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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전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고 이렇게 생각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은 분명 미문(美文)이지만, 끝도 없는 자폐에 빠져버리는 이상 무용지물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과 함께 읽게 된 가와바타의 만년작(晩年作) <산소리>는 이전의 <설국>과 달랐다.

<산소리>는 분명 <설국>처럼 자폐성이 가득 담긴 작품이다. 주인공 신고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과거의 미를 동경하는 과정을 그린 미문 속에서 자폐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이전의 <설국>과 달리 노화하는 노인의 두려움와 무기력, 분열하는 가정과 어우러지며 흥미를 유발한다.

나는 일본 탐미주의 작가의 최고봉으로 미시마 유키오를 꼽아왔다. 그의 글에는 아름다움만이 아닌 흥미진진한 서사 역시 녹아있다. 그러나 <산소리>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 미시마가 가와바타를 스승으로 모시게 된 까닭에 대하여 이 작품은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