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스샷은 OVA로 대체했습니다. 또한 작중에 나온 대사는 나무위키를 참고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헬싱은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엄청난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싱은 본 사람 누구에게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아마 그 이유의 8할은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카드 때문일 것이다.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성격, 그리고 경이로울 정도의 강함은 당연히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헬싱을 볼 때마다 아카드의 행동 중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 아카드는 헬싱 가문에 의해 패배한 채, 봉인당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야, 당연히 헬싱 가문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오히려 아카드는 인테그랄한테 껌벅 죽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세뇌나 구속장치 때문에 그런 거 일 수도 있다. 근데 그런 거 치고는 인테그랄 헬싱의 말을 잘 씹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아카드는 어떠한 세뇌나 구속장치에 의해 강제로 복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순수히 자기 의지만으로 헬싱 가에 충성을 다하며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땐 이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왜 아카드는 헬싱 가에게 복종하고 있는 거지? 그러나 리뷰 대회를 위해 다시 본 지금 나는 왜 아카드가 헬싱한테 복종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먼저 주목해야 하는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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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여! 죽여보아라! 이 심장에 총검을 꽂아보아라! 500년전처럼! 100년전처럼 나의 꿈의 틈새를 끝내보아라! 사랑스러운 적이여"


이게 어디서 나온 대사냐? 바로 안데르센이 지 죽이겠다고 달라붙을 때 치는 대사이다. 분명히 패배는 수치스런 감정이다. 그런데 지금 아카드의 대사는 마치 패배한 그 때 기억을 얘기하면서 정말로 기뻐하고 있다. 저 표정을 보자. 그냥 대놓고 흥분해서 자기를 패배시켜달라고 말하고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심지어 단순히 자기를 이기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이긴 다음에 자기 심장에다 말뚝이나 총검 같은 "길고 굵은 걸 박아달라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이 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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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반부에 자기 영혼을 다 쓰고 나서 변한 모습이다. 물론 지 입으로 겉모습은 중요치 않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거 치고는 마치 누구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듬뿍 담은 듯 존나 이쁜 몸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저 혓바닥 햟는 거 봐라. 요염함이 아주 그냥 장난이 아니다. 저런 혓바닥 놀림은 대체 뭘 하면서 배우게 된 걸까? 무엇보다 헬싱 가와 아카드의 결정적인 힌트는 이 대사에서 나온다.


"대단한 사나이로다. 마치... 마치 그때 그들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그래, 바로 100년 전의 그 날, 나는 내 몸과 마음을 다해 그들과 싸웠고, 완전하게 패배했다. 아서 홈우드, 퀸시 모리스, 존 시워드. 그리고... 그리고... 아브라함 반 헬싱. 꿈과 같구나!! 인간이란 꿈과 같은 존재다!! 와라! 자아, 어서 와라. 알렉산더 안데르센!! 수천의 적이 앞을 막더라도, 격파하라!! 깨뜨려라!! 전열을 흩어버리고, 그 목숨을 흩날리며, 전진! 또 전진하라!! 내 눈앞에 우뚝 서 보여라. 그 사나이들처럼! 평범한 중늙은이에 불과했던 그 사나이들처럼! 그 사나이들처럼 멋지게 나의 심장을 꿰뚫어 보여라!!"


사나이들에게 패배당하고 무언가가 박히는 걸 좋아하고, 여자 변신 하는 게 취미인 흡혈귀라... 여자로 변했을 때 외모 역시 어쩌면 자기 의지가 아니라, 자기의 주인이었던 아브라함 반 헬싱의 취향일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아카드는 얼핏 보기에는 압도적인 강함과 사디스틱한 성격으로 만인의 군주로 살고 싶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의 목적은 언제나 단 하나였다. 남성성 풀풀 풍기는 강인한 수컷에게 패배당하고 지배당하면서, 굵고 기다란 물건으로 자신의 몸이 꿰뚫리는 것. 그리고 자신의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여자의 몸으로 변신해서 주인님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 그것이 아카드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카드에게, 자기를 패배시킨 아브라함 반 헬싱은 그야말로 자기가 꿈꾸던 이상적인 주인님 그 자체인 걸 알 수 있다. 아카드는 그를 보자마자 자신의 여생을 그의 노예로 살기로 결심했고, 심지어 그가 죽고 나서조차 그의 후손의 노예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카드의 성격을 알고나면 이제 작품의 미스테리가 풀린다. 왜 그는 평소에는 사람 잘만 죽이고 다니면서, 유독 중요한 순간엔 평소엔 좆도 신경 안쓰던 인테그랄 명령에 집착하는 걸까? BDSM 성향 중에 "브랫"이라는 성향이 있다. 브랫이란 장난꾸러기를 뜻하는 단어로,상대방이 자신을 강제로 굴복시켜 주기를 바라는 성향이다. 

"브랫 성향은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고 장난꾸러기 기질이 있으며 말썽을 부리기도 한다. 또한 상대방의 부탁과 명령, 지시에 따르지 않고 늘 반항하고 저항한다. 브랫 성향은 상대방이 자신의 버릇없는 모습에 화를 내거나 돌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며 그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흥분을 느낀다. 브랫성향은 순종하는 것보다 반항하고 굴복하는 것이 더 짜릿하다고 생각한다. "

이게 브랫 성향에 대한 설명이다. 인테그랄 헬싱과 아카드의 관계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가? 어쩌면 세라스 빅토리아를 흡혈귀로 만든 것 역시 어쩌면 자신의 주인님에게 바치기 위함일 지도 모른다...


유독 안데르센에게 집착하고 소좌는 경멸하는 이유도 이제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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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카드 입장에선 수컷 냄새 풀풀 나는 알파메일 알렉산더 안데르센이, 남성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소좌보다 훨씬 패배당하고 지배당하고 싶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토록 안데르센에게 패배 당하길 원한 것이다. 괴물로 변했을 때 절규한 것도 이해가 간다. 그 누구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미친 얼빠새끼 입장에서 몸에 촉수가 돋아나는 괴물한테 박히기는 싫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아카드를 살육에 미친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는 그저 순수하게 자기를 지배해줄 강인한 수컷을 원했을 뿐이다. 그에게 있어서 살인이란, 자기를 지배해줄 강인한 주인님을 약간 곤란하게 만들고 말썽을 부려서 자기에게 주목하도록 만드는 방식일 뿐이다. 그래서 분노한 주인님에게 패배당하고 구속된 채로 관에 있기를 원했을 뿐이다. 그가 날뛰는 것은 그저 자기를 지배해줄 주인님을 못 만나서 일 뿐, 자기를 지배해주는 주인님을 만난다면 기꺼이 스스로 ts해서 봉사하고 존예 미소녀를 종복으로 바치기 까지 하는 지고지순한 순정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