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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함의 극을 달리는 피네간의 경야. 독갤 내에서도 완독한 사람은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도서관에 신청하니까 사주더라(사실 여태껏 학교 도서부 예산 200만원 정도 축내 왔음).



오늘 내가 할 이야기는 일종의 도전이다. 어떤 도전일지는 말미에 가서 밝히도록 하겠다. 그러나 앞의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이고 쓴 사람의 정성도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 주기를 바란다.





피네간의 경야가 걸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처음과 끝을 기가 막히게 연결하는 수미상관 구조에 있다. 사실, 첫 번째 페이지에 이미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페이지로도 나머지 분량을 모두 아우를 수가 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하나씩 뜯어보면서 살펴보도록 하자.



1. 배가(倍加), 더블린


더블린 사람들과도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조이스는 '배가'의 코드를 즐겨 사용하는 듯하다. '감주수'(단술? 식혜인가?ㅋㅋ)를 배가하는 톱 소야, 자기 패러디인지 (율리시스가 연상되는)'벅'이라는 이름의 술집에서 등장하는 거품 다발 맥주 잔(이때 같은 모양의 컵이 둘이라고 분명히 언급된다), '쌍둥이' 에스터 자매 등 '동일한 것의 반복 혹은 복제'라는 코드는 이 소설의 핵심이다. 혹자가 지적했듯 수미상관을 이루는 이 소설의 스토리 그 자체의 은유라고도 볼 수 있으며(마지막 장의 구조는 처음과 상당히 유사하다), 단순한 사물이나 인물의 배가로 그치지 않고 나아가 무언가 반복되는 장면마다(알아채기가 쉽지 않은데, 앞에 먼저 등장하는 강가 풍경 묘사가 힌트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는 주인공의 정신 상태(흥청망청-불안-격노(이는 뒤에서 다룬다)-낙심-정욕을 느낌-정욕 해소 후 허탈감-다시 흥청망청)를 파악하기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작은 배려라고도 볼 수 있다.




2. 격노정(激怒情), 분노


무슨 말인지 사전으로 찾아봐도 없어서, 한자만 보고 대충 매우 화났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아무튼, '격노정'은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감정이다. '경야'란 아일랜드 장례식에서 지인들끼리 모여 망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내는 풍습을 가리킨다고 그러더라. 이 '격노정'이라는 감정은 어느 인물에게서건 경야의 장례식에서 촉발된 감정인데, 흥미롭게도 분노의 대상이 모두 다르다. 망자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는 이(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는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돈 안 갚았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도 있고, 장례식에서 옛 친구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다가 서운했던 기억에 문득 분노를 터뜨리는 이도 있다. 주인공은? 주인공은, 경야 자체에 분노를 터뜨린다. 망자를 추억하고 슬퍼해도 모자란 마당에 모두 자기 얘기밖에 하지 않느냐고, 화를 낼 줄밖에 모르느냐고 분노에 대한 분노를 터뜨린다. 이 격분은, 이곳 장례식장이 주인공이 심심해서 꼽사리 껴 들어간 장소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남의 장례식장에서의 깽판이라니, 구미가 당기는 소재 아닌가? 의외로, 스토리도 꽤 재미있는 소설이다.




3. 추락(墜落), 낙뢰

그 유명한 번개 소리. 수많은 나라의 언어를 빌려와 천둥과 번개를 표현했는데, 이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없다.


그냥 천둥번개를 의미하는 여러 단어를 한데 모아놓은 것뿐이지, 저 말 자체에서는 이 이상의 의미가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괄호로 묶인 이 불가해한 활자들의 나열이 아니라 그 앞의 '추락'이라는 단어다.

추락,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여러 차례 반복되는 장면들(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장면이 아니다. 이 소설 안에서 반복되는 장면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중 '추락'의 이미지가 드러나는 장면들을 뽑아내 보자. 안개에 잠겨 얼굴도 알 수 없는 이의 투신(강으로의 추락), 어째서 강에 있는지 모를 폭포(물의 추락), 그리고 극초반부 낙뢰의 추락이 있다. 남의 장례식에 꼽사리 껴서 들어가는 파렴치한인 주인공이 유이하게 느낄 수 있는 타인에의 감정이 바로 정욕과 죄책감인데, 정욕은 고딩이라 모르는 부분이니 패스하고 죄책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이 추락 이야기를 끌어들여야 한다. 다름이 아니라, 이 추락의 이미지가 바로 주인공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촉매인 것이다. 낙뢰의 추락은 그 자체로 징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작품 내에서 촉매 역할을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낙뢰는 이후 추락의 이미지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예고이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투신을 목격한 뒤, 주인공은 왠지 모를 죄책감에(나 때문에 저 사람이 뛰어내렸을지 모른다) 아무 장례식장에나 들어가서 속죄를 하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주인공의 격노정, 깽판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또한 후반부에서는 정욕과 죄책감이 동시에, 아니 잇달아 발생한다. 어떤 행위(떳떳하지 못한 성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난 후 현타가 온 주인공이 폭포에 멍하니 눈길을 주다가, 추락의 이미지를 발견하고는 죄책감을 느낀다. 이때는 특별히 어떤 속죄의 행위를 하지 않는데, 이미 작품의 말미에 다다라서 처음 부분으로 돌아가 수미상관의 구조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속죄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속죄할 대상을 찾아내지 못하고, 체념한 뒤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리하여 다시 흥청망청의 상태가 되고, 수미상관을 인식한 독자는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온다. 회환의 광순환촌도, 회한의 광순환촌도로도 읽히지 않는가?




4. 우리들을 되돌리도다


난해함으로 악명이 높지만 첫 문단의 '우리들을 되돌리도다'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되돌린다는 말. 이는

1)수미상관을 암시함

과 동시에,

2)작품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런 난해한 소설을 만나면 독자들은 이런 생각부터 할 것이다. 구태여 이렇게까지 어렵게 쓸 필요가 있나? 의미가 있나? 이유가 있나?

조이스의 답은 이미 처음부터 나와 있었다. 영어 원문을 보니 brings us ~ back to ~ 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에 대한 나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경야 속 주인공이 겪는 유이한 타인에의 두 감정, 정욕과 죄책감, 이 둘 중 끝까지 남는 것은 죄책감이다. 남을 뿐만 아니라,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와 끝없이 반복되기까지 한다. 내가 보기에 시간을 경야로 설정한 것은, 인생 전체를 은유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조이스는 이렇게 말한다. 난해하고 뭐고 그건 뒤에 생각할 이야기고,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치정과 격정(정욕)은 죄책감만을 남긴 채 사그라든다. 그리고 이는 후대(혹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았을 때 새로 피어나는 감정)로 가서도 이어진다. 가장 격렬하게 느끼는 감정은 정욕에서 비롯될지 몰라도, 알아야 할 것은, 그 짧은 하룻밤 사이에도 이 정욕은 한 줌 먼지처럼 흩어지고 말 것에 불과하다고.



5. 결론


피곤해서 두서없게 썼는데, 정리를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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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모르겠네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여기까지 읽어내려간 독붕이가 있다면 그는 피네간의 경야를 읽지 않았거나 읽었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2) 중간쯤 와서, 이상한 점을 찾아내고 반박댓글을 달려고 스크롤을 내리다가 이곳에 다다른 독붕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 피네간의 경야를 읽은 사람일 것이다.



3)그렇다. 이 글은 피네간의 경야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꺼무위키 속 첫 페이지 사진만 읽고 뒷부분을 상상해 쓴 폰후기다.



이건 대회 정식 참가가 아닙니다. 입시 공부하다가 심심해서 써본 글임... ㅎㅎㅈㅅ;;



4)아무튼 학교에 피네간 들여온 건 진짜라서 나중에 읽어볼 거임




근데 어차피 경야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 있기나 할까?


솔직히 이 정도 정성이면 상품 하나쯤 주는 것도... 피네간 원서 갖고 싶단 말임