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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크, 사람들
카자크 사람들
개인적으로 고전으로 남은 역사(거의 필연적으로 전쟁사를 포함한) 소설에는 줌인하는 부분과 줌아웃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 부분은 분리되어 있다기보단 절묘하게 겹쳐지며 현실과 소설 양측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한다.
『타라스 불바』는 제목대로 '타라스 불바'라는 카자크 전사에 대한 일종의 역사 소설이다.
즉 '타라스 불바'라는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싸우고 죽기를 반복하는 카자크 전사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전쟁은 카자크 전사들에겐 삶의 가죽처럼 달라붙어 있는 것으로, 그들은 그것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유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전쟁은 그들에게 명예와 영광을 안겨주는 동시에, 아주 자주,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카자크에게도 기쁨이 있다. 슬픔도, 죽음도, 두려움도, 행복도, 일상도, 평범함도, 농사도, 술도, 이야깃거리도, 늙음도,
고골은 절대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그들의 온갖 슬픔은 패전의 그림자와 함께 찾아오고,
그들은 전투의 대가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자크를 유지시키고 있는 것은 전쟁에 대한, 전쟁을 위한 그들의 신념이었다.
그들의 신념은 그들을 카자크로 만들었고, 카자크로써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카자크로써' '움직이지는' 않는 이들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카자크인 동시에 '사람'이기 때문에.
불바의 아들 안드리는 우연히 폴란드 귀족과 사랑에 빠져 폴란드 편으로 돌아서게 된다.
불바는 이를 통탄스럽게 생각하며 전투에 참가한 아들을 따로 꾀어내어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죽이게 된다.
카자크의 편이 아닌 '사랑'의 편에 선 아들에게 불바는 큰 유감을 느낀다.
이 장면을 넘어서며 카자크들의 비극이 첨예하게 조명되기 시작한다.
고골은 분명 장대한 민족 서사시를 통해 타라스 불바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그려내려 했겠지만,
독자들은 그들의 호전성이 불러낸 패전의 비극에서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중에서 그려지는 폴란드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상은 가난으로 채워진 허위뿐인 진영으로 나타난다.
불바의 입장에서 안드리는 사랑으로 신념을 옮기며 텅 비어버리게 된 것이다.
반대로 안드리는 전쟁의 상흔이 남기는 의미를 찾지 못하고 카자크 진영을 빠져나온다.
그렇기에 안드리는 맹목적으로 자신의 감각에 따라 행동하며, 결국 불바는 물론이고 카자크 전체를 배신한 꼴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렇게나 첨예한 모든 대립은 결국 비극으로 귀결된다.
결말부에서 카자크의 명예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온 불바는, 결국 떨어뜨린 담배를 줍기 위해(그거 하나라도 적의 수중에 넘겨주기 싫기 때문에) 말을 멈췄다가 적군에게 붙잡혀 죽음을 맞이한다.
'카자크'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그가 목숨을 잃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결론적으로 『타라스 불바』는 '카자크'가 '사람들'에 의해 잃어버려지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고골의 손에서 다시금 뭉쳐지며 이야기가 되었다.
이렇게 보면 『타라스 불바』는 그들이 '사람'이 되어가며 잃었던 '카자크'를 고골이 다시금 그려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그속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선악이 아니다.
줌인과 줌아웃의 교차점 사이에서 우리는 대립보다는 일종의 양가성을 발견할 수 있다.
불바가 지키려했던 것과 안드리가 그것을 배신하면서까지 가지려했던 것.
그러한 양가성 사이에는 하나의 비극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불바가 아들을 죽이고, 타라스 불바가 '이교도'에 의해 죽고, 카자크가 잃어버려진 모든 과정을 통해서
'카자크'에서든 '사람들'에서든 무언가를 지키고 싶어했던 이들이 있었다는 걸,
우리는 뜻하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들은 이제 아무런 말이 없어서,
단지 그 침묵이 달라지거나 여전하거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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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감상문 적으려고 한 소설은 아니었는데 쓰다가보니 써져서 썼음
근데 정갈하게 정리되진 않은 듯 ㅎ;
고골 소설인데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랑은 전혀 다른 맛이었음
근데 중간중간 고골 특유의 맛이 있어서 굿
러시아 문학 정주행하다 보니 다른 민족(특히 카자크) 이야기가 많던데,
작가마다 그려내는 시점이 미묘하게 비슷해서 비교하면서 읽으니까 재밌음
고골 고유의 맛은 조금 덜하지만, 혹시 다른 민족 그려낸 작품 좋아하면 재밌으니 한 번 읽어보셈
즐독
재밌는 작품임.
대장 부리바 아시는구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