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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좀 아는 사람들 중 카스파로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16년동안 챔피언을 해먹고 21년동안 세계 1위를 차지한 그야말로 전설 중에 전설이 아닌가. 게다가 그 플레이 스타일 역시 화려하기 그지 없다. 바쿠에서 온 짐승이라 불릴 정도로 와일드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유명하다. 그리고 성격도 개차반같고 존나게 오만한게 그야말로 스타가 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다 갖췄다. 원래 잘나가는 사람이 은퇴하고 늘상 그러듯이, 카스파로프 역시 책을 한 권 냈다.
첨엔 자서전 같은 건줄 알고 들었는데, 알고보니 자기계발서이다. 책의 구성은 심플하다. 각 챕터마다 바둑의 위기십결처럼 체스 격언 비슷한 제목을 붙이고, 그에 해당하는 자기의 경험을 언급한 뒤, 마지막으로 역사적 사례를 들며 자기 주장을 강화한다. 솔직히 자계서 파트는 걍 안 읽고 넘겼다. 어차피 대충 비슷한 내용 씨부릴 거 아니까. 애초에 무슨 고대의 지혜를 얻으려고 빌린 게 아니라 그냥 카스파로프 인생이 궁금해서 빌린 건데 뭐.
솔직히 말해서, 책의 퀄리티는 걍 일반 자계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냥 바둑의 위기십결을 각 챕터로 한 다음에, 그에 맞는 역사적 사례 몇개 긁어와서 쓰는 거나 진배없다. 나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체스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개꿀잼 스토리이다. 미하일 탈, 보트비닉, 페트로시안과 같은 소련 시대 인물부터, 카스파로프와 경쟁했던 카르포프, 코르치노이 등 강적들, 그리고 카스파로프 시대의 막바지에서 그의 자리를 뺏은 크람닉, 토팔로프, 아난드 까지 16년 동안 체스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고, 은퇴 직전까지 레이팅 1위를 유지한 전설적인 플레이어 답게 온갖 기사들과의 대국이 있었고, 체스 기사들의 성향과 포지션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서 썰을 푸는 데 정신없이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크램닉이 베를린 디펜스로 카스파로프를 꺾은 역대급 명장면을 카스파로프 입장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히 다했다고 본다.
다만 책이 오래된 게 조금 아쉽기는 하다. 일단 체스 파트에서는 지금 새로운 GOAT라고 칭송받을 정도인 칼슨이 아직까지 챔피언조차 못 올라서 체스 영재로 소개받고 있고, 자계서 파트에서는 한창 주가를 올리던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정도가 핫이슈일 뿐이다. 아직 아이폰도 세계 금융 위기도 없던 시기라 그런지 내용이 다 너무 옛날 내용이다. 뭐 카스파로프는 체스 기사지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한다.
예를 들어 루이로페즈를 스페인 고문 방식이라고 번역한다던가, 오프닝을 포석이라고 하고 디펜스를 방어기법이라고 번역하는 등 번역 부분에서 살짝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책이 번역한지 좀 오래되다보니 한국식 체스 용어 번역이 좀 까다로웠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번역이 까다로운 오프닝들은 그냥 영어 단어를 써놨기 때문에 못알아먹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도 애초에 카스파로프는 체스 조언을 하려 쓴 게 아니라 자계서를 쓴 거기 때문에 체스 초보자들도 이해할만한 용어만 써서 크게 흐름을 해치진 않았다.
갠적으로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같은 전형적인 마인드 스포츠 선수가 쓸 법한 책이다. 거기서 역사적 일화 몇 가지 끼얹은 느낌? 바둑 좋아하는 사람이 조훈현 책 읽으면 존나 재밌게 읽을 수 있듯이, 체스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존나게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스페인 고문 방식 존나웃기네 - dc App
사실 루이로페즈 플레이 방식 자체가 좀 고문같긴 해ㅋㅋ
걍 체스 아예 모르는 사람이 번역했네... 디펜스는 흑이 두면 다 디펜스인데... 방어 공격 상관없이 - dc App
07년도다보니 체스 용어가 한국에서 정립이 안되어있는 것도 큰 듯
체스영제칼슨
07년도 글이라 어쩔 수 없음ㅋㅋ
엥? 컴퓨터에게 진 사람 아니냐
체스계의 이세돌임
영재 칼슨ㅋㅋㅋㅋㅋ
글쓴 당시 17살이었으니 꼬꼬마지ㄹㅇㅋㅋ 지금 노디르벡 같은 느낌이었을듯
아이거 체스플레이어가 읽으면 진짜재밋음 나도 실력늘고싶어서 읽어봤었는데 별로 도움은 안되더라 ㅋㅋ 오랜만에 또읽고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