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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X헌터>(이하 헌헌)의 키메라 앤트 편은 여러모로 헌헌의 에피소드 중에 탑을 달릴 만한 훌륭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인 소년만화의 에피소드 전개는 장르의 한계 상 '인간찬가'로 통할 수 밖에 없다. 동료를 구하고, 동료를 통해 각성하고, (혈통빨을 받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용기를 얻어 각성하는, 소년들의 가슴을 끓게 만드는 전개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전개는 검증된 전개이고, 소년만화의 법칙과 같은 것이며 왕도물 취급 받는 성역이기도 하다. 솔직히 이젠 하도 틀어대서 이런 클리셰나 좀 나왔으면 할 정도로 정석 그 자체인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그 전개를 동일하게 가져가고 있다. 동료를 잃은 분노로 강해지는 주인공, 모든 걸 쏟아부은 스승 캐릭터의 장렬한 최후, 최종보스는 스승 캐릭터에게 패배하며 상대방을 인정하고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으며 간지나게 사망하고, 주변 인물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고 각성하기도 하며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로 남는...

그런데 실상을 까보니 에피소드의 뱃속엔 괴물이 살고 있었고 인간찬가는커녕 인간혐오에 가까운 결론으로 끝이 나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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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열정이 가득찬 주인공이어야 할 '곤육몬'은 키메라 앤트 에피소드에서 가장 미친놈으로 등장한다.

아무 상관 없는 피해자인 민간인을 가차없이 죽이겠다 선언하고 복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피해도 마다하지 않는(심지어 자기의 모든 미래조차 걸어버리는) 사이코패스 캐릭터로 각성해버린다.

반면 네페르피트는 초기의 잔혹성은 온데간데 없이 왕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일말의 모성애를 발휘하며 코무기를 끝까지 지키고 반항하다 맥없이 대가리가 깨져버리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피해자로 돌변한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곤은 스승을 잃은 피해자이며 네페르피트는 아무 이유 없이 곤의 스승을 죽이고 시체를 능욕한 미친년이다.

하지만 에피소드 끝에 돌이켜 봤을 때 곤은 민간인을 데리고 협박하는 사이코패스이며 자기 몸조차 박살내며 상대방을 도륙해버리는 괴물이고 네페르피트는 민간인을 지키다가 희생당한 전쟁영웅처럼 보인다.


토가시는 이러한 선명한 구도를 통해(사실 이 에피소드의 대립 구도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심지어 사이코패스였던 키르아가 이 에피소드에선 가장 정상인이 되어버림) 소년만화에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차용해온 선악구도를 간단한 한 두 가지 장치로 비웃듯이 틀어버린다. 메르엠전 중반부 쯤 되면 이새끼가 선역이었는지 악역이었는지도 헷갈릴 지경이 되며 이는 철저히 계산된 전개인 것이다.

키메라 앤트 에피소드에서 순수한 인간들의 '인간성' 이란 폭력 혹은 악의로 귀결되며 이는 작가의 자캐 수준인 네테로가 단계별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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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앤트 에피소드에서 모든 과거가 드러난 네테로는 이 에피소드의 백미 중 백미이며 주제 그 자체이다.

네테로의 강함은 경의와 단련을 통해 어떤 꼼수 없이 도달한 해탈의 경지이며 이는 일반적인 소년만화에선 인간의 순수성과 그로 인한 결말을 상징한다. 주인공의 완성형은 저 경지 이상일 것이고 주인공은 언젠가 저 스승의 발끝을 따라잡을 것이다 하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네테로는 중간중간 큰 활약 없이 임팩트만 보여주며 마지막에 메르엠을 잡기 위한 은탄환으로만 등장하는데 네테로는 애초에 그런 캐릭터로 사용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최종보스전에서 네테로는 '인간의 악의'로 발생한 모든 재앙을 상징하며 정정당당은 커녕 좆간지나게 나왔다가 발 짤리니까 자폭공격을 하질 않나 그것도 안되니 심지어 핵을 날려서 최종보스를 잡아버린다.

사실 인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을 조지는 것에 특화된 동물이며 어떤 의미로는 이것이 '인간성'이라 할 수 있겠다.


키메라 앤트 에피소드가 기승전핵이라고 까이는 부분이 있지만 이런 구성을 고려해 봤을때 굉장히 적확한 도구라 할 수 있다.

핵무기란 것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무기였으며 당연하게 취급되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살상무기이다. 인간의 최대 무기인 핵폭탄과 키메라 앤트의 최종병기인 메르엠이 맞붙는건 좀 어이가 없긴 하지만 철저히 계산된 전투인 것이다.

인간이 이렇게 좆같은 생물이란 걸 키메라 앤트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깝치지 말라 이거지.




키메라 앤트 에피소드는 소년만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한 것 처럼 만들었지만 변주를 주고 이제까지 당연히 생각해왔던 요소들을 하나하나 분해하고 때로는 비틀고 때로는 보존하는 형식으로 세련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만화 작법으로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세심하고 잘 설계된 구성이며 기존의 소년만화 장르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토가시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토가시는 왕자지전을 연재하며 만력이 좆박았으므로 이런 에피소드는 안 나올 것이다.

그게 가장 좆같은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병신같은 왕자지전 환영여단이나 다 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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