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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 이전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란 '이사 갈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어렸을 때 반공시간에 북한 인민들에게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다고 배웠는데, 참 답답하게 여겨졌다. 그러고 어떻게 사나? 그런데 막상 내가 어른이 되어 이사 가야 할 처지가 되었을 때 거주 이전의 자유에 대해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거주 이전의 자유는 거주를 이전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생활양식에
대한 합리화가 아닐까? 매우 불온한 생각이지만, 이후 이 의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원래 유럽 봉건체제는 토지에 묶인(=긴박된) 인민들의 노동에 기초해 성립한 체제이다. 그런데 곡물재배 대신 양을 치는 인클로저(Enclosure, 대규모 방목을 위해 공유지를 사유지로 전환하고 농민을 내쫓은 사태 등으로 인해 토지에 묶여 있던 농민들이 토지에서 쫓겨나 방랑생활을 하게 되었다. 임노동자가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도시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들을 노동자로 받아들일 자본이 축적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들을 도시에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 불안요소를 끌어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래서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 즉 '부랑자'를 단속하는 법이 생겼다. 부랑자 란 '불량하다'는 뜻이 아니라, '정해진 거처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이 단계에서 '정해진 곳에 살아야 한다'는 '정법'이 생겼다.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산업화가 진행되자 이제는 정주법이 아니라, 도시 공업지역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법이 필요했다. 그 중 하나가 19세기 '구빈법法'이었고, 그 헌법적 반영이 '거주 이전의 자유’였다.

오항녕, 조선의 힘(2010 역사비평사)p. 89

여기서 책 덮음

북한 주민의 거주 권리 비판에 반론하겠다고 19세기 자본주의를 끌고오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