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서도 문학 독자와 문학 아닌 책을 읽는 독자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음. 이건 내가 문학 아닌 책을 더 좋아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지점이 보이는 것일 수 있음. 문학 독자 까는 거 아님.

문학 아닌 인문학, 사회과학, 과학, 자기계발 독자들은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책을 읽는 경향이 강함. 취향보다 문제의식이 더 우선임. 궁금한 질문 혹은 주제가 있고 그에 대한 대답을 찾아서 책들을 읽음. 한 저자를 판다고 해도 그 저자의 문제의식을 따라감. 이 문제의식은, 독자의 것이든 저자의 것이든 사회나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개인이 갖는 문제의식이라는 자기인식이 있고, 그래서 공통감각이 더 확연히 드러나며 자신의 독서경험에 대해 남들한테 얘기하기 더 쉬운 것 같음.

그런데 문학 독자는 개인의 취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음. 검증받은 고전을 따라 읽기도 하지만 취향대로 읽기가 권장됨. 취향이란 말은 정말 애매함. 개인은 남들과 구별되는 저마다의 취향을 계발해야 하며 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 아래서 예외 없는 문화가 없고, 독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음. 이 취향 강조가 주는 해방감이 분명 있지만, 자기의 고유한 욕망을 따라가며 새로운 질문과 문제의식을 발견하라는 말은 자기에 함몰된 쾌락을 좇으라는 명령으로 오인되기 쉬움. 이게 취향의 시대에 생겨난 문제라고 생각함.

아무튼 취향 숭배자는 타인과의 소통에서 딜레마에 직면하는데, 그 딜레마란 소통을 위해 남들과 구별되기 때문에 남들이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자신의 취향을 설명해야 하는 일. 이건 이 사회의, 기존의 지배적인 가치관과 인식과 감성과 언어와의 연결 속에서 그 좋음(즐거움)이 얘기되어야 소통이 되는 것 같고 이걸 잘하는 사람들이 있음.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이 아주 간단하게 핵심을 찌르며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음. 기존의 언어와 자신의 취향에 바탕한 언어를 섞어서 지속적인 번역을 거치며 사용할 줄 아는 이 바이링구얼들을 나는 리스펙함. 하지만 대부분은 호오 표현의 원 안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내 취향을 존중해줘, 내 취향을 따라와줘, 란 숨은 메시지를 되풀이하고, 그러다 지치면 소통은 무용하다는 냉소주의나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서, 혼란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