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 살거 없나 교보문고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문득 교보문고가 2014년부터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기록해놓은 걸 보게 되었음. 이걸 보고 갑자기 예전 베스트 셀러와 지금 베스트 셀러는 어떤 점이 다를까? 라는 호기심이 들기 시작함. 그래서 검색해보니 위키백과에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베스트셀러 랭킹을 기록해둔 걸 알 수 있었음. 여기에서 볼 수 있음. 대한민국의 베스트셀러 목록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그래서 그걸 보면서 2000년대 이후 우리 나라 독서 트렌드에 대해서 한 번 정리해봄


2000년 ~2007년(문학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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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베스트셀러 랭킹)


나도 첨에 보고 눈을 의심했음. 당연히 자계서와 힐링 도서 범벅이라고 생각한 베스트 셀러 랭킹이 이토록 청정해 보일 줄이야. 물론 그래도 자계서라든가, 재테크 관련 책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문학의 비중이 높은 걸 확인할 수 있음.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등 그리운 이름들 역시 간간히 보이고 있음. 독붕이들이 환장할 만한 베스트셀러 랭킹인듯.

물론 이때도 트렌드가 없는 건 아님. 예를 들어 2000년도 초반에는 해리포터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유행했고, 2004년~2005년은 파울로 코넬료와 댄 브라운이 유행하는 등 약간의 트렌드가 존재는 했음. 하루키도 간간히 보이고. 그렇지만 자계서와 에세이는 매우 드물었고, 대부분이 소설이거나 수필이었음. 물론 자계서나 재테크 책 역시 보이지만, 지금에 비하면 양반인 시대. 심지어 2003년 베스트셀러 랭킹 2위는 톨스토이 단편선이고, 2002년 베스트셀러 21위는 위대한 개츠비인 등 고전에 대한 관심도 많이 있었음. 여러모로 낭만이 넘치던 세대임.


2007년~2010년 (자계서 열풍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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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베스트셀러 랭킹)

이런 청정구역에 독붕이들이 경기를 일으키게 만드는 책들이 점점 들어오기 시작함. 바로 "시크릿"을 필두로 한 자기계발서들임. 물론 2007년 전에도 리딩으로 리드하라, 마시멜로 이야기 등 자계서 열풍이 없었던 건 아님. 그러나 2007년에 우리나라 독서의 획을 그은 한 책이 등장했음.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시크릿"의 등장이었음. 시크릿은 2007년, 2008년 2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2009년엔 베스트셀러 29위, 2010년엔 베스트셀러 30위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음. 그러나 단순히 자계서 열풍만 시작된 게 아니었음. 2005년부터 베스트셀러 랭킹에 해커스 토익이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2006년엔 4위와 10위 모두가 토익책이었고, 2009년엔 랭킹 20위 중 5권이 토익 관련된 책이 되기 시작했음. 낭만이 사라지고, 계속 실력을 내야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실제적인 도움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베스트셀러에서도 점점 보이기 시작하게 된 거지. 공교롭게도, 이 시기가 마침 2008년 금융위기와 딱 겹치는 걸 볼 수 있음. 좀 더 시간이 많다면 N포 세대, 이태백 등의 자조적 신조어가 등장한 시기와 같이 연결시킬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귀찮아서 이건 패스. 물론 그래도 여전히 신, 눈먼 자들의 도시 같은 유행하는 문학은 가끔씩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라가고, 이외수 작가나 신경숙 작가 등 스타 작가들의 책들은 베스트셀러 순위에 꾸준히 들어갔음.


2011년~2017년 (힐링 에세이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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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베스트셀러 랭킹)


점점 팍팍해지는 삶에 대한 반대급부인지, 자계서와 토익책 범벅이던 리스트에서 조금씩 힐링 에세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음. 2011년엔 그 유명한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시작해서, 2012년에는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들어가고 있음. . 그런데 이 에세이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힐링 에세이들이랑은 결이 약간 다름. 우리가 생각하는 힐링 에세이들은 대략 20~30대 쯤의 작가가, 우리의 삶의 길이 틀리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에세이라면, 여기서 유행한 에세이들은 기성 세대의 작가가 틀려도 괜찮다라고 위로해주는, 조금은 꼰대같은 내용이 주를 이룸. 그리고 2015년에는 그 유명한 미움받을 용기가 엄청난 히트를 침. 2015년 랭킹 1위에, 2016년에는 랭킹 3위, 미움받을 용기 2는 랭킹 9위로. 엄청난 히트를 친 걸 볼 수 있음. 이처럼, 삶이 팍팍해지니 점점 더 너가 틀리지 않았다 류의 책들이 조금씩 유행하는 걸 볼 수 있음.

그리고 자계서 열풍과 힐링 에세이 열풍 사이에 잠시 정의란 무엇인가(2010년 1위, 2011년 2위)를 필두로 하는 인문학 붐도 살짝 일긴 했는데, 그걸 이어받아서 인지는 몰라도 설민석(조선왕조실록 2016년 4위, 2017년 4위), 유시민(국가란 무엇인가 2017년 5위) 등의 작가 책들 역시 높은 랭킹에 위치하고 있었음. 총균쇠(2013년 29위, 2014년 25위)랑 사피엔스(2016년 7위)도 요 때 유행했던 책들. 그리고 문학 파트에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3년 5위, 2014년 8위)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 책들이 엄청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대표적으로 가면산장 살인사건(2015년 16위,2016년 36위)이 있음.


2018~2019년 (힐링 에세이들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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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베스트셀러 목록)


딱 우리가 아는 그런 베스트셀러들이 상위권을 점령한 걸 알 수 있음. 사실 트렌드 자체로 보면 여전히 전이랑 별 차이가 없지만, 독붕이들이 보기만 해도 좋아죽는 파스텔톤 표지 힐링에세이 목록을 보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캡쳐해옴. 사실 트렌드 자체는 그냥 전과 쭉 이어지는 힐링 에세이 책들임. 굳이 차이를 꼽자면 기성세대의 위로를 거부하고, 같은 세대의 작가들의 위로를 받으려 노력하는 점을 볼 수 있음. 그리고 82년생 김지영 역시 이 때 베스트셀러 4위를 차지함ㅇㅇ. 솔직히 말해 2018년 베스트셀러 라인업이 너무 좋아서 꼭 보여주고 싶었음ㅇㅇ 하나도 거를 타선이 없더라.


2020년~2022년(자계서의 부활과 새로운 문학책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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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베스트셀러 랭킹)


존나 어이 없게도, 이 힐링 에세이의 열풍을 끝내버린 건 호황장이었음. 코로나로 인한 역대급 유동성 장에 힘입어, 갑자기 힐링 에세이들이 싹 사라지고 그 자리를 주식 관련 책들이 싹 다 차지해버렸음. 2020년 베스트셀러 랭킹 10위 중 4권이 주식 투자 관련 책임. 나도 보고 어이가 없더라ㅋㅋㅋ 2021년에도 베스트셀러에 주식 관련 책 1권에 세계 정세에 관한 책 1권인 거 보면 확실히 호황장은 맞았던 거 같다. 다만 2022년에는 파월 형님의 치료로 수익을 당연시하는 생각을 싹 다 치료받았는지 "그 책"을 제외하곤 딱히 그런 책이 보이지 않음. 그러나 자계서의 경우는 얘기가 다른데, 무려 2000년에 베셀 3위를 기록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2022년 6위로 다시 컴백을 하고, 전만큼 힐링 에세이가 유행하지 않는 거 보면 어쩌면 다시 한번 자계서 열풍이 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있음.

문학 파트에서는, 아몬드와 달러구트 꿈 백화점, 불편한 편의점 같은 책들이 유행하고 있는데, 셋 다 안 읽어봐서 표지가 알록달록한 거 이외에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음. 다만 내 뇌피셜인데, 2022년 베셀 랭킹을 보면 힐링 에세이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게 저 알록달록한 표지를 가지고 있는 문학책들임. 아마 책 트렌드가 힐링 에세이에서 저런 힐링 소설로 바뀐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긴 함.


세줄 요약


1. 2000년대 초반까지는 문학 책 위주의 건전한 랭킹이었음.

2. 2000년대 중반 이후 자계서와 힐링 에세이로 범벅된 우리가 아는 베스트셀러 랭킹이 나오기 시작함

3. 2020년 역대급 호황장에 잠시 주식책으로 베셀이 점령되었지만, 역대급 폭락장 이후 표지가 알록달록한 문학책이 등장하기 시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