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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약 삼 년 동안 읽으면서 한 번도 마지막 장을 읽은 적이 없었다.

책을 처음 읽던 날 펼쳐진 마지막 장의 마지막 장을 봐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조르바를 죽이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책을 읽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그가 거의 유일하게 영웅적인 면모를 보였던 갱도가 무너지는 장에서 책을 덮었고 그것은 몇 년간 계속되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그다음 장을 읽을 용기가 났다.

카페에서 나는 조르바의 죽음을 맞이했고 나는 이때까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모든 카타르시스를 합한 것보다 더 큰 충격과 기쁨을 맞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알렉시스 조르바를 죽이지 않기 위해 그 책을 읽는 것을 두려워 했지만 내가 두려워하는 동안에 내 안에 살아 숨쉬던 수 많은 조르바를 죽이고 있었다.

조르바가 죽어서야 조르바를 내 품 안에 살릴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그 짧고 강렬한 여운을 내 선택으로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택했던 것이다.

또다시 이런 여운을 느끼기 위해 나는 또 얼마만큼의 책을 죽여야 할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내 안에 숨 쉬는 조르바를 느낄 수 있도록 글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