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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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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장욱의 초기 시집

형체의 교차점들 사이에서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그래서 더욱 현상으로 남아있는 어떤 풍경들에 대한 단상


실체로부터 발원하지만 사실은 그저 생각에 가까운 장면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생각으로부터 발원하는 풍경들은 또 다시 실체가 된다.

쉼없이 교차. 교차. 교차. 짙어질수록 모호해지는 것들.


이장욱 시인 시는 처음 읽어봤다.

(소설도 사실 단편 한 편 밖에 안 읽어봤음)


하지만 모호함에 대한 테마는 얼추 비슷해보인다.

수없이 많은 순간들의 교차점에서 무엇이 실체이고 거짓일까?

그런 구분이 정말 있기나할까.

다만 매우 부서질듯한 이미지의 연속.


모호하게 뒤엉킨 사물들이 자아내는 현상들.

그걸 보고 있는 미지의 화자.

끊어지는 시간성.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다만 시작하고 끝맺고,

언어들의 부잡스러운 동세들이 자꾸만 꿈처럼 쌓일 뿐.


개인적으로 읽은 시집(읽은 시집이 얼마 없지만)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을듯



-

편집증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밤새도록 점멸하는 가로등 곁,

고도 6.5미터의 허공에서 잠시 生長을 멈추고

갸우뚱히 생각에 잠긴 나무.


제 몸을 천천히 기어오르는 벌레의 없는 눈과

없는 눈의 맹목이 바라보는 어두운 하늘에 대하여,

하늘 너머의 어둠 속에서 지금

더 먼 은하를 향해 질주하는 빛들에 대하여,


빛과, 당신과, 가로등 아래 빵 굽는 마을의

불꺼진 진열장에 대하여,

그러므로 안 보이는 중심을 향해 집요하게 흙을 파고 드는

제 몸의 지하에 대하여.


텃새 한 마리가 상한선을 긋고 지나간 새벽 거리에서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
유리의 성


  그 남자가 사는 곳은 유리의 성, 유리의 성에 햇빛 따뜻한 날 그 남자, 유리 성벽 아래 앉아 유리의 책을 뒤적이지 양철 같은 산 너머 저편으로만 흘러가는 유리 구름, 언제나 그렇듯 그때도, 대체로 견딜 만햇었다고 생각하네 그때도 유리 구름 아래를 지나는 풍경들, 가령 와글와글 골목을 뛰어가는 유리의 아이들과 종점에 서서 몰래 우는 유리의 여자 그리고 여자 곁에 숨죽여 벋은 유리의 나무들이 있었을 뿐


  다시 유리 구름 곁에 피고 지는 풍경들 속으로 그 남자, 천천히 걸어들어가지 가을의 햇살 아래 문득 깨어지는 유리의 아이들 유리의 사내들, 그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으나 너무 쉽게 부서지는 종점의 여자, 이제 유리 바람이 칼끝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그 남자, 금간 안경을 겨우 고쳐 쓸 뿐이지 아무것도 생각지 말라 아무것도 생각지 말라, 할말은 그것뿐이다,*{(아무것도 생각지 말라 아무것도 생각지 말라, 할말은 그것뿐이다.) : 수피의 가르침.} 라고

  그렇지 ,나는 아무것도 대적하지 않는 구름, 유리의 남자는 너무 얇아 투명한 제 몸을 무심히 어루만지지 이제 곧 깨어질 듯한 손목과 손가락 위로 그 남자, 아주 희미하지만 붉어 흐르는 실개천 바라보지 그 물결 위로 반짝이며 내려앉는 유리 햇빛이 있었으나 아직 그 남자가 사는 곳은 유리의 성, 오늘도 바람은 불고 대체로 견딜 만하네 그러니까 가령, 아무것도 생각지 않는 가을날일 뿐


-

폐쇄적 풍경


  나는 잠시 숨을 멈춘다. 이제 정지 자세의 바람. 그리고 저 먼 위쪽에서 무언가를 탁, 닫는 힘.


  나는 약간 흔들리며 떠오르는 나무 안의 구름 속으로. 다시 구름 안의 바다를 향해. 이건 지루한 게임이군.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겐 또다른 세계가 있지. 가령 지금 창밖의 허공에서 수많은 귀를 향해 날아가는 목소리들. 집요하게 허공을 건너가는 수많은 그대들의 수많은 목소리들. 나는 잠시 이곳에 있고 그대는 잠시 그곳에 있다는 것. 이게 우리의 약력이다. 지금 혀는 부드럽고 이빨은 단단할 뿐. 그러므로 나는 잠시 귀를 막는다. 천천히 번져오는 어둠. 그래, 아무리 집으로 돌아가도 바깥인 거야. 금치산자들이 비 내리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네. 이곳에 부피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엇을는지 저물어가는 시선에 의해 이것은 나무, 저것은 돌. 저것은 돌, 이것은 나무. 어디선가 나를 눈치 챘던 자들이 웃고 있군. 제발 사라져줘.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추억하여 아름다웠지. 이제 나는 절벽을 상상한다. 다만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나는 저 허공으로. 문득 이것은 돌, 저것은 나무. 저것은 나무, 이것은 돌. 내부가 환히 보이는 집이 저 텅 빈 바람의 한가운데 조용히 놓여 있네. 이제야 이빨은 젖어들고 혀는 천천히 단단해지지. 나의 목으로는 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바람 소리 떠돌고. 내 생에 수없이 겹쳐 있는 풍경들 속으로 단 하나의 풍경이 떠오를 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때 저 먼 위쪽에서 무언가를 탁, 닫는 힘.


  그리고 암전, 기나긴. 아, 이제야 나는 끝내 숨을 멈춘다. 그래, 저건 바람이었군. 바깥엔 바람이 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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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음. 암전.

다음엔 아마도 소설로.

(아니면, 비평도 괜찮을 거야.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