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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일어난지 3년이 지났고, 수많은 호들갑('인류는 코로나로 인해 멸망할 것이다', '사상 최악의 불황이 닥칠 것이다' 등)과 수많은 예측('우리는 죽음에 보다 더 익숙한 문명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세상은 좀 더 세계로부터 자기 자신에게로 파고들게 될 것이다')이 사라지거나 불식되고 비교적 조용하게 사태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다. 비록 코로나는 여전히 높은 감염률과 분명한 사망률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 코로나를 거의 무시하고 살 수 있게끔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책을 읽어보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원래는 좀 더 서플라이 체인이라는 주제에 집중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는 포괄적으로 2020년 당시 기업과 정부, 개인들이 어떻게 코로나에 대처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함께 짚어 나가는 책이다.
2023년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들 중 어떤 것은 맞고 어떤 것은 틀리다. 물질적인 현실은 다시 추상적인 사이버에게 승리를 거뒀고, 세상은 세계화와 탈세계화는 둘 사이의 애매하지만 적당한 중간 상태를 유지하며 오프쇼어링과 리쇼어링이 경우에 따라 이뤄졌다. 사업과 돈에 대한 이야기들이 늘 그렇지만, 대부분의 문제들은 일종의 상자성적인 측면을 띄고 있어 매우 거대한 경향성이 조금이라도 약해지는 순간 곧바로 다시 자기들만의 관심사에 눈을 돌려 어떤 뚜렷한 경향성을 분명히 말하기 힘들 정도로 서로 흩어지는 것만 같다. 아마 그것이야말로 미지근한 역사의 종말일지도 모르겠다. 보호 무역과 관세 전쟁보다는 어떤 한 품목이 만들어지는 기나긴 과정 속에서 어느 한 부품으로 인해 생긴 문제가 더 심각한 현실로서.
동시에 우리가 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 서플라이 체인이라는 것을 좀 더 주의깊게 보면 볼수록, 우리는 이미 지구를 대표하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미 사회나 기업이나 온갖 커다란 사회적 구성체들의 세포에 불과할 뿐, 저 거대한 것들의 삶과 죽음에 기여하는 이상의 의미는 이미 모두에게서 사라졌고 그나마도 더더욱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저 빠르게 순환하며 최대한 사람이라는 부품을 좀 더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부품으로 언제든 대체할 수 있게끔 준비하는 태도. 외계 문명과의 조우라는 것이 아직도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그들은 우리의 서류에서 괴상한 문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CEO란 그러니까 당신의 뇌를 가리키는 말입니까? 번역하기가 쉽지 않군요." 암을 '자신의-분리-가능한-일부의-생존-거부'(원어로는 "파업")이라고 표현하는 지구의 특이한 문화가 그들에게 혼란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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