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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을 남겨보자면


일단 매카시의 이름값에 걸맞는 소설은 분명함


문장은 항상 압도적인 매카시지만, 이 소설이 그의 나머지 작품들과 다른 점을 꼽자면


서사가 분명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음


카프카의 몽환과 핀천의 미스터리를 섞은듯한...흥미진진하면서도 묘하게 답답하고 출구가 없는듯한 느낌


읽으면서 <소송> 과 <제 49호 품목의 경매> 가 생각남, 특히 <소송> 은 직접적인 오마주라 생각되는 장면도 있는데 그건 스포라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부적 권력에게 추적당하고 유린당하는 주인공, 음모론적인 미스터리에 대한 떡밥 등등


서사 구조로만 따지면 매카시 본인 소설 중에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랑 가장 유사한 거 같음


또 끊임없는 풍경묘사같은, 매카시 전성기 트레이드마크였던 시적인 문장의 비중이 줄고


매카시의 산문이 지닌, 그 문장 단위의 동력을 인물의 내면으로 옮긴 느낌


주인공 남매 둘 다 인생이나 심리 등이 꽤나 자세하게 묘사됨


인물 개인에 대한 탐구가 이렇게 심층적으로 이루어진건 단언컨데 매카시 소설중에 처음임 (해봤자 <신의 아이> 의 레스터 벨러드인데, 이 인간은 애초에 연쇄살인마라서 매카시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분석하듯 접근했고, 이건 거의 일인칭에 가깝게 들여다보는 느낌)


그중에서도 여주 알리샤는 오빠 바비랑 이분법적인 구도를 형성하는거 같음


바비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물임


정부의 추적을 피해 도망하고, 잠수부로서의 업을 행하며, 그리고 알리샤로부터 끊임없이 멀어지는


남성적이며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매카시에게 있어 전형적인 '몸'의 인물이라면


알리샤는 한 곳에 머물거나 갇힌 '정신적인' 인물임


정신병원에 갇혀, 자신의 머릿속에 갇혀, 또 바비에게 있어 '과거' 에 있어


움직이지 못한채로 생각밖에 못하는, 바비의 안티테제인거 같음


이 둘의 나눠짐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데


이 또한 묘하게 몽환적이고....


이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는 소설 끝까지 읽어봐야 알겠지만


지금껏 세상의 일만을 다룬 '몸' 의 소설가 매카시가


노년에 그런 '몸' 의 세계와 반대되는 '정신'의 세계, 또 '심리' 의 세계를 탐구하는 모습이 비춰지는거 같음


또 문득 든 생각인데, 주인공 남매의 삶 자체가 매카시 본인의 삶을 어느정도 돌아보는 입장에서 그려짐


녹스빌 (테네시 주도) 에서의 어린 시절, 로드아일랜드에서 태어난 배경 등은 매카시의 인생과 그대로 겹침


해외 평론에서 이 소설 자체가 매카시의 고별사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에서 한 말인지는 알겠더라


그동안 소설에서 등장한 장소들이 하나 둘 나오거나 (텍사스 국경지대, 테네시 등등)


이런...되짚어보는 태도 자체가


오에 겐자부로가 쓴 <익사> 의 태도하고도 겹치는거 같음


그동안 작품과 세계를 돌아보며, 생각에 잠긴 늙은 작가의 모습이 보인거 같아서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