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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할배 썰 좀 치네!


원래 달리기 동기부여 하려고 찾은 책이었는데, 생각과 다른 내용에 한번 아쉬웠다가, 생각과 다른 꿀잼에 즐겁게 읽었음

80먹은 생물학자 할배가 자기 달리기 썰을 풀어주는 책임



화자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기 인생을 쭉 되돌아보며 달렸던 순간들의 기억을 이야기해주는데

노인이자 생물학자로서 바라본 기억들이 독특한 이야기로 재구성되니 글에서 아련함과 새로움이 동시에 느껴져서 좋더라


전쟁 난민으로 도망쳐온 마을의 곤충잡이 소년으로 지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별별 사건을 다 들려주는데

우악스럽게 과장하지도 않고 오만하게 혹은 소심하게 잰 채 하지도 않는 것이

담담한 문체가 꼭 평화로운 숲 길에서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집에 가는 기분이었음


왜 집에 가는 기분이 들었냐면,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구성이 아니라, 독자가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건너가며 화자의 현재로 되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던 거 같음

보통 회고 구성의 글을 읽으면 그냥 어릴 땐 어린 대로, 늙었을 땐 늙은 대로 저자가 이런 경험을 했구나~ 싶은 별개의 경험으로만 느껴지는데

이 책은 조금 과장해서 내가 같이 늙어가는 듯이 독특한 느낌을 받았음


정말로 극후반 챕터에서는 불과 몇년 전 겪었던 일을 들려주는데

이때까지 들려준 이야기들이 한번의 경험으로 응축되서 화자 개인의 깨달음으로 승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

그게 이 노인이 실제로 겪은 일이었다는 게 첫째로 놀라웠고, 

오히려 그 마지막 달리기 썰이, 앞서 읽었던 즐겁고 대단스러운 달리기 썰보다 나에게 훨씬 큰 동기부여가 됬다는 게 둘째로 놀라웠지


중간중간 대중적인 학자들이 흔히 그러듯 교훈을 끄집어내는 문장들이 있었는데

무척 흥미로운 부분도, 아 결국 이 사람도..? 하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글 맛의 식감을 더해준다 생각하고 재밌게 읽었음


마지막에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달리기로서 하나 될 수 있는 인류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는데 굳이 아쉬운 파트라면 여기였음


인류가 공동체로서 진화한 결과이자 수단이기도 한 소속감 즉 종교에 대해 긍정하는 한편, 인격신이자 창조주로서의 개념은 부정했는데,

동시에 범신론을 이야기하면서 인류는 전 지구가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었으니 소속 간의 다툼을 멈추고, 

자연을 희생하는 게 아닌, 자연을 성장 시킬 수 있는 단일한 소속이 될 수 있다고 설파 함


글 자체는 뽕이 좀 차지만 나로선 설득력이 훅 떨어지는 부분이었음


물론 그게 자연을 사랑하는 80 먹은 할배의 바람이라고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는 마무리겠지만

인간의 생체 주기라는 것이 수명 뿐 아니라, 달리기 기록까지 특정 패턴으로 결정한다고 말한 사람이

너무 행복회로 돌리는 거 아닌가 싶더라


다행스럽게도 유언처럼 쓰여진 마지막 문단, 그 중에서도 마지막 문장이 내 마음을 울려주었기에

책을 기분 좋게 덮을 수 있었음



잼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