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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도 딸리고 어떤 자세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떤 자세로 리뷰를 해야 하는지도 어설프지만, 그냥 혼자 책 읽고 혼자 끄적인 글이 좀 분량이 있는게 뿌듯해서 평소에 눈팅하던 독갤에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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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問の見》로, 1970년도 필즈상 수상자이자 역대 두번째 일본인 필즈상 수상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저자의 삶을 어린 시절부터 필즈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논문의 완성까지 순차적으로 따라가면서, 일화들을 통해 저자가 학문과 탐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여 배운 점들을 설파한다. 저자가 책 내에서 꾸준히 말하길 자신은 절대로 천재가 아니라지만, 저자의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며 읽다보면 저자의 겸손은 또 그 너머 경지의 천재들에 견준 상대평가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천재는 명실상부한 천재지만, 단지 저자의 몇몇 동료 수학자들 같은 번뜩이는 직관을 통한 순간적인 문제 해결이 돋보이는 유형의 천재가 아니라, 끈기 있이 파고들고 물고 늘어져 어려운 문제도 차근차근 마침내 풀어내는, 다른 유형의 천재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저자의 주요 업적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Annals of Mathematics이라는 저명한 저널에 저자가 몇년의 연구 끝에 기고한 “Resolution of Singularities of an Algebraic Variety Over a Field of Characteristic Zero”라는 논문이 바로 그에게 필즈상을 안겨준 업적이었다. 관련된 개념을 저자가 책 내에서 그림자에 비유해서 짧게 설명하지만,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을 법한 수준은 역시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독자는 저자같은 천재일 필요도, 혹은 저자의 수학적 기여에 대한 이해할 필요도 없다. 저자의 말마따나 평범하다고도 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어떻게 이러한 학문적인 업적을 이룰 수 있나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책의 메세지는 줄곧 학문과 가까웠던 자신의 인생을 매개체로서 저자가 전달하기 때문에 학문에 뜻을 둔 사람에게 더욱 큰 울림이 있을 수 있겠으나, 탐구와 모험, 그리고 발전이 있는 삶을 꿈꾸는 누구에게나 해당이 되는 보편적인 진리들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크게 네 장으로 나뉘며, 앞서 말했듯 순차적으로 저자의 삶을 따라간다. 따라서 첫 장 ‘배움의 길’은 저자의 첫 스승들이었던 부모님과 친구들에 대한 일화들과, 첫 꿈이었던 피아니스트가 수학에 대한 열정으로 변모한 계기 등 저자의 어린시절을 다룬다. 엄하던 아버지께는 역경을 홀로 묵묵히 이겨내는 자립심을, 자유방임적이셨던 어머니께는 호기심과 생각한다는 것의 가치를 배웠다고 한다. 또 같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놀던 친구에게는 자유로운 사색의 중요성을, 엄하게 자라 어른스럽고 반듯했던 또 다른 친구에게는 노력과 끈기를 배웠다. 이렇듯 저자는 주변의 ‘평범하고 친근한 스승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두번째 장부터 저자가 떠나는 ‘창조의 여행’에서도 저자는 주변인들에게서 여러 강점들을 배워나간다. 학부과정 때는 문학과 낭만을 좋아하는 수학과 친구 고바리 아키히로에게선 감수성과 배짱을 배웠다. 대학원에서는 자리스키 선생님 아래서 같이 수학을 배우던 동문이자 각기 다른 유형의 천재 둘 멈퍼드와 아틴의 존재가 저자에게 경쟁의식을 길러주었다.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유년시절부터 여러 사람들로부터 갖춰진 자신의 강점들을 가지고 부딪혀가며 스스로의 경험에 통해서도 여유, 소박함, 수학적 통찰 등을 배워나간다. 이를 통해 저자는 창조의 기쁨을 깨우치고, 창조의 꿈, 즉 특이점 해소에 대한 독자적인 풀이에 대한 꿈을 품고 공부를 계속한다.

세번째 장 ‘도전하는 정신’에서의 저자는 박사과정은 마친지 오래된 엄연한 수학자이자, 다른 많은 수학자들이 중요성에 대해 회의를 표출하는 문제에 좌절하다가도, 반발심과 오기로 다시 끊임없이 매달리는 별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마침내 풀이에 성공하고, 문제의 중요성을 입증할 수 있었던 요인은 앞서 그가 배웠던 끈기와, 자리스키 선생님의 독려, 그리고 저자가 존경하는 수학자 그로텐디크로부터 배운 다방면적인 욕망으로 수학을 대하는 자세 등을 저자는 꼽는다.

이렇게 저자의 삶과 스승들을 따라가며 메세지를 전달하는 형식은 막을 내리고, 마지막 장 ‘자기발견’ 에서는 저자가 지금껏 깨달은 점들을 통해서 독자들, 보다 구체적으로는 90년대 초 미국을 앞서네 마네 하던 일본의 당시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들이 담겨있다. 시대적 특성들이 담겨있는 조언들이라 읽는 재미는 있었으나, 그 기초가 되는 메세지들은 앞선 장들과 대동소이하다.

저자가 주변인들로부터 배운 다양한 중요하지만 단조로운 가치들도, 그들의 삶 내 구체적인 쓰임새를 일화를 통해 가르쳐줘 그 중요도가 강조되어 더욱 인상깊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 많은 가치들 중에서도 제일 주목하고 싶은 점은, 저자의 모든 일화 내, 스스로 깨달은 가치든 주변인들을 모방한 가치든, 필연적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배우는 자세가 늘상 되어있었기에, 그 전제 하에 그 모든 가치는 체득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전 읽었던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 교수도 비록 분야는 다르나 비슷한 자세를 겸비하셨던 걸 기억하고, 나도 이들처럼 그런 자세를 언제나 명심해야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