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소설이 결국 신앙으로 돌아가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전개된다!! 라고 하는 비판들이 있던데, 난 도스토옙스키가 신앙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시키기 위해 글을 썼다고 생각하지는 않음


당장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셋째 알료샤가 조시마 장로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에 오히려 그 시체에서 썩는 냄새가 나자 신앙 대신 인간이 관심을 기울이잖음? 실제로 카라마조프에서는 조시마 장로가 죽고나서 알료샤가 조시마 장로의 가르침에 대해 떠올리는 장면은 전혀 업음!!



작가 본인도 글에서 자세히 밝혔지만 알료샤의 마음에 일어난 변화는 촌스러운 베르나르들처럼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믿었는데 현상이 믿음과 다르므로 신앙을 의심하는게 아니라, 극도로 사랑하고 그것만 생각한 나머지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자 그걸 설명할 길을 찾기 위해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임. 알료샤는 의심하고 경멸하며 떠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넓은 마음과 관대함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여정을 떠남. 어디로? 인간들 사이로.


극도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둘째 이반의 '모든 것은 허용된다.' 라는 생각은 후반에 가서는 악마와의 대담을 통해 모든 것이 죄가 아니라는 니체적인 사상이 아니라 모든 것이 내 탓이다 라는 그리스도적인 미덕으로 변화함.


사실 변화했다는 건 내 생각이고 이반은 원래 자기 말에 책임을 질 정도로 미덕이 있는 사람이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음.


그리고 그 변화 속에 신을 향해 가야한다는 주장같은 건 전혀 없다고 봄. 그냥 신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이 있을 뿐이지.


문학 작품이랑 당시 정치 및 사상이랑 연관지어서 이 문학은 어디 어느 당, 어느 사상을 지지하는 작품이며 그 색깔이 너무 뚜렷하니까 별로다! 라는 비판들은 반대로 그런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이반과 알료샤, 심지어 드미트리가 신을 향해 소리치고 답을 얻는 장면들을 빼버린다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이렇게까지 훌륭한 문학이 될 수 있었나? 하고 다시 물어보게 함.


솔직히 이 책, 더 나아가 이 작가에 대한 비판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들을 보다보면 문학적인 측면에서는 비판할 수가 없으니까 정치, 사회적인 불편함을 끌고와서 우긴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음.


문학이란 것은 작가가 수구꼴통이나 아동성애자나 살인자나 독재자나 학살자라고 그 가치가 바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비판은 젊을 적의 사회운동 경력이나 늙어서의 신앙회귀에 집중하는지 모르겠음


물론 내가 본 비판들이 유명하기만 한 똥찌끄러기같은 비판일 가능성이 큼. 유명하다는 건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는 거고 공감한다는 건 정서적으로 이끌리는게 있다는거니까. 정서적으로 비판하는데 가장 좋은 건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까내리는 것이니 도스토옙스키라는 사람의 안좋게 받아들여지는 특성에만 집중한 글이 인기를 얻기 쉬울거임.


그러니 도스토옙스키 혹은 카라마조프 비판 중에 정말 문학적인 측면에서 세세하게 비판하는 글이 있다면 추천해줬으면 좋겠음. ㄱㅅ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