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어제 동네 카페 갔다 왔음.

아침 9시, 손에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테이블 앞에 두고 책을 정독하기 시작했음.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책 읽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어떤 여성분이 나한테 말을 거는 거임(솔직히 좀 많이 예뻤음).

내가 그분의 얼굴을 보니까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이는 거. 친구랑 같이 온 모양인 것 같았는데, 앞에 있던 친구가 당황해서 나한테 말 건 사람을 막 말리는 거야.

그러다가 결국 자기 말리는 친구 뿌리치고 나한테 나지막이 이렇게 말하는거임;;

죄송한데 그 책 좀 버리라고.

? 아니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

나는 곧바로 아니 왜요? 당신이 누군데 이래라 저래라에요?

그러자, 그런 외설스러운 책은 읽는 거 아니라고 도저히 용납을 못 하겠다고..

나는 당황했지만, 차근차근 책에 관하여 이야기했음.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에로티시즘 소설이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

예술작품이라고.

여성분은 갑자기 급발진해서 책을 찢으려고까지 하는 거임.

나중엔 심지어 종업원까지 나서서 말림;;

나는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지 하면서 애써 무시했음.

결국 종업원은 그 사람들을 내보냈음.

그런데 나도 나가라는 거임;; 어이가 없어서

논쟁 함 크게 벌일까 하다가 내가 참는 심정으로 그냥 나갔음.

그런데 갑자기 그 여자분이 또 내 앞에 나타난 거야, 친구랑 같이. 아마 카페 옆에 숨어있었나 봄;;;

거의 경찰을 불러야 하나 생각했을 때쯤 갑자기 급발진 여자를 말리시던 분이 나한테

카뮈 좋아해요?

네. 좋아ㅎ…

만, 그는요?

마의 산 정말 재밌게 읽었습ㄴ…

포크너?

압살롬! 압살롬! 그의 최고작이죠.

그런데 여기서 그 여자 그러니까 카페 안에서 급발진을 시전한 여자의 반응이 이상했음. 무슨 이 작가들이 존재하지도 않는(non entity) 사람인 양 관심을 코빼기도 안 가지는 거임. 이게 어느 정도냐면 그 사람한테는 작가 이름 말할 때만 소리가 안 들리는 것 같았음.

마침내 내가 고리키의 어머니를 좋아하고,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로런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좋아한다고 말하자

갑자기 급발진 여성분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씨발 표정을 짓고 자기 가면을 벗는거임.

여기서 가면을 벗는다는 뜻은 이 사람의 본심/본색을 드러낸다는 뜻의 비유가 아니라 진짜 가면을 벗었다는 의미. 난 무슨 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니까?

가면을 완전히 벗자 나보코프가 내 앞에 서 있었음.

너 진자 пошлость 하다.

예?

너 취향이 존나 пошлость 하다고.

씨발 그래 내가 Бабель나 Hawthorne 정도면 괜찮다고 해주려 했는데 씨발 뭐? Горький? 나가 이 개새끼야.

이러면서 나 빰 한 대 갈기고 지 갈길 가는거임;;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옆에 있던 친구(그 친구도 여자였는데 아름다웠음)가 나한테 키스를 갈김.

일단 여기서 상황은 종결됐음…

지금은 그 친구 그러니까 나보코프를 말리던 그녀랑 사귀고 있다. 곧 결혼하려고 함.

이름은 표도로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설마 그녀도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뭐가 어찌됐든 좋은 느낌이 든다.

책이야기: 저는 완장이 홀레스타코프가 아님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