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이한 건 우리가 기계와 철도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 철도가 달려가고 공장이 작동하는 바로 그 시대에 두 사람이 서서 권총을 발사한다는 것이네.”
그는 이제 명예심이 없군, 하고 요아힘은 혼잣말을 했다. 그런데도 베르트란트의 의견이 당연하고 설득력 있게 들렸다. 베르트란트는 말을 계속했다.
“그건 감정을 중요시하는 데서 연유하는 듯싶네…….”
“명예심이지요.”요아힘은 말했다.
(중략)
“정말 명망 있는 두 사람이 ― 다른 사람하고라면 자네 형은 결투를 하지 않았을테니까 ― 어느 날 아침 서로 마주 서서 총을 쏜다는 사실을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 그들 둘 다 분명 어떤 감정의 인습에 사로잡혀 있는 거지. 우리 자신 또한 그만큼 그 일을 견디어 내고 있지 않은가! 감정은 타성이 지배하고 있는 거야.”
감정의 타성이라고! 요아힘은 당혹했다.
헤르만 브로흐, <몽유병자들> 중
--------
뭔가 얄밉긴 하네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