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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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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카 <러시아 혁명>


 소련사는 나에게 있어 미지의 영역이었다.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는 변명도 이제는 쓸모가 없는 것이, 잠깐만 노력해 찾아보면 다 나오기 때문이다. 근대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 하면서 이 거대한 근대의 사건을 무시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리하여 왜인지 모를 꺼려지는 느낌을 뒤로 하고, 이번에 한번 도전해 보았다.


 1917년 혁명은 시작된다. 10월 혁명으로 임시정부가 붕괴했고,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를 외치는 볼셰비키가 권력을 잡았다. 당시 서구 사회는 이 혁명 국가가 몇 주도 버티지 못하고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솔직히 나 같아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국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실전적 지침들을 거의 주지 않고 떠났다. 그는 어디까지나 사상가였으니까. 거기다 러시아는 제대로 산업화된 국가도 아니었다. 마르크스의 역사 발전 이론에 의하면, 혁명이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땅이 아니다. 레닌과 친구들은 그 어떤 선례도 없이 모든 상황을 헤쳐나가야 했다.


 초창기 소련은 사회주의 국가의 현실적 유지와 이상적 사회주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를테면 자본주의 국가와 친교를 맺을지, 세계혁명을 선동할지. 이런 문제들은 끊임없이 맞부딪히며 후대 수십 년을 이어질 소련의 성격을 결정지었다. 그런 측면에서, 진행 과정 상 몇 가지 안타까운 점이 눈에 보인다.


 첫째로, 비판의 봉쇄. 노동조합 논쟁에서 당은 '독자적인 강령을 가진 그룹의 결성'을 금지했으며, 당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으면 출당까지 가능했다. 물론 당의 결정에 대한 비판을 틀어막기 위해 애쓰는볼셰비키만의 특징이 아니라 모든 정당의 특징이다. 하지만 비판을 분파주의로 몰고 출당 조치까지 들먹인 것은 확실히 섬뜩하다. 자본주의 국가들을 앞에 두고 볼셰비키가 내분을 일으키면 모든 게 다 끝장이라는 절박감 때문이었을까?


 둘째로, 관료주의. 사실 당이 국가의 모든 걸 관리하는 이상에야 관료주의는 필연적이다. 레닌은 끝까지 관료주의와 투쟁했지만, 결국 당은 거대한 관료제 집단이 되어갔다. 혁명가들의 모임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닌이 한 것처럼 당을 '소수 열성적인 노동자의 모임'으로 만들 것인가? 당이 국가 사무를 관장하는 한, 당은 비온 후 땅이 굳듯 점차 관료주의적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지만, 위로부터의 관료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인 아래로부터의 조합주의(생디칼리슴)는 결국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으며,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결사체가 아니라 국가 소속의 기구가 되어버렸다.


 셋째로, 독재.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만인이 노동자인 국가에서 당연한 소리다. 공화주의와 섞이지 않은 가장 순수한 민주주의의 본질은 결국 시민 독재이고, 시민의 나라는 민주주의를 시행하지 않던가. 하지만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공산당의 독재로 연결되는 과정은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다. 공산당이 프롤레타리아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당인가? 그건 모르는 일이다.

 혁명 과정에서, 소련의 의회 격인 중앙정책위원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당 지도부는 기층 당원과 유리되기 시작했다. '46인 강령'은 국무를 결정하는 당 서기국과 일반당원 사이의 유리를 지적하고 있으며, 트로츠키는 '위로부터 형성된 서기국'을 비판했다. 일반 대중과 동떨어진 공산당의 일부 인사가 국무를 결정하면 그건 그냥 과두정이다. 현실에서의 결말이 이것이니만큼 책의 이런 부분들은 불길한 암시처럼 느껴진다. 물론 소련이 망할 때까지, 당 고위직에 오른 사람 중 상당수는 평범한 노동자 출신이었다. (대표적으로 흐루쇼프) 하지만 당 고위직과 일반 시민 사이의 유리 또한 실제로 끊임없이 일어난 일이었기에, 더욱 쓰라리게 느껴진다.


 계속 까댔지만, 이런 비판만 가득한 감상을 당대의 혁명가들이 듣는다면 상당히 억울해할 것 같다. 전제적인 차르 정권에서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로 변모하는 과정이 1917년에 쭉 일어났고 그 뒤로는 숨막히는 내전이 일어났으니, 위에서 언급한 각종 아쉬운 부분들도 결국 지금 이 시대 사람의 배부른 소리이자 결과론이라고도 볼 수 있다.


 확실히, 소련이 결과적으로 멸망했다고 해서 소련사의 요소요소들을 '멸망할 수밖에 없던 요인'으로 싸잡아 못박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역사 인식이 아니다. 소련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도 가진 나라였다. 예를 들어, 레닌은 몽골의 피가 섞인 유대인. 트로츠키도 유대인. 스탈린은 조지아인. 이런 사람들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나라는 당대에 소련뿐이었다. 하지만 나도 소련에 대한 이런 식의 부정적 인식에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기에 이번의 1회독에서는 '후일 문제가 된' 부분들만이 내 머리에 들어왔다. 그런 기억을 바탕으로 쓰다 보니 위와 같은 감상문이 나오고 말았는데, 이는 나의 미진함이다. 객관적인 인식을 위해서는 더 많은 독서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후일 적는 소련사 감상문은 보다 객관적 시각에서 적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