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향이 경북 상주인데 상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갱시기였어. 상주 출신 소설가 성석제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와. 



초저녁부터 발 밑에서 얼음이 서걱거리는 이맘 때쯤이면 늘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이 ‘갱죽’ 또는 ‘갱시기’라고 부르는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그 무엇이다. 식은 밥과 남은 반찬, 묵은 김치를 썰어 솥에 대충 붓고 물을 넣어서 끓인 음식이다. 흔히 말하는 ‘꿀꿀이죽’과 비슷하다.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거기다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계란노른자를 터뜨려 저어먹기도 했다.
반드시 식은 밥이라야 하고 또 반드시 푹 삭아서 쉰 김치, 남은 반찬이라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제 맛이 나지 않았다. 뜨거운 갱죽을 후후 불며 한 그릇 먹고 나면 호롱불을 켜야 할 만큼 캄캄해졌고 사랑방에서는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라디오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기나긴 겨울밤에 더 이상 나올 음식이 없으니 다시 배가 고파지기 전에 얼른 잠을 자는 게 상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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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끓여 먹은 갱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