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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뱃속에서 아마도 <금각사>가 튀어나온다 - 마이조 오타로

<군상> 2003년 3월호




누구더라. 잊어버렸다. 어쨌든 누군가가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 이것저것 썼는데, 그 책의 첫 부분에는 미시마 유키오가 자위대 청사에 쳐들어가 총감을 빙글빙글 묶은 다음에 발코니에 나와 연설하는 장면이 적혀 있었고, 잘 되지 않았던 연설 이후의 할복 장면도 꽤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미시마 유키오는 자신의 배에 자신이 준비한 칼을 파바박 찔러서, 그것을 옆으로 쭈욱 당겨 배를 갈랐고, 그 옆에 선 동료가 목을 치려 했으나 꽤나 우물쭈물하다 미시마 유키오의 목을 잘라내지 못해 두번 세번 시도하고 칼을 거두거나 정 중앙을 부러트리거나 하면서 겨우 미시마 유키오의 민머리를 떨어트렸다고 하는데, 내 인상에 남은 것은 그런 인간 죽음의 질척거리며 잘 안되는 모습이 아니라, 그 때 총감이 한 말이었다. 그 총감...의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그 사람은, 미시마의 목을 치는 담당을 했던 누군가에게, "목은 치지 말그라" 고 말한 것이었다. 고통에 맡긴 채 천천히 죽게 내버려두라는 이유였다. 너무해. 하지만 그 후 목을 몇번이고 서투른 놈들에게 잘리게 되었으니 어느 쪽이 괴로웠을까?


다이스케 씨에게도 목을 쳐준 사람은 없었다. 다이스케 씨는 내 아버지의 남동생으로, 내가 모르는 이유로 죽기로 결정했고, 내가 모르는 이유로 죽을 방법으로서 할복을 택했다. 다이스케 씨와 우리 아버지는 세 살 차이로 줄곧 사이가 좋았는데, 할복을 하기 2년 전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이후에는 내가 알기로는 거의 만나지 않았다. 다이스케 씨로부터는 자주 전화가 왔다. "네, 키무라입니다" 라고 나나 누나가 나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전화를 받는다. "아, 내다. 다이스케다." 라고 다이스케 씨가 말한다. 나의 아버지는 거기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나나 누나나 우리 어머니라면 "미안 다이스케 씨, 이제 전화 걸지 말아줘" 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는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그렇게 말하도록 시켰기 때문에 나의 그 "미안 다이스케 씨, 이제 전화 걸지 말아줘"에는 머리도 입도 마비되어 무감각하게 된 거의 의미없는 말, 단순한 소리밖에 없었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다이스케 씨와 내 아버지의 문제는 나와는 무관한 어른의 문제였으므로 다이스케 씨를 향해 내가 내는 소리가 "목소리"고 "말"이라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에 나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미안 다이스케 씨"라는 대사를 말하게 된 이후 한동안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이유를 따지기도 했지만 대답해주지 않아서 불쾌해지기만 할 뿐이었고 무심코 "어른들 일에 아이가 끼어들지 마라" 면서 혼나거나 혼나지 않아도 일단 내게 이득은 없으므로 생각을 멈추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이스케 씨에게 사과를 하던 내 입에도 "미안 다이스케 씨, 이제 전화 걸지 말아줘" "미안 다이스케 씨, 이제 전화 걸지 말아줘" "미안 다이스케 씨, 이제 전화 걸지 말아줘"가 정착하고 이 년 정도 지나 다이스케 씨가 후쿠이에서 도쿄 조후에 있는 우리 집에 누군가로부터 돈을 빌려 힘을 내어 찾아왔고, 꾀죄죄하고 초라한 모습인 채로 우리 집 현관 앞에서 신발을 벗고 정좌하고, 더러운 와이셔츠의 배 부분을 찢어버리고 땀에 절은 새하얀 배를 드러낸 뒤 후쿠이에서 가져온 식칼을 갖고 있던 타월에서 뽑아들고 내 아버지를 불렀다. 그리고 나와 누나와 내 아버지와 어머니 앞에서 칼을 배에 찌르고 옆으로 당겼다. 많이 아팠던 건지 다이스케 씨는 재빨리 할복을 끝내려 했다. 푸욱 세로로 찌르고 나서 그대로 쭈욱 옆으로 당겼는데, 슈욱, 하는 느낌으로 후다닥 끝내버려서 숨을 돌리거나 젠체하거나 하는 것도 없었다. 물론 배를 찌르기 전에는 우리들과, 주로 내 아버지와 말을 주고받았지만, 거기에 있던 대화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난 할복이 엄청났기 때문에...가 아니라, 어이없다고 할까 맥이 빠졌다고 할까 뭐라 해야 할지 모르는 느낌의 할복, 그 후에 일어난 일이, 나를 크게 놀라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 눈 앞에서 얼굴을 새빨갛게 했던 다이스케 씨가 배 속에 식칼을 꽂은 채로 정좌한 채 앞으로 서서히 쓰러지자, 옆으로 일자로 찢어진 다이스케 씨의 뱃속에서 한 권의 책이 피투성이가 되어 내장과 함께 낼름 튀어나왔다.


그것은 이시하라 신타로의 <청춘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가진 케이스에 든 책이었다. 내 아버지가 이윽고 절명한 다이스케 씨의 신체를 치우고 피와 내장의 바닷속에서 그 책을 주워든 뒤, "뭐야, 이 자식 왜 이런 오래된 책을..." 이라고 말하며 그걸 부엌문 옆에 있는 수도까지 가져가, 케이스에서 책을 꺼내 첨벙첨벙 물로 피를 씻어내고, 이후 원래대로 책을 상자에 넣어 현관 옆에 둔 뒤, 우산꽂이로 쓰고 있던 커다란 항아리 아래에, 햇볕을 쬘 수 있게 세워놓았다. 검붉은 피가 떨어져 하얗게 된 그 케이스에는 럭비공과, 그걸 쫓고 있는 듯한 남자의 다리가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그 <청춘이란 무엇인가>는 다이스케 씨의 시체가 수습되고 불태워지고 재가 되어 우리 집 묘지에 들어가고도 한동안 우산꽂이 밑에 방치되어 있다가 완전히 말라서 너무 말라서 햇볕에 그슬려서 종이가 변색되었을 때 내 아버지에 의해 다시 주워져, 집 안에 들여지고, 내 아버지의 서재의 책장에 꽂혔다.


당연하지만 나는 그 <청춘이란 무엇인가>가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다이스케 씨의 뱃속에서 나온 책. 무엇이 쓰여져 있는 걸까? 거기엔 내 아버지와 다이스케 씨가 등장하는걸까? 어쩌면 나와도 관련 있는 것이 쓰여있을까?


하지만 내게는 그 <청춘이란 무엇인가>를 만질 용기가 없었다. 그건 그 다이스케 씨의 하얀 배 안에서 피투성이로 나온 것이다. 나는 서재에서 일을 하는 내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 책 아버지는 읽었어?" "아, 읽었어, 꽤 예전에. 아빠가 젊었을 때" "뭐라고 써 있어?" "아, 뭐였더라, 이제 잊어버렸어" "다시 읽지는 않는 거야?" 했더니 내 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안 읽어" 나는 말했다. "그치만, 이거 다이스케 씨에 대해 무언가 중요한 게 써있을지도 몰라"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다. "읽지 않고 놔두는 게 좋은 책도 있어"


어떻게 해서 <청춘이란 무엇인가>는 다이스케 씨의 뱃속에 들어간 걸까? 다이스케 씨는 책을 삼킨걸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부탁해 수술을 받고 배를 열어 책을 넣고 닫은 후, 그 뒤에 자기 칼로 열어서 꺼내 보여준걸까? 하지만 누가 그런 짓을 하지? 다이스케 씨의 정신상태나 뇌 상태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다이스케 씨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지 안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미쳐야 자기 뱃속에 책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 역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미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저 책은 다이스케 씨의 뱃속에? 다이스케 씨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했다면 누가 무엇 때문에? 어떻게? 다이스케 씨를 마취나 수면제 같은 것으로 재우고, 배를 사부작사부작 잘라서 열고 <청춘이란 무엇인가>를 넣은 걸까? 아니다 다이스케 씨의 새하얗고 둥근 배에는 수술의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옆구리나 등이나 엉덩이나... 아니면 배 밑 바지의 숨겨진 곳에 책이 들어간 자국은 있었을까? 하지만 뱃 속에 케이스 있는 책을 한 권 넣고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꽤나 아팠을 것이다. 책의 모퉁이가 뱃속을 콕콕 찌르거나 꾹꾹 누르거나 해서 강렬한 아픔이었을 것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그 때 다이스케 씨는 배가 아파 보이는 기색은 없었다. 무언가에 대해 괴로워하긴 했던 것 같았지만 역시 그 전 2년동안 우리 가족과 다이스케 씨를 떼어 놓았던 내가 모르는 문제 때문, 또는 그것의 연장으로 생긴 또 다른 문제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란 뱃속의 <청춘이란 무엇인가>가 아닐 것이다. 그 할복도 뱃속의 책을 꺼내기 위해서 였던게 아니겠지. 2년이나 뱃속에 책을 넣고선 멀쩡할 리가 없다. 엄청 아프다.


그러면 그 책은 대체 어째서 그 때 그렇게 뱃속에서 낼름 튀어나왔던 걸까? 워프? <청춘이란 무엇인가>는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워프해서 온 걸까? 다이스케 씨의 뱃속은 어딘가 다른 장소, <청춘이란 무엇인가>가 놓여있는 장소와 연결되어 있어서, 할복한 순간에 <청춘이란 무엇인가>만 이쪽으로 와버린 걸까? 이건 다이스케 씨의 배에 수술을 해서 <청춘이란 무엇인가>를 숨겨놓았다는 것보다 훨씬 있을 법한 이야기로 느껴졌다. 이런저런 신기한 이야기들이 이 세상에는 잔뜩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그 때 우리들의 눈 앞, 우리 집의 현관 앞에서 일어난 걸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한 이후 나는 다이스케 씨가 배를 가른 뒤 당분간은 워프설을 믿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무렵까지는 줄곧. 나는 이윽고, 인간의 배는 어딘가 다른 장소에 있는 책장에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만약 우리들이 우리들의 배를 갈라 거기에 손을 집어넣으면, 잘만 하면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꺼낼 수 있다고. 나는 학교 수업시간에 지루해지면, 곧바로 내 뱃속의 책장에 대해 상상했다. 나는 포푸라사에서 나온 소년 탐정단 시리즈나 괴도 뤼팽의 이야기가 읽고싶었다. 철인, 야광인간, 마인, 괴인이십면상...! 상상하자 두근거림을 참을 수 없던 나는 도공용 칼을 슬쩍 꺼내 쥐어 배 위에 살짝 칼끝을 대고 "피가 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죽지 않고 책을 더럽히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할복해서 책을 읽을텐데" 하고 생각했다.


중학교에 진학하자 나도 조금은 분별을 할 줄 알게 되어 뱃속이 어딘가의 책장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 다이스케 씨의 배에 일어났던 일은 그 때만의 신비한 일, 말하자면 기적이었던 것이다. 누구의 베에서도 일어날 일 없는 일이다. 워프따위 대부분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나는 포푸라사 전용 책장을 잃어버리고 조금 실망했지만, 중학교 도서관에서 동경창원사의 엘러리 퀸 시리즈를 발견해 읽기 시작하자 그 실망도 잊어버렸다. 괴상한 모험 세계를 잃어버린 내가 얻은 것은 논리였다. 로직. 트릭. 미스리딩. 이것들은 되는 대로 만들어진 듯한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탐정단 시리즈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내 머리도 로직트릭미스리딩에 자연스레 익숙해져,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이스케 씨의 배에 워프홀이 생겼다는 경천동지할 가능성은 뒤로 미루고, 미스리딩으로 속아 넘어간 트릭을 로직으로 해명할 수는 없는걸까?


음.


이라고 생각했더니 바로 알 수 있었다. 간단했다. 로직트릭미스리딩에 머리를 익숙하게 한 놀라운 효과. 내게는 수수께끼가 풀렸다.


다이스케 씨는 그 때 셔츠 안에 <청춘이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었던 거다. 어째서? 다이스케 씨는 할복해서 죽을 생각은 없었다. 할복하는 것처럼 해서 내 아버지를 놀라게 한 후 내 아버지와의 관계에 무언가 타개를 꾀한 게 아닐까. 그리고 다이스케 씨는 셔츠 속에 숨겼던 <청춘이란 무엇인가>에 식칼을 찔러넣으려 했지만 실수로 자신의 배를 찔러버렸던 거다. 그리고 앞으로 고꾸라졌을 때, 내장과 함께 셔츠 속에서 멀쩡한 <청춘이란 무엇인가>가 튀어나와 피투성이가 되고, 내게는 그 책이 뱃속에서 나온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뭐야~. 시시해.


맞다. 시시하다. 로직트릭미스리딩으로 이뤄진 추리소설의 대부분 해답은 시시하다. 밧줄과 철사로 밀실을 만들었어요. 뭐야 그게. 그 때 당신에게는 그렇게 보였겠지만 실제로는 거울에 비쳤던 무언가였어요. 웃기지 마세요. <청춘이란 무엇인가>가 다이스케 씨의 뱃속에서 튀어나온게 아니라 땅에 떨어진 것일 뿐이에요. 시시해요. 역시 뱃속으로 책이 워프해서 튀어나오는 쪽이 좋았어, 라며 중3 시절에 다이스케 씨의 할복에 관한 미스터리를 풀고나서 나는 생각했다. 뱃속 깊은 곳으로 통하는 어딘가의 책장. 사람은 할복하면 그 책장에서 딱 한 권 좋아하는 책을 꺼낼 수 있는 거다. 자신의 죽음과 맞바꾸는 한 권의 책. 이 쪽이 훨씬 훨씬 재밌다.


아아~.


나는 내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난 미스터리가 별로 좋지 않은 것이 되어 실망했다. 로직트릭미스리딩 추리소설에도 잘 만든게 있다. 재밌는게 있다. 두근두근해지는게 있다. 그것들에 있고 다이스케 씨의 할복에 없었던 것은 매직이었다. <점성술 살인사건>에는 매직이 있다. <십각관의 살인>에는 매직이 있다. 수수께끼가 풀렸을 때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우와 하는 느낌이 있다. 다이스케 씨의 할복에는 그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끌어낸 해답을 없던 걸로 하기로 생각을 바꾸고, 실은 인간의 뱃속에는 완전히 무감각하게 마비된 부분이 있어서,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범인이 몰래 다이스케 씨에게 수술을 해주고 그 스폿에 <청춘이란 무엇인가>를 숨겨두었다, 라는 대답을 일단 채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다 보니 왠지 추리소설 전반에 대한 흥미가 줄었다. 왜냐면 거기서 제시된 해답이 아무리 훌륭하고 두근두근하게 하는 매지컬한 것이어도, 어쩌면 그것 또한 독자를 위로하기 위해 일단 마련된 '진상'이지, 사실은 더 시시하고 실망스러운 진상이 몰래 숨겨져 있는 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로직트릭미스리딩에 익숙해진 내 머리가 무심코 그 실망스러운 쪽을 못본 채 해버리는 것이 두렵다는 점도 있지만.


그 후로 나는 추리소설로부터 멀어져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여자친구가 생겼다. 코우사카 리코. 리코는 언니가 있고 이름이 모모라서, 리코의 '리(李)' 한자가 자두(스모모)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지적당할까봐 걱정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라서, 눈치채고 있었지만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하며 시시껄렁한 농담거리로 삼지는 않았다. 나와 리코 사이에선 잰말놀이가 화제가 되는 일조차 없었다. 그렇게 놔뒀더니, 사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리코가 스스로 말했다.


"자두(스모모)도 복숭아(모모)도 전부 복숭아(모모)래. 알고 있어?"


나는 말했다. "자두(스모모)와 복숭아(모모)는 다른 종의 복숭아(모모)라더라."


"그치만 결국 복숭아(모모)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잰말놀이 하자는 건데... 잠깐만, 방금 한 말 다시 해봐."


"응? 자두(스모모)와 복숭아(모모)는 다른 종의 복숭아(모모)?"


"맞아. 한 번 더."


"자두(스모모)와 복숭아(모모)는 다른 종의 복숭아(모모)."


리코는 잠시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여름 햇볕이 따가워서 내가 "그늘에 들어가자"고 말하고 일어서려 하자, 내 손을 잡았다. "잠깐만. 조금만 더 여기 앉아 있어봐. 덥지만 잠깐 참아. 지금 네가 한 말이, 내 속에 가라앉을 때까지, 조금만 더 부탁해" 그렇게 말하자 나는 또다시 고등학교 운동장 옆의 돌계단에 앉았다. 고개를 숙이고 침묵한 채로 있는 리코의 곁에서 나는 핸드볼부 놈들이 불쌍한 키퍼를 향해 붕붕 공을 던지는...이 아니라 슛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는데...가 아니라, 지금 리코가 한 말을, 나도 생각하고 있었다. 말이 속에 가라앉는다고...?


그렇구나, 하며 나는 생각했다. 말은 머릿속에 들어가는게 아니라 뱃속으로 들어가는 거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의 진의를 물을 때 "속을 들여다 보"는거고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속내를 드러내"고, 나쁜 생각을 품은 인간을 "속이 검다"고 하는구나!


그 후 잠시 침묵한뒤 갑자기 "메챵코 메챵코 메챵코~. 아라레 선창으로 챳챳챠~" 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리코가 머리를 들고 나를 바라보며 "고마워. 그야 그렇겠지. 복숭아도 자두도 다른 종이야" 라고 말했을 때도 나는 말은 속에 쌓이는 것이라는 당당한 깨달음에 흥분한 채 거의 듣지 않고 적당히 "맞아 맞아 당연하지" 라고만 말하고 있었다. 그런 나와 상관없이 리코는 펭귄~마을이 호냐라라~ 하며 계속 노래*를 불렀다.


책은 내장의 메타포가 구현된 것이다. 그래서 책은 묶이거나, 접히거나, 둥글게 말 수도 있다. 내장에 있어야 할 말이 밖으로 튀어나와 책에 실린다. 뇌는 배에서 온 말을 형태로 만들어, 입은 뇌를 경유한 말의 출구가 된다.


그렇구나, 그래서 할복이다.


할복이란, 그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자신의 본심을 들려주려는 최후의 계획이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틀림없이 전하려는 순수한 마음의 표현. 내장은 섞이지 않은 진짜 말인 것이다.


일본인은 분명 옛날부터 그걸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배를 갈라 왔다. 일자로 가르거나 십자로 가르거나 삼자로 가르거나 다향한 형태로 할복해왔지만,

할복의 본질은 본심의 해방이다. 뱃속에 고인 자신의 기분, 생각, 사고, 그런 것들을 전부 내장에 실어 겉으로 쏟아내는 최고의 수단.


그렇다면 목을 쳐 주는 것은, 비명이나 신음 소리 등 내장의 소리가 아닌 소리가 방해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행위일 것이다. 목을 치는 것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목을 잘라서 배와 머리를 절단하여 목소리를 막고, 상대방을 침묵시키는 것이다. 야부키 카케루가 지적한 '살인의 은폐'는 이 참수에 의한 silencing에서 오는 이차적인 것이다.


그렇다는건 이런 것은 안 되는 걸까. 다이스케 씨의 뱃속에서 튀어나온 그 <청춘이란 무엇인가>는, 다이스케 씨가 그때까지 쌓아 놨던 말들이 쌓이고 쌓여서 어쩔 수 없이 형태를 바꾸어 농축되어 결정화된, 말뭉치었던 것이 아닐까. 인간 몸의 불가사의는 추리소설보다 그 수가 많다. 몸 속에서 못이나 칼이 발견되는 경우도 세계에서 꽤나 보고되고 있다. 못이나 칼이 몸 속에서 튀어나온다면 책이 튀어나와도, 뭐 신기하기는 하지만 있을 수 있는 일 아닐까?


그래서 내 안에서 다시금 <청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흥미가 치솟았다. 어렸을 때는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했던 책에도, 고등학생이나 되었으니 어떻게든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 아버지의 서재에 가서, 그래도 조심조심, 그 케이스 속에 들은 책을 꺼내들었다. 움찔거리며 오렌지 색의 책을 케이스에서 꺼내자, 다이스케 씨의 내장을 다이스케 씨의 활짝 열린 커다란 뱃속 입구에서 꺼내는 듯한 기분이 엄습해 목 뒤로 서늘하고 부드러운 말뚝이 천천히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그 책을 손에서 놓치지 않고, 양 손으로 들어서, 살짝 열었다. 거기엔 평범한 활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맥이 빠진다고 할까 반대로 놀랐다고 할까... 그 소설의 글자는 지금 밖에 나돌고 있는 소설의 활자보다 작고, 퇴색된 종이의 색과 어울려 자못 낡아 보였다. 하지만 일단 이것은 분명 평범한 <청춘이란 무엇인가>다. 여러 번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볼까 생각했지만 무서워서 못했고 결국 그것을 읽는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지만, 대신에 읽어본 다른 이시하로 신타로의 소설과 분위기도 문체도 같았다. 확실히 이것은 이시하라 신타로의 <청춘이란 무엇인가>다. 그리고 나는 판권장을 보고 정가에 깜짝 놀랐다. 380엔! 싸다! 케이스도 있는 책인데... 하지만 이 가격을 보자 나는 더욱 수수께끼가 깊어져 간다고 생각했다. 다이스케 씨 속에 쌓이고 쌓여서 결정화까지 일으킨 다이스케 씨의 생각이, 단지 380엔이라니...뭐 그 책의 발매 당시라면 적당한 가격이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380엔이 괜찮은 건 아니다.


의심스러운 생각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아버지의 책상 의자에 앉아 그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판권장을 본다. 쇼와 40년에 제 1쇄가 발행되었다. 이것은 41년의 제 13쇄. 1년 사이에 이만큼 증쇄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은 꽤 팔렸다는 거겠지. 읽으면서 계속해서, 몇번이고 헤에 싶었다. 내 아버지 또래들의 젊은 시절의 분위기가 이랬다고? 진짜냐. 다들 이런 멋드러진 말투를 했었단 말야? 싸워대면서 '칙쇼'를 연발하고 진다면 '기억해 두겠어'라고 말하고, 거기다 대고 '기억하고말고. 잊어버리면 내쪽에서 찾아간다' 이야 꽤나 거치네. 호탕해. 흑백영화의 등장인물 그 자체의 말투인데, 옛날 젊은 녀석들은 전부 이런 이시하라 신타로같은 말투였던 걸까...응? 태양족? 이게 뭐더라? 뭐 됐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런데 이 행님과 싸우고 선생님!과 럭비를 와아아 하는 이 소설에서, 어디가 어떻게 다이스케 씨의 마음, 본심, 진짜 말인건지 잘 모르겠다. 뭐야 이거... 평범한 재밌는 소설이잖아? 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인간의 최후에 쥐어짜낸 말로서 적합하다고는 여길 수 없는 내용을 지닌 소설의, 그 지독한 위화감이, 오히려 인간이 내뱉는 말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증표처럼 여겨져, 왠지 납득할 수 없는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할복했는데 이래서야, 과연 다이스케 씨는 어떨지, 하고 나는 생각했지만, 뭐 인간답다고 한다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대학생이 되어, 명탐정과 알게 되었다. 모모 쨩의 남친이 명탐정인데, 심지어 꽤나 유명했다. 아니 당연한건가. 명탐정의 명은 '이름을 날린다'는 의미라서, 즉 유명하다는 거다. 무명인 '명탐정'은 없다. 그 남친은 팔극행유라는 묘하게 축하하고 싶은 이름으로, 도쿄뿐만 아니라, 칸사이나 큐슈에서도 비교적 활약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러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알고 있고, 나와 리코가 팔극 군과 모모 쨩과 함께 네 명이서 술을 마시러 가거나 했을 때 등등, 응석받이라서 금방 지루해지는 모모 쨩이 재촉하면, 그는 흔쾌히 자기가 관여한 색다른 사건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재촉하지는 않았지만 흥미는 있었다. 어쨌거나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탐정소설을 읽었던 것이다. 명탐정이 관련된 불가해한 미스터리에는 역시 마음이 움직인다. 게다가 팔극 군이 관련된 사건들은 모두 흥미롭고 진상도 아앗 스러운 것들인데, 심지어 팔극 군의 말투가 절묘하기 때문에 술집에서 들은 그 이야기에는, 어느 것에도 반드시 내가 추리소설에서 찾고 있던 매직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딱 한가지 내 감흥을 현저하게 떨어트린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은 쇼와와 헤이세이 사이에 나고야에서 일어난 연속 할복 사건이다.


나고야의 한 오래된 가문에서, 일족이 유산을 분배하던 도중, 젊은 남성들만이 일곱 밤 연속으로, 한 명씩, 자기 방에서 할복해 죽은 채로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흰 옷으로 갈아입은 피해자는 자신의 배를 열고 피에 젖은 칼을 쥔 채 정좌하며 몸이 앞으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사건이라는 물증이 없어서 경찰은 그것을 7건의 연쇄 자살로 수사를 종결시키려 했지만, 그 결론에 납득할 수 없던 한 소녀가 명탐정 팔극행유를 불러 진상의 규명을 의뢰한 것이다. 팔극행유의 대활약으로, 7명의 피해자에게 대담하면서도 교묘한 수법으로 남에게 들키지 않은 채 최면술을 걸었던 여자... 3년 전에 죽었다고 여겨졌던 할머니가 1층과 2층 사이에 만들어져 있던 비밀의 2층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이는 가짜 범인이었고, 팔극은 이 할머니를 모두의 앞으로 끌어냄으로써, 어떤 남자에게 심적인 동요를 불러 일으키고, 그 자리에서 한 번 더 연설을 하고 그 남자에게 무심코 진실을 말하게 만들었다. 노파를 뒤에서 조종하던 사람은 경관인데 그 집에 들어와서 죽었어야 할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거기서 다른 경관들이 놀라는 틈을 타 진범이 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팔극행유가 붙잡는다. 팔극행유가 정말로 꾀어내고 싶었던 그 여자아이는, 시간 인식의 착오와 대역 트릭을 이용해, 남자에게 할머니를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8살의 천재소녀였다. 소녀는 그 집에서 기르던 나이든 골든 레트리버를 살해하고, 며칠 동안 유해에서 벗겨낸 가죽을 입고 병든 개를 가장하며 그 남자의 살해와 이루지 못한 할복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조차 모르던 남자를 조종하던 그 어린이 범죄자가 피해자들의 배를 가른 이유는, 피해자들이 장난삼아 삼킨 척 했던 한 권의 좁쌀책의 수거였다. 그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만들어준 만화책은 총 21권으로, 그녀가 찾고 있었던 것은 제 19권이었다. 그것은 이야기의 줄거리가 가장 고조되던 부분이었다. 소녀는 그것을 누가 삼킨 것인지 몰랐기 때문에 일단 차례차례 죽여본 것이었다. 경관으로 가장한 남자는 유산을 노리고 사촌 형들을 죽일 작정이었지만, 모든 것은 그 아이에게 조종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가 7명이나 되는 인간을 죽이고, 마지막에 경관들의 면전에서 또 한 건의 살인을 기도할 정도로 찾고 있던 좁쌀책은, 그 아이의 방 책장의, 좁쌀책 컬렉션 속에 이미 되돌아와 있었다. 남자를 조종하는 것과 살인과 할머니 감시와 개 분장에 바빴던 그 소녀는, 자기 방에 돌아온 좁쌀책을 확인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시시하다.


무엇이 시시하냐면, 좁쌀책은 결국 누구의 뱃속에도 없었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의 진짜 말과는 관계 없는 만화 좁쌀책이었으며, 그래서는 할복 사건에 어울리지 않아! 라고 나는 강하게 생각했다. 할복한 인간의 뱃속에선 무언가, 어울리지 않지만, 그 어울리지 않음이 반대로 말하자면 어쩐지 어울린다고 말할 수 없지도 않는 느낌의 책이 튀어나와야 하는 것이다. 다이스케 씨의 뱃속에서 <청춘이란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듯, 예컨대 도청의 의자에 앉아 있는 이시하라 신타로의 뱃속에서는 <노르웨이의 숲> 상하권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라톤으로 단련된 뱃속에서는 <달의 궁전>이, 뉴욕에 있는 폴 오스터의 뱃속에서는 <배틀로얄>이, 얼굴을 모르는 다카미 고슌의 모르는 뱃속에서는 <병아리의 서가雛の棲家>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에키 카즈미의 뱃속에서는 <인스톨>이, 얼굴은 알고 있는 와타야 리사의 알지 못하는 뱃속에서는 <크리스마스 테롤>이, 문학 프리마에서 불안한듯 싱글벙글 웃고 있던 사토 유야 군의 뱃속에선 <작은 아씨들>이, 어딘가의 무덤에 들어가 버린 루이자 메이 올컷이 만약 할복한다면... 이제 됐다, 어쨌든 뱃속에서는 그런 종류의, 무언가 예상 외의 책이 튀어나오는 편이, 어울린다.


이런 이야기를 팔극 군에게 털어놓고, 덧붙여 다이스케 씨의 할복과 <청춘이란 무엇인가>의 이야기를 한 뒤, 그에 대한 내 생각의 변천을 상세하게 나는 이야기했다. 그런 말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자카야 '충팔忠八'에서 내가 지금까지 줄곧 생각했던 것을 단번에 이야기하다 보니, 내 뱃속의 스폿에 조용히 꽂혀 있어야 할 책이, 모르는 새에 점점 작아져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말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걸 멈추려면 내 목을 베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 내 배를 가르고 내 안의 책을 꺼내 그 소설을 읽고 내가 <청춘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당황했던 것처럼 당황하면 좋겠구만!


하지만 팔극행유는 다소 도톰한 모양의 좋은 입술에 싱긋 미소를 띄우며, "키부~" 라고 말했다. 내 이름은 키무라 켄사쿠이고, 키무라에서 따와 키부가 되었다. "키부~. 뱃속에서 책같은건 튀어나올 리가 없잖아. 인간의 배는, 섬유를 만들 수는 없어. 제본공장하고 착각한 거겠지. 게다가, 몸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못이라든가 뭐라든가 그런건 누군가를 속여서 돈을 벌기 위한 거짓말이야. 당연한건데" "키부~. 워프는 말도 안돼. 워프에도 이론이 분명 있는데, 우선 인간의 체내는 무리야" "키부~. 뱃속에, 그런, 스폿 같은건 없어. 인간은 통증을 못느끼면 여러모로 곤란하니까. 다쳐도 아픔을 모르면 위험하잖아?" "나 참 키부~" "못말리겠어 키부~"


시끄러. 그러면 뭐였는데, 하고 팔극 군에게 물었더니 "아마 그 아저씨, 정말로 할복할 마음은 없었고, 하는 척만 해서 놀래킬 생각으로 셔츠 안에 그 책을 넣어놨을 거야" 라고 말했다. 응? 팔극 군이 계속 말한다. "그런데 연기할 생각으로 칼을 찔렀더니 그 책에 맞지 않아서 진짜로 할복해 버리고, 아, 위험하다, 라고 생각했지만, 칼이 결국 깊게 찔려버려서, 어쩔 수 없구나, 그냥 이대로 죽자, 그대로 식칼을, 가로로 당겨버린거야. 그 쪽이 빠르게 죽을테니까. 근데, 그 아저씨는 목 쳐달라고는 안 했어?"


기억이 안 나.


목을 쳐달라?


응?


미시마 유키오는 서툴게 목이 잘렸다.


총감은 "목은 치지 말그라"고 말했지만...


"했다고 생각해. 그치만 뭐 요구해도 곤란하지. 일본도라도 없다면 단숨에 인간의 머리를, 자를 수 없으니까. 부엌에서 식칼을 한 자루 더 가져와서 쓱쓱싹싹 할 수도 없고"


아니다.


나는 거기서 떠올렸다. 그 때 다이스케 씨는 "죽여라!" 라고 몇번이고 고함을 질렀다. "빨리 죽여줘!" 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나와 누나와 어머니에게 "놔둬"라고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놔두면, 금방 죽을꺼야" 라고. 다이스케 씨에게는 "구급차 불렀다. 죽지 마"라고 말했지만, 한 편으로 우리들에겐, 작은 목소리로 "이제 방법이 없으니 놔둬"라고 말했던 것이다.


나는 '읽지 않고 놔두는 게 좋은 책'을 거기서 그만 읽어버렸다. 기껏 놔둔 책을 일부러 주워다 무심코 읽어버렸다.


아마 우리 아버지는 칼을 들고 나타난 다이스케 씨가 무서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할복하고 나서도, 칼을 움켜지고 있던 다이스케 씨에게 접근하는 것이 무서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길동무로 자신도 살해당할까봐 무서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어머니에게 구급차와 경찰을 부르게 하고 나와 누나 옆에 서서, 적어도 남동생이 죽는 모습만은 지켜봤던 것이다.


그 후 팔극행유 군이, 내 아버지와 다이스케 씨의 불화에 대해 조사해줄까 말했지만, 거절했다. 내친 김에 명탐정 팔극행유의 지적이 내가 중학생 때 생각했던 것과 같다는 시시한 결과도 없던 걸로 했다. 재미가 없으니까다.


다이스케 씨는 실은 나나 팔극 군이 생각하는 추리를 예상해서 일부러 저렇게 할복한 것이지, 실은 그 이면에 숨은 목적이 있다, 는 것으로 했다. 이른바 후기 퀸적인 문제를 응용한 셈이다. ...어라? 후기 퀸적인 문제 맞지? 상관없다. 어쨌든 그런 미스터리가 있는 편이 즐겁다. 수수께끼의 해답을 생각하는 쪽이 즐겁다.


미시마 유키오의 뱃속에서도, 뭔가 이상한 책이 툭 튀어나와서, 그 자리에 있던 총감이나 방패회 사람들이 그 책에 깜짝 놀라 그것을 계속 숨기고 있다, 라는 걸로 했다. 어떤 이상한 책이 튀어나온 걸까? 수수께끼다. 너무나도 수수께끼다.


수수께끼라고 한다면 대학을 졸업해서 결혼하고 2년이 지나 부풀어 오른, 리코의 큰 뱃속의 내용물이 있다. 이 배를 가르고 나오는 것이 책이라면 그것은 상당한 두께를 지닌 초 대작임에 틀림없다. 리코는 장난삼아 제목을 <모모타로>라고 하자 하는데, 그래선 그냥 그림책이다. 리코의 마지막에 남겨야 할 진짜 말로서는 어울리지 않겠지. 게다가, 속에서 튀어나오는 책의 제목은 신만이 아는 것이지 우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호밀밭의 파수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것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반대로 어울리다고도 할 수 있고, 어쩌면 아이의 이름에 딱 맞을지도 모른다.


키무라 호밀밭의 파수꾼.


라가 겹치기 때문에* 말하기 힘들까? 뭐 어때. 어차피 내가 마음에 들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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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니메이션 닥터 슬럼프 노래 가사.

2. 일어로 '라' 발음이 겹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