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는 아니지? 하나도 좋다는 느낌이 없는데, 이렇게 느낌 없는 소설들은 처음인듯
[질문/답변] 헤르만 헤세
Rememem(kinder1212)
2023-02-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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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중 하나고 대문호임. 헤세 책들은 다른 독일 작가랑 다르게 쉽게 읽히는게 특징인데 알고 보면 심리학적 지식이 대단하고 인간의 양면성을 훌륭하게 풀어내면서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함 - dc App
방황하는 소년의 성장소설을 주로 썼는데 다들 이 기초적인 소재로 글을 쓰는게 얼마나 성숙한 힘을 필요로하는지 알거라고 생각함. 기존의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훌륭한 글을 쓰기란 대단히 어려움. - dc App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유리알 유희 정도 읽어봤는데 그렇게 위대한 소설인지 잘 모르겠다. 자아 형성에 관한 심리학적 지식이 대단한 건 황야의 이리를 제외한- 이 소설은 자아의 방황에 역점을 두고 있으니- 모든 소설에서 느낄 수 있음. 그런데 인간의 양면성을 풀어냈다? 그건 전혀 아닌 것 같고...... 애당초 모든 소설이 이분법의 삭제와 이분법 이상을 취하고 있는데? 그리고 그 점에서 심리학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겠음. 소설이 쓰여가는 순서대로 읽으면서 작가의 인식이 발달하는 지점, 그러니까 데미안에서는 압락사스로 대표되던 선악의 이분법 삭제가 황야의 이리로 넘어오면서 이분법 이상을 내면에서 발견하는 것 등등.........
데미안에서 발견되는 자아에 대한 생각이 싯다르타에서는 좀더 완숙하게 발전한 것도 재밌었고...... 그런데 이걸 소설적으로 잘 풀어냈다? 구조상으로도 상당히 훌륭한 다른 대문호들의 소설처럼? 이건 잘 모르겠음. 차라리 이 점에 있어서는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등의 중기 소설들이 더 훌륭한 것 같음. 황야의 이리에서 도중에 나오는 황야의 이리론, 이 부분을 보면 구조상의 문제점을 볼 수 있음. 황야의 이리는 보셨으면 알겠지만 수기를 발견한 사람과 하리 할러의 수기로 나뉨. 그러니까 수기를 발견한 사람-> 수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 수기라는 부분 사이에 황야의 이리론이라고 에세이 인문학적인 글이 들어감. 물론 이게 소설의 내용을 이끌어가는 장치이자 원동력이라는 건 알겠음.
이 황야의 이리론이라는 글을 배치한 데에 헤르만 헤세가 노력했음을, 후반 헤르미네의 대화 전개에서도 어렴풋이 느껴지고...... 그런데 이게 구조상의 완벽함을 불러온 건 아님. 그저 황야의 이리론을 최대한 거부감 없이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글에 풍부함을 부여하는 방법일 뿐. 유리알 유희도 마찬가지. 물론 이 소설에서 드러나는 숭고한 사유를 무시하겠다는 건 아님. 그런데 이 소설은 서술자를 너무 반 시체 상태로 던져뒀다 생각함. 그리고 이게 글 전체에 숭고함과 동시에 무뚝뚝한 모종의 구석을 부여했고. 그냥 나랑 안 맞는 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이제껏 탐구한 다른 소설가들보다 대단한 점은 못 느끼겠음
읽고나니 이전에 탐구했던 작가들에 비해 크게 탁월하거나 훌륭한 점들이 없었다고 한 의견에 어느정도 동의함. 내가 개인적으로 헤세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성장이라는 익숙한 테마로 구심점을 잃지 않고 일평생을 바쳤다는 점이 나에게 다른 작가와는 다른 차별점이었음. 소년시절의 기억과 일순간을 포착하는, 정말로 이런 작가는 아주 특별해서 손을 꼽을 정도니까. 상당 부분 이전의 언어와 지식에 기대고 있는 많은 작품에 비해 시대를 넘어서 인류의 보편적 문제를 이전의 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숭고한 경험으로 전할 수 있는 작가는 아주 희박한 수라고 생각함. 이런 면이 문학을 외면하는 한국에서 유독 데미안이 압도적인 위상을 쌓게 한 이유가 아닐까 싶어.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