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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 한달이 다 되어가지만 대충 써보자면


1

일단 대충 겉으로만 읽어보면 뭐랄까 은근 정치적인 소설임

딱봐도 스크루지는 인색한 부자들을 상징하는 인물이고

잉여 인구니 구빈원이니 얘기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거기다 돈이 없지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도 보여주고

다만 비단 정치적으로만 볼 수 있는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음


2

스크루지는 물론 구두쇠를 상징하는 건 맞지만 내가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 인물을 그저 그런 상징으로만 내버려두지 않고 정말 하나의 '인물'로 만들어냈다는 것임

당장 스크루지의 과거를 보면 그때부터 인색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고, 그저 무엇이 틀어져서 변해버린, 결국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음

여기서 한가지 내가 주목했던 점이 바로 스크루지의 보조개임

누군가 보조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뭔가 상냥하고 사랑스럽고 이런 이미지가 떠오름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스크루지가 보조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많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함

당장 보조개는 웃어야만 보이는 것인데, 스크루지가 나이를 먹고 웃어본 적이 얼마일까?

그 주름 속에 보조개를, 아니 한때 밝았던 과거를 숨겨놓고 살았던 점에서 벌써부터 느껴지는 무언가가 장난아님


3

정령들의 묘사도 굉장히 재밌었다

당장 과거 정령은 아이와 노인, 남자와 여자, 여름과 겨울, 빛과 어둠, 심지어는 존재와 무조차 혼재되어 있는 듯한 겉모습임

이건 뭐랄까 휘발되고 조작되기 쉬운 불확실한 과거의 느낌을 굉장히 재밌게 표현한 듯함

보면 현재 정령이나 마지막 정령도 겉모습이 이름에 맞춰줘 있음

이런 점에서 굉장히 위트있다고 느꼈다


4

다만 결말의 경우는 살짝 별로였는데

물론 전개상 이런 방향으로 가리란 것은 뻔한 것이지만,

모두다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고 치우는게 좀 그랬음

나는 조금 더 무언가를 바랬었는데 긴장감 엄청 높여둔 상태에서 갑작스럽기도했고

내가 내공이 부족해서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만약 내가 작가인데 작품을 이제 그냥 그만 쓰고 싶다고 하면 이렇게 쓸듯한 느낌이었음


5

그 외에도 여러 사족으로 생각한 것들 많은데

예를 들면 작중에서 현실과 환상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가 안개로 보인다든지

안개하니까 생각나는데 묘하게 잠자는 숲속의 공주랑 잘 엮어서 누가 논문 하나 낼 수 있을 것 같다든지

이런거 많은데 내가 아직 독서 뉴비라 뭐라 말을 못하겠다

당장 성경 얘기가 대놓고 나오는데 아직 그걸 보고도 못 받아먹는 수준이니

지금 읽는 호밀밭의 파수꾼 끝나면 근본 문학 좀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성경은 일단 나무위키 정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