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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글씨의 의미를 주의깊게 생각하세요. <그 이중적 의미를 모두 하나로 포괄할 수 있는 입장을 찾을 것>
1
당신이 만약 인간에게 천상의 불빛을 주시지 않았더라면
인간도 약간은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인간은 그것을 이성(理性)이라고 부르며, 오로지
어느 동물보다도 동물답게 살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2
인간이란 노력하는 동안은 방황하는 법이다.
3
선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에 휩쓸릴지라도
올바른 길을 결코 잊지 않는 것이라고.
4
지령(地靈)이여, 너는 내게 가깝다.
벌써 나는 나의 힘이 치솟는 것을 느낀다.
용감히 세상에 뛰어들어
모든 지상의 괴로움과 행복을 짊어지고
폭풍우와 힘껏 싸워
파선하는 경우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를 느낀다.
5
생명의 조수(潮水)속에, 행동의 모진 바람 속에
나는 물결치며 오르락내리락 한다.
저쪽으로 갔다가 이쪽으로 온다!
출생과 무덤
영원한 바다
변전하는 활동
불타는 생명!
이렇게 해서 나는 시간이라는 어수선한 옷감을 짜서
신의 생생한 옷을 만든다.
6
아아! 예술은 길고
우리들의 인생은 짧습니다.
저는 비판적인 연구에 힘쓰고 있습니다만
가끔 머리와 가슴속이 불안해집니다.
모두 근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을
얻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중간쯤 가기도 전에
아마도 저 같은 불쌍한 놈은 죽어버릴 것입니다.
7
저 사람 머릿속에는 아직 모든 희망이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로군.
언제까지나 천박한 일에 사로잡혀
탐욕스러운 손짓으로 보물을 캐내려고 하면서
지렁이를 발견하고 기뻐하고 있으니!
8
정신이 획득한 가장 훌륭한 것에도
끊임없이 이질적인 물질이 달라붙는 법이니,
우리가 이 속세의 선(善)에 도달하면
우리는 더 나은 선(善)을 거짓이며 망상이라고 부른다.
우리들에게 생명을 부여한 아름다운 감정들은
지상의 혼란 속에서 굳어져버린다.
일상속의 공상은 대담하게 날아올라
희망에 부풀어 영원한 것에로의 날개를 펴지만
행복은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서 차례차례로 부서져가며
좁은 공간 속으로 움츠러 들어가 버린다.
그러면 갑자기 가슴속 깊은 근심이 깃들고
그곳에 남모르는 고통이 싹트기 시작하여
불안의 몸부림으로 기쁨과 안식을 깨뜨린다.
9
속이 텅 빈 해골바가지야, 나를 향해 드러난 이빨의 웃음은 무엇이냐.
과거의 너의 뇌수(腦髓)도 나와 마찬가지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칠흑같은 어둠 속을 부지런히 탐구하며, 영원한 진리를 찾아 비참히 헤맸다는 것이겠지.
10
신비에 싸인 자연은 대낮에도
베일을 벗지 않는다.
자연이 너의 정신에 나타내려고 하지 않는 것을
지렛대나 나사로 억지로 틀어서 열 수는 없다.
11
이봐, 자그마한 플라스크병이여, 나는
너에게 인사를 하고 소중하게 내려놓는다.
나는 너를 통해서 인간의 지혜와 기술에 경의를 표한다.
포근히 잠들게 하는 영액(靈液)이여,
죽음을 가져오는 미묘한 힘의 정수(精髓)여,
너의 주인에게 호의를 보여라!
너를 보면 고통이 모두 가신다.
너를 손에 들면 노력할 의욕이 약해지고
정신의 조수가 차츰 물러간다.
나는 넓은 바다 속으로 이끌려 나가고
내 발 밑에 거울 같은 물결이 빛나며
새로운 날이 새로운 기슭으로 나를 부른다.
12
자, 내려오너라, 맑은 수정(水晶)의 잔이여!
오랫동안 너를 잊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낡은 상자에서 나오너라!
너는 조상들의 잔치를 통해서 번쩍번쩍 빛을 발하며
차례차례로 돌려지면서
근엄한 손님의 얼굴을 즐겁게 만들었다.
기교를 다해 나타낸 아름다운 영상들을
시구(詩句)로 읊으며
단숨에 들이키는 것이 술을 마시는 사람의 의무였는데
그런 일이 나의 청춘 시절의 많은 밤들을 회상하게 만든다.
오늘날은 너를 이웃 손님에게 돌리려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영상에 나의 시재(詩才)를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있는 것은 그 자리에서 취하게 하는
갈색의 액체*로, 이것으로 너의 빈속을 가득히 채우겠다.
내가 빚고 내가 선택한
이 마지막 한 잔을, 지금 정성을 다해서
축하의 엄숙한 인사로서 이 새벽에 바치노라!
[잔을 입에 갖다댄다.]
[종소리와 합창.]
*독약
13
그때는 넘치는 종소리가 그윽하게 울리고
기도가 열렬한 기쁨이 되었다.
그리고 이상스런 감미로운 그리움에 이끌려
나는 숲과 들판을 거닐었다.
그리하여 하염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노래는 젊은이에게 즐거운 유희와
봄 축제의 자유로운 행복을 알려주었다.
추억은, 어린아이 같은 감정으로
나를 마지막 엄숙한 순간에서 멈추게 했도다.
오오, 계속 울려다오, 달콤한 하늘의 노래여!
눈물이 샘솟고, 대지가 나를 다시 찾았도다.
14
아아, 이 미혹(迷惑)의 바다로부터
떠오르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
알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필요하고,
일고 있는 것은 소용이 없다.
15
항상 악을 원하지만 도리어 항상 선을 행하는 그 힘의 일부입니다.
16
인간은 어리석은 작은 우주인 주제에
자칫 전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전체였던 부분 중의 부분입니다.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입니다.
교만한 빛은, 어머니인 밤을 상대로
낡은 지위와 공간을 빼앗으려고 하지만
잘될 것 같지 않습니다. 아무리 애써보아도
빛은 붙잡혀 물체에 달라붙어 있으니까요.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와 물체를 아름답게 만들지만
물체는 빛의 진로를 가로막습니다.
그래서 나의 짐작으로는 머지않아
빛은 물체와 더불어 멸망할 것입니다.
17
단 하나의 소원도 이루지 못하고
모든 쾌락의 예감조차도
짓궂은 비평으로 산산이 부서져
활발한 가슴의 창조력도
속세의 수많은 추악한 일로 말미암아 방해되는 것을 생각하면
흐르는 눈물로 울고 싶어진다.
밤의 장막이 드리워져도, 나는
떨면서 불안의 잠자리에 몸을 눕힌다.
잠을 자도 안식(安息)을 얻지 못하고
사나운 꿈으로 위협을 당한다.
내 가슴속에 살고 있는 신은
나의 깊숙한 마음속을 뒤흔들 수는 있지만
나의 모든 힘 위에 초연하게 군림하는 신은
외부를 향해서 아무것도 움직일 수는 없다.
이리하여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짐스러워져
죽음이 소원이며 삶이 싫어진다.
18
이 비애의 동굴이라고 할 수 있는 육체에다
기만과 감언이설로 마음을 붙들어매는
모든 것을 나는 저주한다!
정신이 득의 양양하게 틀어박혀 있는
교만이 우선 저주스럽다!
우리들의 관능에 밀어닥치는
현상(現象)의 현혹(眩惑)이 저주스럽다.
우리들을 속이는 꿈속의 것
명예니 불멸의 명성이니 하는 거짓이 저주스럽다.
아내니, 자식이니, 하인이니, 쟁기니 하는
우리들에게 아첨 하는 소유물이 저주스럽다!
제물의 매력으로 우리들의 무모한 행동을 이끌어
안일한 쾌락에 빠지게 하려고
부드러운 방석을 밑에다 깔아주는
황금의 신을 저주한다.
쥐어짠 포도의 영액(靈液)을 저주한다.
신의 지대한 사랑의 은총을 저주한다.
희망도 신앙도 저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종(忍從)을 저주한다.
19
슬프다, 슬프도다!
그대는 아름다운 세계를
굳센 주먹으로 부쉈도다!
세계는 뒤집혀지고 망했도다.
절반은 신과 같은 사람이 세계를
두들겨 부쉈도다!
20
언제든 감언이설로 나를 속여
우쭐하게 만든다거나
나를 향락으로 속일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최후의 날이다!
내기를 하자!
약속을 하자!
내가 순간을 향해서,
정지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고 말하면
너는 나를 꽁꽁 묶어도 좋다.
그때 나는 기꺼이 멸망의 길을 가겠다.
그때는 조종(弔鐘)을 울리도록 해라.
그때 너는 나의 종으로부터 해방이다.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지면
나의 인생은 끝이 날 것이다!
21
세계는 수많은 흐름을 이루고 끊임없이 소용돌이치고 있는데
나는 한 가지 약속에 얽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러한 망상이 우리들의 마음속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그런 생각에서 탈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마음을 깨끗이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2
어지러운 생각을 나는 사양하지 않아. 극도로 괴로운 향락도
사랑 때문에 생기는 미움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분노도
숨 막히는 지식욕을 치료받은 내 가슴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달게 받아,
인간이 모두 받아야 할 것을
내가 받아 내 마음속에서 맛보리라.
이 정신으로 가장 높은 것과 가장 깊은 것을 붙잡아.
인류의 행복도 비애도 이 가슴속에 쌓아올려
이 자아(自我)를 인류의 자아로까지 펼쳐
인류 그 자체와 더불어 마침내는 나도 멸망하리라.
23
밤 이슬 맞으며 깊은 산 속에 누워 땅과 하늘을 황홀하게 부둥켜 안고
신과 같은 기분으로 부풀어올라
대지의 정수(精髓)를 예감의 힘으로 파헤쳐
6일간의 신의 창조를 가슴속에 느끼고
우쭐해진 힘으로 나도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을 맛보고
때로는 사랑의 기쁨에 도취되어 만물 속으로 흘러들며
지상의 아들의 모습을 완전히 상실하고
그리고 고상한 직관(直觀)을....
[어떤 몸짓을 하면서]*
이것으로 결말을 짓자는 것이죠,
*자위를 하는 모습
24
요컨대 때때로 자신을 기만하는 쾌락을
나는 막지는 않아요.
그러나 이런 것도 오래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이미 기진맥진했어요.
좀 더 오래 계속되면 닳아서
미치거나 괴로워하거나 공포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25
그애의 품에 안겨 느끼는 천국의 기쁨이 무엇일까?
그애의 품으로 이 몸을 따뜻하게 해도
나는 끊임없이 그애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도망자가 아닌가, 집 없는 나그네 아닌가?
목적도 안식(安息)도 상실한 비(非)인간으로서
폭포수가 바위에서 바위로 쏟아져 부서지며
정욕에 몸부림치면서 심연(深淵)으로 떨어져가는 것과 같지 않은가?
그와 반대로 그애는 한 옆으로 떨어져 어린애처럼 망연하게
알프스 고원(高原)의 조그마한 오두막 속에 앉아 있다.
날마다 집 안에서 하는 일은 모조리
작은 세계에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신의 미움을 받은 나는
바위를 부둥켜안고
그것을 산산조각으로 부숴도
아직 모자라, 그애를,
그애의 평화를 망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지옥이여, 너는 이 희생이 꼭 필요했단 말이냐!
악마야, 부탁한다. 이 불안한 시간을 짧게 해다오!
아무래도 일어날 일이라면 곧 일어나다오!
나의 운명이 내 머리 위로 떨어져
그애와 함께 멸망해도 좋다.
26
그들은 조그마한 불꽃 뒤를 따라가면서 그것으로
보물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악마(Teufel)와 운(韻)이 맞는 것은 유혹(Zweifel)뿐이니까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은 바로 적소(適所)에 있는 것이다.
27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소름이 온몸에 끼친다.
인간으로서 느끼는 모든 고뇌가 나를 엄습한다.
이 습기찬 벽 안쪽에 그 애가 갇혀 있는 것이다.
그 애가 범한 죄는 악의가 없는 미혹(迷惑)에 지나지 않는다!
너는 그애에게로 가는 것을 망설이지 말아라!
너는 다시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빨리 서둘러라! 네가 망설이면 그애의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 된다.
28
일곱 가지 빛깔 무지개의 변화무쌍한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뚜렷하게 그려지는가 하면 공중으로 사라지며
향기롭고 서늘한 소나기를 내리게 한다.
이 무지개야말로 인간의 노력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것을 깊이 생각해보면 더욱 깊이 알 수 있다.
색채가 있는 영상(映像)에 의해서 우리들은 인생을 붙잡는 것이다.
29
인간은 변하기 쉬운 것이고 시간도 변하는 것이니까요.
누구든지 맘껏 원해서 손에 넣은 것을 품안에 꼭 지니고 있지 않고
더없는 행복도 습관에 젖어가지고
더욱 탐나는 것을 어리석게도 동경하게 되는 것입니다.
태양을 피하고 서리를 따뜻하게 녹이려고 합니다.
30
이제 너는 매우 귀찮은 짐을 내려놓았으니
이제부터는 자유로운 몸이다. 서슴지 말고 너의 세계로 가거라!
이곳은 너의 세계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얽히고 설켜서 알록달록하고 거칠게
비뚤어진 형태의 것이 우리들을 에워싸고 웅성대고 있다.
오직 네가 맑은 눈으로 깨끗하게 갠 천지(天地)를 보고
자신이 자신의 것이 되고 자기 자신만을 믿는 곳,
미(美)와 선(善)만이 마음에 드는 곳, 그곳으로,
저 고독의 세계로 가거라!
그곳에서 너의 세계를 만들어라.
31
바그너
완성되는군! 덩어리가 움직여서 맑아집니다!
확신은 점점 굳어집니다.
우리들이 자연의 신비에 대해 찬미한 일을
감히 지력으로 시험해보는 것입니다.
자연이 이제까지 유기적으로 이룩한 것을
우리들은 결정(結晶)화시켜 만들어내자는 것입니다.
올라온다. 번쩍인다, 엉겨서 굳어진다.
눈깜짝할 사이에 완성되는구나.
위대한 계획이란 처음에는 미치광이의 장난처럼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연의 작용을 비웃어주겠다.
훌륭한 사고를 하는 두뇌도
장래에는 사상가에 의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황홀하게 프라스코를 응시하면서]
유리가 부드러운 힘에 의해서 소리를 낸다.
흐려졌다가 다시 맑아진다. 이제야말로 틀림없이 완성된다!
귀엽게 생긴 작은인간이
우아한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이 이상 우리들은, 세계는, 무엇을 원하겠는가!
신비가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말이다.
이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그것이 목소리가 되고 말이 될 것입니다.
호문쿨루스
[프라스코 속에서 바그너에게]
저어 아버지! 어떻습니까? 그것은 농담은 아니었군요.
오셔서 저를 가슴에 꼭 껴안아주세요.
그렇지만 너무 세지 않게, 유리가 깨지면 안 되니까요.
사물의 성질이라는 것은
자연적인 것에는 우주도 좁고
인공적인 것은 국한된 공간을 요구합니다.
32
오이포리온
자아, 춤을 추게 해주세요.
깡충깡충 뛰게 해주세요!
공중 어디에라도
훨훨 올라가는 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저는 이미 그것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파우스트
알맞게 해라! 알맞게!
함부러 날뛰지 말아라.
네가 떨어져서
다치거나 하지 않도록!
소중한 아들에게 그런 일이 생겨서
우리들을 파멸시키는 일이 없도록!
오이포리온
저는 이 이상
땅 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싫습니다.
손을 놓아주세요.
머리를 놓아주세요.
옷을 놓아주세요.
그것은 모두 제 것입니다!
헬레네
아아, 생각을, 생각을 좀 해다오!
네가 누구의 것인가를,
얼마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가를,
아름답게 손에 넣은
내 것, 네 것, 그의 것을
네가 파괴해버린다면......
합창
머지않아 이 화합이
깨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
헬레네와 파우스트
정말 방자하구나! 저 날뛰는 모습이라니!
절제 같은 것은 바랄 수도 없다.
마치 뿔피리라도 불고 있는 것처럼
골짜기와 숲을 건너 우렁차게 울린다.
형언할 수 없는 난폭! 형언할 수 없는 외침이다!
[…]
오이포리온
우거진 숲 사이에
바위가 가득 차 있으니
이 답답한 꼴이 무엇이냐.
나는 젊고 원기 왕성하다.
바람, 바람이 산들거리고 있다.
파도, 파도가 출렁거리고 있다.
모두가 멀리서 들려온다.
가까이 다가왔으면 좋으련만.
[그는 점점 높이 바위 위로 뛰어 올라간다.]
헬레네와 파우스트의 합창
영양(羚洋) 흉내를 내겠다는 거냐?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고 마음을 죈다.
오이포리온
더욱더 높이 올라가야지.
더욱더 널리 바라보아야지.
내가 있는 위치를 알았다!
섬 한복판에 있다.
육지에도 바다에도 인연이 깊은
펠로포스의 나라 한가운데에 있다.
합창
산과 숲속에서
평화스럽게 살려고는 생각하지 않으세요?
즐비하게 늘어선 포도나무,
언덕 가장자리에 있는 포도나무,
무화과와 황금빛 사과 같은 것을
당장에 찾아드리겠어요.
아아, 이 평화스러운 나라에서
평화스럽게 사세요!
오이포리온
너희들은 평화스러운 날을 꿈꾼단 말이냐?
꿈을 꾸고 싶은 사람은 꿈을 꾸도록 해라.
전쟁! 이것이야말로 암호다.
승리! 이렇게 계속해서 울린다.
합창
평화 속에 있으면서
전쟁을 다시 불러들이려고 하는 자는
희망의 행복에서
떠난 사람입니다.
오이포리온
이 나라가 낳은 사람
위험에서 위험 속으로 뛰어들어
자유스럽게 끝없이 용기를 가지고
아낌없이 자신의 피를 흘리는 자,
억제할 수 없는
신성한 마음을 갖고 있는자,
이런 식으로 싸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나라가 보답을 해주기를!
합창
위를 쳐다보세요! 정말 높이 올라갔어요!
그렇지만 저 사람은 작게 보이지를 않는군요.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고, 싸움에 이기러 나가는 것 같으며
청동이나 강철을 두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에요.
오이포리온
울타리도 성벽도 없이
모두가 자기 자신만을 의지하고 있다.
버텨나갈 수 있는 견고한 성체는
사나이의 강철 같은 가슴뿐이다.
정복당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으면
가볍게 무장을 하고 빨리 싸움터로 나가거라!
여자들은 여장부 아마존이 되고
아이들도 모두 용사가 되라
합창
저분은 신성한 시(詩)예요.
하늘까지 올라가세요.
저분은 가장 아름다운 별이에요.
멀리멀리 빛나도록 하세요.
그래도 저 시는 언제까지라도
우리들에게 미칩니다. 언제나 들리고
모두가 기뻐하며 들어요.
오이포리온
아니, 나는 어린아이로서 나온 것이 아니다.
무장을 하고 청년으로서 찾아온 것이다.
강한 사람들, 자유로운 사람들, 대단한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마음속으로 이미 함께 일해왔다.
자아, 가자!
자아, 저곳에는
영예의 길이 열려 있다.
헬레네와 파우스트
이 세상으로 불려나와
겨우 쾌청한 날을 보자마자
너는 현기증이 일 것 같은 계단에서
고뇌가 가득 찬 경지를 동경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너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란 말이냐?
그 평화스러웠던 결합은 꿈이었단 말인가?
오이포리온
바다 위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저쪽 골짜기에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먼지를 일으키고, 파도를 일으키면서 대군과 대군이 부딪쳐
밀치고 닥치면서 악전고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죽음은
정해진 운명입니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헬레네와 파우스트의 합창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기분 나쁜 일이다!
그럼 죽음이 너에게 주어진 운명이란 말이냐?
오이포리온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에요! 저는 근심과 고통을 같이하겠습니다.
앞에서 나온 사람들
무모한 짓이며 위험하다.
죽어야 할 운명이다!
오이포리온
그렇더라도! 아, 두 날개가 활짝 펼쳐진다!
저쪽으로! 가야 돼! 가야만 돼!
날아가게 해주세요!
[그는 공중으로 몸을 던진다. 그 순간 옷이 그를 지탱한다. 그의 머리가 빛을 내고, 빛의 꼬리가 길게 이어진다.]
합창
이카로스*군요! 이카로스예요!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에요.
[아름다운 소년이 양친의 발밑에 떨어진다. 모두가 그 죽은 시체에서 눈에 익은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 형체는 금방 사라지고, 후광이 혜성처럼 하늘로 올라가고, 옷과 망토와 칠현금이 뒤에 남는다.]
헬레네와 파우스트
기쁨에 이어서 금방
무서운 고통이 찾아왔다.
오이포리온의 목소리
[땅속으로부터]
어머니,
어두운 나라에
저를 홀로 내버려두지 말아요!
[막간 휴식.]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 다이달로스의 아들로, 아버지와 함께 백랍(白蠟)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미궁을 탈출하다가 태양에 너무 접근하는 바람에 날개가 녹아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33
산들은 엄숙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나는 어디서부터, 무엇 때문에, 하며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
자연은 자기 자신 속에 자신을 구축했을 때
지구를 깨끗하고 둥글게 만들었다.
지구는 산봉우리나 산골짜기에 모두 흥미를 갖고
바위에 바위를, 산에다 산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언덕을 경사지게 밑으로 향해서 만들고
완만한 선을 그리면서 골짜기에 이르러 평탄하게 만들었다.
그곳에 초목들이 초록빛으로 싹트고, 성장하는 자연은
스스로 즐기는 데 미치광이와 같은 격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34
내 눈은 멀리 넓은 바다에 끌렸다.
그것은 부풀어올라 혼자서 높이 솟구치고
다시 뒤로 물러섰는가 하면, 물결을 휘몰아서
평평한 해변가를 엄습한다.
그 무익한 것이 내 비위를 거슬렸다.
그것은 마치 모든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 정신을,
정열에 불타는 혈기로 인해
불쾌한 기분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나는 그것을 우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그것은 그대로 멈추었다가 출렁이면서 물러나
의기양양하게 도달한 목표에서 멀어져갔다.
그러나 시간이 되면 똑같은 장난을 되풀이한다.
35
물결 도처에 스며들어
자신이 비생산적이기 때문에 비생산적인 성질을 파급시키려고 한다.
부풀고, 살찌고, 뒹굴면서
황량하고 무서운 해안 지대를 엄습한다.
그것으로 계속해서 밀려오는 파도가 힘을 믿고 지배를 하나,
물러가버리면 무엇 하나 이루어놓은 일이 없는
그것이 나를 괴롭히고 절망시킨다!
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맹목적인 힘이다!
그래서 나의 정신은 감히 내 힘에 벅찬 일을 한다.
여기에서 나는 싸우고 싶고, 이것을 정복하고 싶다.
36
힘에는 자진해서 따르라!
네가 대담하게도 정면으로 맞서려면
집도 대지도 그리고 자신의 목숨까지도 걸어라.
별은 반짝이는 빛을 감추고
불은 가라앉아 조그맣게 타고 있다.
비를 머금은 세찬 바람이 그것을 부채질하여
연기와 수증기가 이쪽으로 날아온다.
37
나는 한결같이 세상을 앞질러서 달려왔다.
온갖 향략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만족시켜주지 않는 것은 놓아주고
빠져나가는 것은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나는 한결같이 갈망하고 한결같이 성취하고
그리고 또다시 희망하고, 힘차게
자신의 일생을 난폭할 정도로 치달려왔다.
처음에는 과장되게 강력히,
그러나 지금은 현명하고 신중하게 나가고 있다.
지구상의 일은 모두 샅샅이 알았다.
허나 천상의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짐작하지 못한다.
눈을 깜박거리면서 위를 쳐다보고
구름 위에도 자신과 꼭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어리석다!
땅을 꼭 딛고 서서, 여기에서 주위를 둘러보아라!
유능한 자에 대해서 이 세상은 잠자코 있지는 않는다.
무엇 때문에 영원 속을 헤맬 필요가 있겠는가!
자신이 인식하는 것은 붙잡을 수가 있다.
그런 식으로 지상의 나날을 보내는 것이 좋으리라.
유령이 나올지라도 자신의 길을 가거라.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에는 괴로움도 행복도 만날 것이다.
어떤 순간에 대해서도 만족하지를 못하는 사나이니까!
38
지혜의 최후의 결론은 이렇다.
생활이든 자유든, 이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나날이 획득하는 자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위험에 둘러싸여서
어린아이도, 어른도, 노인도 보람 있는 세월을 보낸다.
나도 그러한 사람들을 보고
자유스러운 땅에 자유스러운 백성들과 더불어 살고 싶다.
그때에는 순간에 대해 이렇게 말해도 좋을 것이다.
머물러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라고.
지상에서의 나의 생애의 발자취는
영구히 사라지지 않으리라.
그와 같은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고
나는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는 것이다.
[파우스트는 뒤로 넘어진다. 사령 레무르들이 그를 껴안아서 땅바닥에다 눕힌다.]
39
어떤 쾌락도 그를 싫증나게 하지 않고, 어떤 행복도 그를 만족시키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그는 변화하는 모습을 계속 추구한다.
최후의 무가치한, 공허한 순간을
이 가엾은 사나이는 꼭 붙들기를 원한다.
내게 상당히 억세게 항거는 했지만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이 노인은 모래 속에 누워 있다.
시계는 멎었다.
40
영원한 창조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을 끌고 가서 무(無)로 돌아가게 한다면!
‘지나갔다!’는 말에 무슨 뜻이 있겠는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원을 돌고 있다.
오히려 영원한 공허가 나는 더 좋다.
41
모든 무상한 것은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
지상에서 힘이 미치지 못한 일이
천상에서 이루어지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여기에서 성취되었다.
영원한 여성적인 것이
우리들을 높이 이끌어간다.
박환덕 이분 예전에 카프카 번역 찾을때 봤던 이름이네
양철북 번역 짱짱맨이신
그 이중적 의미를 모두 하나로 포괄할 수 있는 입장을 찾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