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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소나기를 읽은 감상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그 짧은 내용 안에 나름의 풋풋함과 비극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경계가 모호하지만 요즘 말로는 썸에 가까운 관계 같은데, 느꼈던 그 감정은 사랑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동백꽃이 더 좋지만, 소나기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단순 취향이다.
수능과 교육에서의 문학을 비판할 때 '작가의 의도' 혹은 '절대적인 해석'을 두고 소나기에서 나오는 보라색의 상징성이 매번 언급된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런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다양한 감상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하려고 꺼낸것이다. 난 그중에서도 매체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다. 국민 단편으로도 불리는 만큼 여러 매체로도 창작 되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있다.
사실 이 노래를 소개하기 위해 영화와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한 것이다. 분명 소나기를 배경으로 한 노래는 많겠지만, 소개하고 싶던 곡은 바로 피타입의 <소나기> 이다. 피타입 본인 스스로 황순원 선생님의 소나기를 테마로 만든 노래라 밝히고 있다. 실제로 1절의 가사를 보면 소나기의 내용을 노래로 옮긴 수준으로, 얼마 전 지만지의 황순원 단편집을 중고로 구해 수년만에 다시 소나기를 읽었을때, 소나기의 내용을 가사로 얼마나 잘 옮겼는지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소년이 있었다 진한 눈썹과
투명한 눈을 가진 소녀를 사랑했었다
그 철석같은 어린 마음
칠월칠석까진 전한다며 편지를 썼다
주머니엔 호두알 몇 개
개울엔 엷게 흩어지는 기억들
언뜻 엊저녁께 어머니께서 하시던 말씀
어느 날 내 등에 업혀
조그만 날숨을 내쉬던 소녀가
바람에 실려가 돌아올 수 없다고
난 초가을 들녘 한 편에 꿇어앉아
기억 속을 헤매는 어린 부랑자
기억들 한 자락에 눈물 흘러
그리움 물든 개울에 눌러앉아버렸지
늙은 저 누렁쇠 또 슬피 울었지
연분홍 스웨터 내게 물들었지
안개 낀 언덕 너머로
슬픈 바람 따라 말없이 떠나간
너는 어디에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자기가 쏜 화살을 쫓지
환상 같은 사랑 못 닿을 목적지
앙상한 손가락들 속 반쪽 찢겨져나간 그 옛날 쪽지
추억은 어차피 잡히지도 않아
기찻길 위에 숨겨놓은 옛사랑 찾기
길에 활짝 핀 꽃들 속 니 얼굴 찾기
눈 감으면 떠오를 숨은그림찾기
난 상처 같은 어린 날의 추억
앞에서 한 조각씩 퍼즐을 맞춰갔지
또 슬픈 불안감 큰 불안 다음엔
꿈들 한가운데서
날 기다리고 있던 비극 세상에 덤비듯
사랑 하나 알아버린 아름다운 비극
소년이 있었다 진한 눈썹과
투명한 눈을 가진 소녀를 사랑했었다
그리고 2절이다. 1절보다는 피타입만의 생각을 옮긴 가사이다. 사랑이라는 화살을 쫓았지만 소녀가 죽음으로써 환상 같은 사랑이 닿을 수 없는 목적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사랑을 알게 되어 아름다웠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비극으로 아름다운 비극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동백꽃과는 달리 소나기는 굉장히 비극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라 영영 이뤄질 수 없으며 다시 얼굴을 만나보지 못할 잃어버린 사랑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2집 The Vintage에서 TOP 3에 드는 노래라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이다. 처음에는 그냥 그랬으나 계속 듣다 보니 가사도 악기들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감상하는지는 본인 자유다. 나는 이 곡을 들으면서 소나기를 일상에도 되뇌이고 있다. 아래는 Skit과 Instrumental이다.
피타입 소나기 튀어나올줄 상상도 못했네 힙잘알
힙잘알은 아녀.. 노래가 좋은거지.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피타입의 음색과 래핑은 취향과 거리가 멀지만, 라임을 잘 살린 가사가 좋네요
피타입 필력이 좋긴함
와~~ 글 잘쓴다!~ 부럽다.
소나기 진짜 좋음 - dc App
오 피타입
국문학 최애인 소나기의 또 다른 버전이 있었다니 새삼스럽네 인스트가 무척 맘에 든다 그럼 오랜만에 눈과 귀로 소나기를 맞으러 가겠음 좋은 글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