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을 비롯해 대중음악에 관해 국내 저자가 쓴 책들을 다섯 가지로 유형화해보았음. 이와 관련해 더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시길... 다음엔 국내에 번역된 음악 관련 책들 유형도 정리해보겠음.



1. 음악가의 에세이


인디음악가가 쓴 책은 에세이 분야에서 하나의 하위 분야를 이룰 만큼 많음. 인디음악가들이 음악만 아니라 일러스트, 미술, 글, 영화 등에 다재다능한 사람들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이러한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사람들이 인디음악계와 인디음악가로부터 취하는 환상일 수도 있고), 출판이 음악만으로 돈을 벌기 힘든 인디음악가들이 그나마 타협 없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투잡일 수도 있음.


이 분야의 탑이자 선구자는 이석원(이석원을 베스트셀러 에세이나 소설로 접해,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독자들도 꽤 됨)이고, 오지은(<씨네21>에 칼럼을 연재했고, 일본만화도 번역함)과 요조(책방 무사 주인이고,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장강명과 함께 진행했음)는 책을 여러 권 냈고 음악보다 책을 통한 인지도가 더 높아져 음악가보다 작가란 말이 더 익숙한 웃픈 상황.


이랑과 슬릭의 <괄호가 많은 편지>(2021), 류희수(크랜필드)의 <오래 해나가는 마음>(2021), 이랑의 <좋아하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2020), 김사월의 <사랑하는 미움들>(2019), 김목인의 <직업으로서의 음악가>(2018), 임수진(계피,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2015) 등이 있음.


그 밖에 이적과 타블로와 이랑은 소설을, 김창완은 동시집을, 루시드폴은 그림책을 낸 적이 있음...



2. 뮤직라이터의 에세이


음악평론가를 포함해 뮤직라이터가 쓴 에세이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는 해외와 달리, 한국엔 뮤직라이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들이 쓴 에세이도 거의 없음. 2000년대 이후 한국인디음악을 중심으로 청춘의 심경을 반영하는 음악들을 살펴보는 <웨이브> 전 편집장 차우진의 <청춘의 사운드>(2011),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이 1990년대 음악을 중심으로 자신의 청춘을 함께한 음악들과 자신의 추억을 회고하는 <청춘을 달리다>(2014), 장필순이 추천사를 쓴,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의 음악리뷰 모음집 <음악편애>(2019) 등이 눈에 띄는데, 에세이가 읽고 싶어지는 이유가 작가의 매력 때문이라면 이들의 매력은 너무 약함. ㅠㅠ



3. 뮤직라이터가 쓴 정보성 책들


개인적으로 재미없어서 안 보는 유형인데, 이런 책들이 은근히 독자층이 탄탄함. 재즈잡지 편집장 출신의 재즈 평론가 남무성이 쓴 '페인트 잇 록: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시리즈(2009 초판), 라디오 음악방송 PD 정일서의 <더 밴드>(2022), 록 평론가 이경준의 <블러, 오아시스>(2020), <딥 퍼플>(2022), 음악잡지 기자 출신 권범준의 <라디오헤드 OK COMPUTER>(2018), <BRITPOP 브릿팝>(2020) 등이 있음. <라이선스LP 연대기: 비틀스에서 딥 퍼플까지 퀸에서 너바나까지>(2021) 같은 책도 호응이 좋은데, 아래 언급할 <한국 팝의 고고학> 독자와 마찬가지로 4,50대 남성들이 많이 보는 듯.



4. 좀더 문화비평적 성격이 강한 책들


아이돌과 케이팝에 관해 문화비평적 성격의 책들이 간간이 출간되고 있음. 한예종 이동연 교수가 엮은 <아이돌: H,O.T.에서 소녀시대까지, 아이돌 문화 보고서>(2011)부터 <리드머> 전 편집장 강일권이 한국힙합을 중심으로 한국음악 지형에 대해 비판하는 <K-POP 신화의 그림자>(2021), 아래 언급할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의 공저자이자 음악평론가인 최지선의 <여신은 칭찬일까?: 여성 아이돌을 둘러싼 몇 가지 질문>(2021), 아이돌 팬덤과 퀴어의 관계를 탐구하는 <퀴어돌로지>(2021), 여러 교수님과 연구자들이 함께 쓴 <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2022) 등이 눈여겨볼 만하다고 함.


그 밖에 기억할 건 작업실유령에서 나오는 음악책 시리즈. 음악학/음악이론을 전공한 작가들의 책이 두 권 나옴. 신예슬의 <음악의 사물들>(2019)은 클래식과 현대음악에 관한 책이고, <플레이리스트: 음악 듣는 몸>(2022)은 작곡을 전공하고 클래식 음악 전문 기자로 일했고 대중음악 작사가로도 활동하는 김호경이 쓴 책인데, 플레이리스트 문화가 클래식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음악 듣기의 방법, 그리고 음악에 관한 언어와 소통의 필요성을 변화/파괴시키는 과정을 보면서 작가가 느끼는 혼란이 나조차 혼란스럽게 만듦....



5. 대중음악사에 관한 책들


지금 듣고 있는 음악에 대한 말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음악의 과거, 음악의 역사에 관심을 가질까?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장소와 연계시켜 서술하는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2022)는 2005년 <한국 팝의 고고학 1970>이 나온 후 더 이상 출간이 되지 않았는데 무려 17년 만에 개정증보 확장해 네 권으로 출간됨. 어느 정도 학술연구서 성격을 띠는데도 그 시대의 음악을 직접 경험했고 또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중장년층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꽤 팔린 듯. 나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개량한복을 입고 <한국 팝의 고고학 1970>을 읽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하기도... 당연히 젊은층은 관심이 없고, 모음악갤 주딱이었던 모님이 독갤에 올린 <한국 팝의 고고학> 리뷰도 반응이 거의 없었던 기억...



마지막으로, 2016~2017년에 소설가 김연수가 인터넷서점 예스24 웹진 <채널 예스>에 쓴 음악 칼럼 '김연수의 문음친교'(https://ch.yes24.com/Article/List/2629)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직도 책으로도 못 나오는 걸 보면 음악책은 팬심에 호소해서 주머니를 털지 않는 이상, 참 안 읽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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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이면서, 아니면 음악을 사랑하면서 작가인 사람들의 책에 관심이 있고 언어와 음악을 엮어서 생각하기를 좋아하신다면 인디락 마이너 갤러리에 놀러 오세요...

(사진은 어딘가의 마당에서 공연하는 피비 브리저스입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lists/?id=indie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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