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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 대개 다 그렇지만,
독서 토론회도 "괜찮다 vs. 아니다"는 case by case - 상황에 따라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대략 세 번 정도 독서 토론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했는데,
처음 두 번은 여러가지 이유로 오래가지 못하였지만 지금 나가는 모임은 참 좋습니다.
    
20 살 때 처음 나간 독서 모임은 대학교 같은 학과 선후배들끼리 만든 것이었습니다.
"공대생이지만 우리도 인문학 좀 읽자"는 취지였는데, 나름 처음에는 괜찮게 진행되었습니다.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닥터 노먼 베쑨>, <역사 에세이> 등을 다 같이 읽고 토론했죠.
이후 몇몇 선배들이 한총련 집회 참여를 종용하면서, 몇몇은 순수한 독서 모임이 거기 왜 나가냐고 반대하고...
그 와중에 시끄러워져서 독서 모임은 해체되었습니다 - 더불어 동기들이 속속 입대하게 된 것도 원인이었구요.
    
대학원에 있을 때는 Lab 선배가 인터넷 카페 독서 동호회 같이 가자고 종용해서 할 수 없이 따라갔습니다.
나름 그 곳도 처음에는 잘 굴러갔는데, 인터넷 카페가 유야무야되면서 그냥 없어졌죠.
독서 토론회라는 게 '책을 정해놓고 같이 읽는 것'이 전제 조건인데, 실천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 때 알았습니다.
마음은 있어도 직장 생활 하느라 일에 쫓기는 경우 제대로 책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이 부분을 그냥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면 제대로 토론이 안되고 뒷풀이에서 밥이나 먹게 됩니다.
그렇다고 책 꼭 읽어 오라고 너무 세게 강제하면 아예 모임이 망가져 버리구요.
    
요즘에는 사내 독서 동호회에 나가고 있고, 대략 16년 만에 다시 참여하게 된 독서 토론회입니다.
독서 모임 구성원이 같은 회사에 있으므로 서로 배경이나 업무는 달라도 상호 직장일을 이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 대략 3천여명의 직원 중 회계사가 2천명이 넘고 대부분이 변호사 또는 박사급 인력이어서,
기본적으로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마음 먹으면 책을 부지런히 읽어내는 인력들이라 준비를 잘 해오더군요.
책도 다양한 영역을 돌아가면서 선택해서 나름 풍성한 맛이 있어 좋았구요.
지적 역량으로 버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고 나름대로 고민한 후 모임에 참가하는데,
다들 평소에도 많이 공부하고 또 많이 떠들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빨도 세고 다양한 자신의 경험을 이입해서 책에 대해 썰을 푸는 것들도 듣고 있으면 절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내 독서 토론회는 처음에는 꿈에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부수적인 효과도 제게 가지고 왔습니다.
알고보니 회사 내의 인사과리를 총괄하는 전무가 평생 소원이 사내 독서 토론회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분이 야심차게 수 년 간 무척 어렵게 추진해서 만들어서 간신히 궤도에 올린 모임이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직장으로 적을 옮기고 기분 전환을 위해 독서 모임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한 것이었지만...
참여자들이 다 같이 읽은 책에 대해서 이 부분은 좋았다 어려웠다 등을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서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 책의 작가가 쓴 다른 책들과 해당 작가의 성향, 다른 작가의 관련 작품과의 비교 등으로 색다르게 썰을 풀었고,
다름아닌 그 전무 - 회사 내 인사관리를 총괄하는 분이 이렇게 독서 모임에서 만난 저를 아주 잘 기억하게 되었죠.
그 후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사람들의 이사 진급을 심사하고 인사관리 부서에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칠 때,
그 자리에서 인사관리 총괄 전무께서 경영진에게 "공학도가 문학과 인문학에도 빠삭하다"라고 극찬했다더군요.
그냥 책이 좋아서 독서 토론회에 참여하여 책과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을 떠들면서 즐거운 힐링을 했을 뿐인데,
그 활동이 새 직장에서 (겨우 자리잡을 판에) 경영진 눈에 띄여 크게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주다니...
    
결론 - 독서 토론회도 케바케인데, 지금 나가는 사내 독서 토론회는 거의 베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