면, 우린 도서관에 갔을 때 무슨 난장판을 쳐야만 할까? 예를 들어 신학이든 강단 형이상학이든 책을 아무거나 한 권 쥐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묻자: "그 책에 양이나 수를 따지는 추상적 추론이 담겼는가?" 아니오. "그 책에 사실이나 존재 문제를 따지는 실험적 추론이 담겼는가?" 아니오. 그렇다면 불구덩이에 던져버려라. 그 책엔 궤변과 환상 말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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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의 이 논리는 그야말로 철학계에 떨어진 핵폭탄이라고 할 수 있음. 철학의 모든 논의를 근본부터 부정해버렸거든. 문제는 이를 반박할 수가 없었음. 데이비드 흄의 논리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했거든. 그래서 초토화된 철학계를 구원하기 위해 한 남자가 등장함. 그게 바로 칸트임. 칸트는 데이비드 흄의 논리를 어느 정도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냄. 바로 경험을 통하지 않고서도 얻어낸, 선천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동시에,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 있다는 걸 증명했거든. 바로 수학임. 아마 많이 들어본 얘기였을 거임. 분석적 판단과 종합적 판단, 선험적 판단과 경험적 판단. 데이비드 흄은 우리의 종합적 판단은 모두 경험적 판단이라고 주장했음. 그러나 칸트는 수학을 예로 들며 이를 부정함. 수학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종합적인 판단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 누구도 종합적으로 증명하지 않음. 우리는 미적분의 실체를 본적도 없고 떠올린 적도 없음. 그런데 이상하게 미적분은 세계 전체를 설명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로 쓰여지고 있음. 칸트는 이처럼 수학은 경험적 판단이 아니지만, 세상을 설명하는 종합적 판단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함. 선험적 종합 판단이 가능하다면, 더 이상 흄의 논리는 맞지 않음. 이렇게, 칸트는 수학을 이용해 흄의 논리로부터 철학계를 지킨 것 처럼 보였음.


그런데 만약 수학이 사실은 선험적 종합 판단이 아니라면...? 그 때부턴 다시 흄의 폭탄이 다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는 거임. 칸트와 헤겔이 쌓은 이성의 금자탑이, 흄의 폭탄에 의해 박살이 나버리는 거지. 참고로 자유론으로 유명한 존 스튜어트 밀은 수학 역시 경험적 종합 판단이라고 주장한 적 있음. 의외로 잘 모르는 사실. 암튼 이 때, 철학사와 수학사 둘 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 사람이 등장함. 바로 고틀로프 프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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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게의 목표는 단순했음. 수학은 종합판단이 아니라 사실 매우매우매우 복잡한 분석판단이라는 걸 증명하는 거임. 좀 더 직관적으로 맗하면, 수학을 논리학으로 환원시키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음. 수학이 논리학으로 환원되면 이번엔 칸트의 논리가 그 근본부터 싹 다 무너지는 거임. 프레게의 방식은 원시적인 집합 개념을 사용해서 자연수를 논리학으로 유도해내는 방식을 취함. 자세한 과정은 복잡하기도 하고 글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겠음. 프레게의 기획은 꽤 그럴듯해 보였음. 물론 수학을 완벽한 방식으로 논리학으로 환원하는 건 실패했지만, 암튼 환원이 가능해보이기 시작한거임.


이 방식은 철학계의 일대 혁명을 가지고 옴. 이유는 간단함. 선천적 종합 명제라 생각했던 수학이 사실은 선천적 분석 명제이고, 논리학으로 환원할 수 있게 됨.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선천적 종합 명제라 생각한 철학은 왜 논리학으로 환원하면 안됨? 이라는 생각이 철학자들 사이에서 들기 시작한거지. 한 때 라이프니츠가 꿈꾸던, 철학적 명제를 계산하는 게 실제로 가능해보이기 시작한 거임. 더 이상 칸트나 헤겔이 한 선문답은 의미가 없음. 이제 철저한 논리 고증을 통해 완벽한 철학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다시 데이비드 흄의 논리가 돌아가기 시작함. 이제 문제는 논리학이지, 복잡한 형이상학이 아니거든. 그리고 이러한 논리로 무장해서 철학을 다시 "올바르게" 만들겠다고 등장한 사람들이 있었음. 바로 스스로를 흄의 후예라 칭하는 논리 실증주의의 등장임.


"우리 시대는 논리학을 통해서건, 인식론을 통해서건, 그리고 맑스를 통해서건, 니체를 통해서건 간에, 모두 헤겔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 푸코의 말처럼, 들뢰즈 등은 니체를 통해 헤겔을 뛰어넘으려 했고, 논리 실증주의자들은 논리학을 이용해 헤겔이 서있는 철학적 기반 자체를 무너트리려 했음. 그렇다면 과연 헤겔을 철학의 왕좌에서 끌어내리려는 이들의 시도는 성공했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겔은 살아남아서 여전히 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을까? 그건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